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6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홍콩 범민주 진영이 향후 시위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25일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홍콩 범민주 진영은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 전체 452석 가운데 낮 12시(현지시간) 현재 개표 결과 347석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친중파 진영은 60석에 그쳐 궤멸 수준의 참패를 맛봤습니다. 중도파는 45석이었습니다. 민주 진영은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대부분의 구 의회를 장악하게 됐습니다. 홍콩 내 최대 친중파 세력인 민주건항협진연맹은 출마 후보 대부분이 선거에서 패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반면 범민주 진영인 공민당은 전체 후보 36명 가운데 32명이 승리했고, 노동당은 7명 후보자 전원이 당선됐습니다.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온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진선의 지미 샴 대표도 샤틴구 렉웬 선거구에서 당선됐습니다. 현재 홍콩의 구 의원은 친중파 진영이 327석, 범민주 진영이 118석으로 18개 구 의회 모두를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는 반면 범민주 진영은 118석으로 친중파 진영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37명으로 가장 많은 구의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다음으로 신민주동맹(Neo Democrats)이 13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범민주 진영이 역으로 싹쓸이하는 ‘선거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홍콩에 대한 중국식 통치에 분노한 젊은 층이 선거에 적극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총 294만여명의 유권자가 투표했습니다. 이는 앞서 가장 많은 220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던 2016년 입법회 의원(국회의원) 선거 때보다 훨씬 많은 숫자입니다. 최종 투표율도 71.2%로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의 47.0%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앞서 이날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는 413만명으로, 지난 2015년 369만명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18∼35세 젊은 층 유권자가 12.3% 늘어 연령대별로 최대 증가 폭을 보였는데, 진보적 성향의 젊은 층 유권자가 많이 늘어난 것은 범민주 진영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위해 해외 유학생마저 귀국해 투표하는 등 젊은 층은 적극적인 선거 참여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함에 따라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수세에 몰렸던 홍콩 시위대에도 힘이 실릴 전망입니다. 당장 범민주 진영의 공민당은 승리를 거둔 32명 구의원 후보자 전원이 현재 경찰의 원천 봉쇄를 당하고 있는 홍콩이공대로 달려가 교내에 남아 있는 시위대를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이번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참패함에 따라 지금껏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캐리 람 행정장관은 26일(현지 시간) “5대 요구 수용에 대한 재고는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25일 람 장관은 유권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시민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듣고 진지하게 반영하겠다”며 “상당수가 이번 결과는 현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를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인 26일 다시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람 장관이 이날 홍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위대가 말하는 5대 요구 수용에 대한 재고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완전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조사위원회 설치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입니다. 이중 송환법은 이미 철회됐지만, 5대 요구 전면 수용은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선거에서 압승한 범민주파 진영은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맞서고 있는 홍콩 이공대를 방문한 데 이어 5대 요구 사항을 캐리 람 정부가 모두 수용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이에 람 장관은 “불안정한 사회 상황과 폭력을 둘러싼 정부의 잘못에 대해 다수 유권자가 투표했다”면서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어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뿌리깊은 불만은 인식하고 있지만 범민주진영에 대한 새로운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여전히 람 장관을 확고히 지지한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습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중국 중앙정부는 특별행정구 당국의 캐리 람 리더십을 확고하게 지지한다”며 “국가 주권과 안보를 지키려는 중국 정부의 결의는 흔들리지 않는다. 한 국가 두 체제 시스템을 지키겠다는 결의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선거 결과와 관련해 “홍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중국의 일부로 남을 것”이라며 “홍콩에 혼란을 일으키려 하거나 홍콩의 안정과 번영을 해치려는 그 어떠한 노력도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관영 언론은 선거 결과를 깎아내리기에 바빴습니다. 차이나데일리는 논평을 통해 “사람들이 감히 반대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폭도들의 테러 그림자 아래에서 살아갈 때, 선거 결과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대변하는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강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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