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8일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윤리위가 징계 절차를 개시한 지 78일 만입니다.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당 윤리위의 징계처분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의 일입니다. 이 대표에 대한 징계 효력은 윤리위가 징계를 의결한 현 시점부터 발생하며 당대표 권한대행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맡게 됩니다. 이번 결과로 이 대표는 당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봉착되었습니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입니다. 이 대표가 징계 효력 6개월이 지난 시점인 내년 1월 당대표 자리에 복귀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해석은 또 다른 뇌관입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울 동안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윤리위의 이번 결정으로 이 대표는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여론전 등을 통해 반격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차기 지도체계를 놓고 당권 다툼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날 국회 본청 228호에서 열린 이 대표에 대한 징계심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을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윤리위는 지난 7일 오후 7시부터 이날 새벽 2시45분까지 8시간 가까이 마라톤 회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징계 결정 사유에 대해 “이 대표는 윤리규칙 4조 1항에 따라 당원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자리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표가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을 통해 성 상납 의혹 사건 관련 증거 인멸에 나섰다는 의혹을 윤리위가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대표의 측근인 김 정무실장은 지난 1월 10일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측 인사인 장모씨를 만났습니다. 장씨는 이 대표에게 성상납을 했다고 주장한 인물입니다. 김 정무실장은 장씨와의 만남에서 ‘성 접대 사실이 없다’는 사실확인서를 받고 대전의 한 피부과 병원에 7억원 투자를 유치해주겠다는 각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정무실장은 7억원 투자 약속은 성 접대 무마의 대가가 아니고, 이 대표의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소명했습니다. 이 대표도 관련 사실을 모른다고 밝혔지만 윤리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위원장은 “김 정무실장이 본인의 일이 아님에도 7억원이라는 거액의 투자유치 약속 증서를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믿기 어렵고, 이 대표의 소명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이 대표가 윤리규칙 제4조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윤리위는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고, 그동안 이 대표의 당에 대한 기여와 공로 등을 참작해 징계를 결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윤리위는 김 정무실장에 대해서는 당원권 정지 2년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대표와 김 정무실장 모두 중징계를 받은 것입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7일 오후 윤리위에 출석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약 3시간 가까이 소명했습니다. 그는 윤리위 회의장을 나서며 “이 절차를 통해 당의 많은 혼란이 종식되길 바란다”고 언급했지만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 대표 쪽은 ‘당원권 정지’가 실행돼도 당대표의 직무가 정지되는 것일 뿐 사퇴를 강제할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대표는 윤리위에 재심을 청구하고, 법원에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 3월30일 이 대표의 증거인멸교사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습니다. 가세연은 김 정무실장이 장씨를 만나 7억 투자 유치 각서를 써주는 대신 ‘성상납이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윤리위는 4월 21일 이 대표 징계 절차에 돌입했고 지난달 22일 첫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심의를 2주 연기했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헌정사 첫 30대 당 대표로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등판했으나 이번 당 윤리위 징계로 불과 1년여 만에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6·11 전당대회에 도전장을 던지며 2011년 ‘박근혜 키즈’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나이도 어린 데다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당 대표를 맡기엔 무리가 아니냐는 걱정이 쏟아졌으나 나경원, 주호영, 조경태, 홍문표 등 총합 18선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승리를 쟁취했습니다. 이 대표도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당선 수락 연설에서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이라며 가수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 가사를 인용, 당을 잘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취임 이후에도 이 대표의 파란은 이어졌습니다. 관용차 대신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했으며, 당 대변인 선발대회 ‘나는 국대다’는 경쟁률 141대 1을 기록하는 등 그를 향한 뜨거운 관심은 게속됐습니다. 이에 여권에선 2017년 탄핵 사태 이후 궤멸되다 시피 했던 보수진영이 새롭게 일어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지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 취임 후 당 지지율도 회복세를 기록했으며, 그간 보수 정당을 외면해온 2030세대가 이른바 ‘이준석 효과’로 국민의힘 새로운 핵심 지지층으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 대표는 지난해 부산, 서울 두 곳에서 열린 광역단체장 보궐선거는 물론, 이어진 올해 대선과 지선을 승리로 이끌며 ‘30대 0선’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여당 수장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이처럼 국민적 관심을 한 몸에 받아온 이 대표지만 취임 1년 27일 만에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며 정치 인생에 암초를 직면하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전날(7일) 밤 윤리위 소명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년 동안의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며 “왜 3월 9일날 대선 승리하고도 저는 어느 누구에게도 축하를 받지 못했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대접받지 못했으며…”라고 말하는 등 다소 감정이 격앙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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