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장관 검찰 소환, 첫 조사에서 진술거부권 행사

자녀 입시비리와 부인의 차명 주식투자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소환에 출석했습니다. 검찰은 14일 조국 전 장관을 소환해 오전 9시 35분부터 변호인 참여 하에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조 전 장관의 검찰 출석은 지난 8월 27일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한 지 79일, 장관 사퇴 날로부터 한 달 만의 일입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조 전 장관을 불러 각종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캐물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1일 두 번째로 기소된 부인 정경심(57·구속) 동양대 교수의 15개 범죄 혐의 중 상당 부분에 연루된 정황이 있습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상대로 정 교수가 2차전지업체 더블유에프엠(WFM) 주식을 차명으로 매입한 사실을 알았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 전 장관의 딸(28)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의혹도 핵심 조사대상입니다. 검찰은 딸과 아들(23)이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동생 조모(52·구속)씨의 웅동학원 채용비리와 위장소송 등 혐의에 가담했는지도 추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같은 의혹을 집중 조사하려던 검찰 계획에 차질이 빚게 됐습니다. 진술거부권은 피의자가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합니다. 그에 따라 조 전 장관의 추가 소환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의혹과 혐의가 많고 진술 거부로 인해 조사 진척이 더딘 상황인 만큼, 검찰은 그를 추가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특히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차명 주식 거래 등을 인지하고 개입했는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 5촌 조카로부터 사모펀드 관련 회사인 WFM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들여 부당이득을 얻고, 자신의 동생과 헤어디자이너 등 3명의 차명 계좌 6개로 790차례 주식·선물 거래 등 금융 거래를 한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정 교수가 주식을 매입한 날 조 전 장관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정황 등을 포착,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조 전 장관 계좌 내역 등 금융 기록을 추적해왔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거래하고, 차명 계좌를 사용한 시기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 시절이었던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이 장관직을 수행하고 수사가 진행 중이었던 지난 9월까지 차명 거래를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공직자 재산신고 당사자인 조 전 장관이 이를 알고 누락했는지 여부도 수사대상입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등록을 해야 하고 주식보유시 백지신탁을 해야 하는 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차명 거래를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조 전 장관이 여기에 관여했다면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자녀들의 인턴활동 및 장학금 지급 관련 의혹도 조 전 장관에게 확인할 내용입니다. 조 전 장관은 서울대 법대 교수로 근무할 당시 자녀들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의혹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 5일 조 전 장관의 서울대 교수 연구실을 압수수색했고, 당시 센터장이었던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도 조사한 바 있습니다.

 

조 전 장관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중 장학금을 받은 경위 등도 수사 중입니다. 조 전 장관 딸은 2015년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해 1학기 유급을 했고, 이듬해부터 6학기 동안 총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장학금 지급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지도교수였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은 지난 11일과 13일 잇따라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장학금 특혜 의혹과 부산의료원장 임명 과정 등에 조 전 장관이 관련돼 있거나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같은 주식 거래로 얻은 이익과 장학금에 뇌물 성격이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의 공직 영향력을 이용했거나 직무와 관련해 대가를 바라고 이뤄진 것이 아닌지 등 뇌물죄 성립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외에도 조 전 장관은 이사로 재직했던 웅동학원 비리 의혹과 정 교수의 증거은닉·위조 등 혐의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앞서 서술한 조 전 장관의 진술 거부는 기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향후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투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됩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떤 혐의일지는 모르나, 저에 대한 기소는 이미 예정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그 경우 저에 대한 혐의 역시 재판을 통해 진실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