영국의 야당 노동당이 4일(현지시각) 치러진 영국 조기 총선에서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해 1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룰 것이라는 출구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BBC와 ITV, 스카이 뉴스 등 방송 3사가 이날 오후 10시 투표 마감 직후 발표한 출구 조사 결과 노동당은 410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전체 의석 560석 중 과반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이는데, 과반은 360석입니다. 집권 보수당은 131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로써 14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지게 됐습니다. 이런 결과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차기 총리직에 올라 14년 만의 정권교체를 달성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리시 수낵 현 총리는 지난 2022년 10월 영국의 최연소 총리, 최초의 비백인 총리직에 오른 뒤 2년도 안돼 총리직을 내줄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14년 동안 국정을 이끌어 온 보수당은 131석에 그쳐 참패를 면치 못할 전망입니다. 출구 조사가 현실화한다면 집권 보수당은 131석으로 1834년 창당 이후 19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자유민주당이 61석으로 제3당, 영국개혁당은 13석에 머물러 4위가 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어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10석, 웨일스민족당(PC)은 4석, 녹색당은 2석 등입니다.
출구 조사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지역 130개 투표소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합니다. 북아일랜드에서는 표본을 수집하지 않았습니다. 영국 출구 조사 방식은 꽤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다섯 차례 총선에서 오차범위는 1.5석~7.5석에 불과했습니다. 이어 오후 11시30분(한국시각 5일 오전 7시30분)쯤 첫 개표 결과가 발표되며, 통상 5일 오전 8시(한국시각 5일 오후 4시)까지 모든 개표가 완료될 예정입니다.
한편 영국에서 14년 만에 노동당 총리가 확실시되는 당대표 키어 스타머(61)는 '스타 정치인'은 아니지만 그만의 우직한 리더십이 지금 영국에 정확히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스타머 대표는 제1야당인 노동당의 얼굴이지만 정작 영국 국민들에게 그의 존재감은 미미했습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노동당의 역사적인 승리를 앞두고 영국 유권자들은 키어 스타머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노동당 대표는 여전히 많은 국민에게 미스터리한 인물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고, 뉴욕타임스(NYT)도 "카리스마가 넘치지 않는 스타머는 이전 영국 지도자들과 같이 스타적 자질 없이 압도적인 승리의 문턱에 서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스타머 대표는 1962년 서리주(州) 옥스테드에서 도구 제작자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노동당 지지층이었던 스타머 대표의 부모는 노동당 창당을 주도한 키어 하디의 이름을 따 스타머 대표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한 그는 리즈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정계에 뛰어들기 전까지 저명한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카리브해 지역과 아프리카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법정 투쟁을 했고, 북아일랜드 치안위원회에서 인권 자문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2008년 기소국장 및 왕실 검찰청장으로 임명된 이후, 인종차별 범죄로 살해된 흑인 청년 스티븐 로런스 사건을 해결하며 2014년 기사 작위를 받았습니다. 같은 해 노동당 후보로 런던 홀본과 세인트 판크라스 선거구에서 노동당 후보로 공천됐고, 2015년 총선에서 1만7000표라는 큰 표 차이로 당선됐습니다. 그리고 2015~2016년 이민국장으로 임명됐다가 2019년 제레미 코빈 대표가 사임한 뒤 노동당 대표에 올랐습니다.
보수당에서는 그가 기사 작위를 받았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키어 스타머 경'이라고 공격하지만, 노동당에서는 스타머 대표가 노동 계층의 평범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억만장자의 딸과 결혼한 전 골드만삭스 은행원인 리시 수낵 현 총리와도 매우 대조적입니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에서 일하는 스타머 대표의 아내는 선거운동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도 않았습니다.
스타머 대표는 노동당의 변화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도자는 일시적이지만 정당은 영구적"이라며 "당보다 국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타머 대표가 유창한 정치적 수사나 화려한 연설 기술을 가지진 않았지만, 2년 새 3명의 총리를 거친 영국인들에게는 오히려 적합한 인물일 수도 있다는 평입니다. 전 노동당 고문이자 스타머 대표의 전기를 출간한 톰 볼드윈은 "그는 정치에서 퍼포먼스를 하지는 않는다"며 "다른 정치인들이 '말재주'를 열망할 때 그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진지하게 얘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루하기 때문에 아무도 그걸 보지는 않겠지만, 끝나고 나면 그가 하나의 집을 완성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질 러터 영국정부연구소 선임 연구원도 뉴욕타임스(NYT)에 "그는 사람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지는 않겠지만, 비교적 총리처럼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런던 퀸 메리 대학교의 정치학자 팀 베일 역시 "스타머는 (토니) 블레어의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면서도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인들이 견뎌야 했던 혼란을 감안할 때, 대중은 지루함을 그렇게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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