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68) 전 일본 총리가 8일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40대 남성이 쏜 총에 피격되어 사망했습니다. 나라현립의대병원 의료진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치료 중이던 아베 전 총리가 오후 5시 3분에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의료진은 아베 전 총리가 총상으로 인해 목 두 곳과 심장에 손상을 입었으며 과다출혈로 숨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의료진은 아베 전 총리가 병원 이송시 이미 심폐정지 상태였고 살리기 어려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이자 우익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은 10일 치러질 참의원 선거는 물론 개헌이나 방위력 강화 등 외교안보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나라현 나라시에서 거리 유세를 하던 중 두 차례 총성이 울린 후 가슴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가 등 뒤에서 촌 송에 맞았다고 밝혔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총격 약 15분 후 도착한 응급차에 실려 나라현립의대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심폐 정지 상태에 빠졌습니다. 심폐 정지는 심장과 호흡이 정지했으나 의사에 의한 사망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NHK에 아베 전 총리는 우측 경부(목)에 총상으로 인한 출혈이 있으며, 왼쪽 가슴 피하 출혈도 있다면서 “의식이 없고 용태는 꽤 나쁘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나라시에 사는 야마가미 데쓰야(41)를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야마가미는 전직 해상자위대원으로 2005년경까지 약 3년간 근무했으며 현재 무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원통 모양의 포신에 접착테이프를 감은 수제 총을 범행에 사용했습니다. 나라현 경찰본부는 브리핑에서 “용의자가 특정 단체에 원한을 갖고 이 단체와 연결됐다고 생각하는 아베 전 총리를 노렸다고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이 단체는 종교 단체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용의자는 2002년부터 3년간 히로시마현 구레의 해상자위대 부대에서 임기제 자위관으로 3년간 근무한 뒤 그만뒀습니다. 자위대 시절 연 1회 정도 소총 분해, 조립을 비롯해 실탄 사격 등 총을 다루는 훈련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올 5월까지 1년 반 정도 교토 지역 창고에서 파견직으로 지게차로 짐을 나르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용의자가 근무했던 회사 관계자는 “말수가 적었고 얌전했다.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진 않았고 차 안에서 점심을 먹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그는 현장에서 약 3km 떨어진 11m²짜리 월세 3만8000엔(약 37만 원)의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나라현의 공립고교를 함께 다닌 동급생에 따르면 고교 재학 시절 응원단에 있었지만 얌전한 성격이었고 같은 반 친구와도 대화를 거의 안 했다고 합니다. 후쿠다 미쓰루 일본대 위기관리학부 교수는 “국가 요인이 수제 총으로 총격당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사제 총을 만들 수 있는 3D 프린터 기계 등의 소지 허가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방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헬리콥터를 이용해 총리관저로 급히 복귀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소식에 “나라를 사랑했고, 항상 시대를 한발 앞서 내다보며 이 나라의 미래를 열기 위해 커다란 실적을 다양한 분야에서 남긴 위대한 정치인을 잃었다”며 “아베 전 총리의 생각을 확실히 받아들여 계승해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저격 사건 직후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가 이뤄지는 가운데 일어난 비열한 만행으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면서 “최대한 엄중한 말로 비난한다”고 규탄했습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번과 같은 만행을 용납하지 않으며 단호하게 비난한다”고 논평했습니다.
참의원 선거 투표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전직 총리 피격 사건으로 일본 사회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니시무라 지나미 간사장은 “민주국가인 일본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사건이 발생했다”며 “단호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2006년 9월~2007년 9월과 2012년 12월~2020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냈으며 일본 우익의 상징적 정치인입니다. 그는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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