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50여일 앞두고 여야가 모두 촉각을 곤두세웠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분량 통화 녹취록 일부 내용이 MBC에 의해 16일 공개됐습니다. 김씨는 친여 성향 유튜브 매체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간 윤 후보의 정치 여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왔음을 암시했고, 일명 ‘줄리’ 의혹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는 조목조목 반박을 내놨습니다. MBC ‘스트레이트’는 이날 저녁 김씨가 지난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수십 차례에 걸쳐 총 7시간가량 통화한 내용 중 법원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보도했습니다. 통화에서 김씨는 이 기자를 “동생”이라고, 자신을 “누나”라고 칭하며 친근함을 드러냈습니다.
김씨는 이 기자에게 “일단 (경선) 캠프가 엉망이니까 (남편 윤 후보에게) ‘조금 자문을 받거나 하자’ 안그래도 그렇게 하고 있어서 다음주엔 (윤 후보가) 좀 쉬고 할 것”이라고 귀띔하거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합류와 관련해 “원래 그 양반이 계속 (국민의힘 선대위에) 오고 싶어했다.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오는 거지”라고 하는 등 조언을 구하거나 상의를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씨는 또 이 기자에게 “유튜버 중에서 누가 좀 그렇고 현재 어떤지 나한테 문자로 간단히 줄 수 있느냐”며 “특히 우리가 관리해야될 애들 좀. 나한테 명담을 주면 관리하라고 하겠다”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 김씨는 “수사를 그렇게 크게 펼칠 게 아닌데 (여권이) 검찰을 너무 많이 공격했다”며 “그래서 검찰하고 이렇게(여권 간) 싸움이 된 거다. 빨리 끝내야 되는 걸 계속 키웠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이 통화에선 “사실 조국의 적은 (더불어)민주당”이란 말도 했습니다. 윤 후보의 정계 입문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이 되고 대통령 후보가 될 줄 뭐 꿈에나 상상했겠느냐”며 “문재인 정권이 (윤 후보를) 키워준 거다. 보수가 키워줬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는 진보 진영의 ‘미투’ 이슈를 두고는 “보수(진영)는 챙겨주는 건 확실하다. 그렇게 뭐 공짜로 부려 먹거나 이런 일은 없다”며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 여기는”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자신이 유흥업소 종사자로 근무했다는 줄리 의혹에 대해선 “나이트클럽도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며 “시끄럽고 그런 데를 싫어한다. 그럴 시간에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책 읽고 차라리 도사들하고 같이 얘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 하는 걸 좋아하지, 그런 게 안 맞는다. 하루 종일 클래식만 틀어놓고 있다”고 정면 반박했습니다. 윤 후보와 결혼하기 전 유부남 검사와 동거했다는 의혹에는 “내가 뭐가 아쉬워서 유부남과 동거를 하겠나”라며 “어떤 엄마가 자기 딸을 유부남한테 팔겠나. 우리 엄마가 돈도 많은데 뭐가 아쉬워서”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그렇게(의혹을 제기) 하면 더 혐오스럽다”고도 꼬집었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방송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후보자의 배우자가 본인에게 과도한 의혹을 제기하는 매체들에 대해서 지적하고,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에 대해서 감사를 표하고, 캠프를 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라며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를 조금 더 명확하게 지적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야권 내에선 이번 방송으로 오히려 윤 후보와 김씨에 대한 동정론이 불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일각에서 ‘본방 사수’를 독려하기도 했던 민주당은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선대위는 방송 전부터 ‘공보단은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공지한 바 있습니다. 국민들이 방송을 보고 알아서 평가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입장입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분위기는 이어졌습니다. “김건희 7시간, 볼 수 있는 건희”라고 적었던 안민석 의원, “왜 이리 시간이 안 가지”라며 본방사수를 외쳤던 정청래 의원 등은 보도가 끝난 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본방사수해야 할 방송이 생겼다”던 고민정 의원은 이날 시청 소감으로 “아침 공기가 차다. 5년 전 찬 공기가 귓불을 스친다”라고 적었습니다.
반면 김건희씨 녹취록의 문제점을 적극 지적하고 나선 인사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길 잃은 보수 정당을 완벽하게 접수한 김건희씨”라며 김씨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씨에 비유했습니다. 추 전 장관은 “녹취록 곳곳에서 김씨가 사실상 국민의힘을 움직이는 실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커튼 뒤에서 조종하는 김씨는 마구 내지르는 최순실보다 훨씬 은근하고 영악하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종인이 (캠프에) 오고 싶어 했다’, ‘돈을 안 챙겨줘 미투가 터진다. 안희정이 불쌍하다’는 내용의 김 씨 발언을 나열하며 “국힘당 윤석열 후보도 같은 생각?”이냐고 비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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