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대하드라마 ‘정도전’ 조재현 유동근 박영규. KBS 사극의 화려한 부활

Chris7 2019. 9. 25. 07:32

드라마 ‘정도전’은 여말선초, 조선 개국의 현대적이고 새로운 재해석으로 제2의 사극 붐, 정도전 붐을 일으키며 KBS 사극의 화려한 부활을 알린 역작입니다. 2014년 1월 4일부터 방영해서 같은 해 6월 29일 종영한 KBS 대하드라마 시리즈 중 한편이며. 타이틀과 동명의 인물인 삼봉 정도전의 장년과 중년 시기를 중심으로 고려 말~조선 초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삼은 사극입니다. 시대상 MBC 드라마 ‘신돈’의 바로 뒤라 봐도 좋습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방영했던 MBC 드라마 ‘기황후’의 뒷시대에도 해당됩니다. 대략 공민왕 말년인 1374년부터 정도전이 이방원과의 다툼에서 패배해 최후를 맞는 1차 왕자의 난 시점인 1398년까지를 그려냈습니다.





본 작품의 메인 PD인 강병택 PD는 ‘용의 눈물’ 종영 시점에서 연출부 막내였는데, 16년이 지나서 본 작의 메인 프로듀서가 되었습니다. 이전 사극 연출작으로는 ‘해신’이 있습니다. 단 연출 주책임자 자격으로서 참여한 작품은 ‘정도전’이 처음입니다. 공동 연출자인 이재훈 PD의 경우 신인에 가까운데 2013년에 '굿 닥터' 프로듀서를 맡았었습니다. 작곡을 맡은 이필호는 강병택 PD가 참여했던 ‘해신’ OST 제작을 맡은 인연으로 참여한 것일 수도 있지만, KBS 대하드라마 OST 작곡 자체가 ‘천추태후’ 이후로는 투니버스 출신의 이창희(작곡가)와 이필호의 양립 구도로 이루어져 있고, ‘정도전’ 이전에 방영된 ‘대왕의 꿈’ OST 작업을 이창희가 했다는 점을 볼 때 순번의 영향으로 이필호가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극본의 정현민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당시 신인 작가로 그 전 대표작은 ‘프레지던트’입니다. 본작이 사극 첫 데뷔인 정현민 작가는 노동운동을 했는데, 노동에 대한 관심은 계속 돼서 보좌하던 국회의원의 소속 정당은 바뀌었으나 모두 환경노동위에서 활동한 의원이었다고 월간조선 4월호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덧붙이자면 한국노총에서 활동했고 보좌관도 한국노총 출신인 김낙기 전 의원을 시작으로 주로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의 보좌관을 지냈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거친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자유인 이회영’을 통해 드라마에 등단, 정치 드라마였던 ‘프레지던트’의 작가진 중 한 명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특이한 이력과 넓은 정치 스펙트럼이 이 드라마에서 호평 받는 입체적 인물들과 정치적 알력, 모략 묘사에도 한 몫을 한 듯합니다.


출연진 역시 드라마 ‘용의 눈물’ 및 정도전이라는 캐릭터와 인연이 깊은 편입니다. ‘용의 눈물’에서 각각 이방원과 이도 역을 맡았던 유동근, 안재모가 이번에는 이성계와 이방원 배역을 맡게 되었다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또한 전작(?)에서 이숙번 역을 맡았던 선동혁이 이지란 역을 맡아 깨알 같은 배우 개그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레이션을 맡은 성우 김도현 역시 라디오 드라마 ‘서울 600년을 걷다’에서 정도전 역을 맡은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인데, 조준 역할의 전현도 ‘용의 눈물’에 나왔었습니다. 조사의의 난 당시 영흥부사 박만의 부하장수 역할로 단역이었으나 꽤 대사가 있었습니다. 무학대사는 아예 ‘용의 눈물’에서처럼 박병호가 다시 맡았습니다.


일단 본 작에서 많은 이들이 동감하는 부분은, 그동안의 (사극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몇몇 흑역사들을 포함한) 트렌디 사극의 흐름에서부터 벗어나 정통 사극을 새롭게 부활시켰다는 점입니다. 일단 ‘정도전’ 이전의 KBS 대하사극이 죄다 제대로 실패했었던 것이 꽤 컸는데 ‘천추태후, ’ ‘근초고왕,’ ‘광개토태왕,’ ‘대왕의 꿈’에서 삽질한 걸 타산지석으로 삼아 보완할 건 보완하고 그래도 정통노선은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밀고 나간 것이 효과를 발휘한 듯합니다. 또한 MBC에서 역사왜곡 논란+시청률 지상주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퓨전사극을 방영한 것도 이러한 호평가에 한 몫을 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연기 경력이 굵직한 배우들이 다수 포진해 있고, 여말선초의 격동기를 다룬 점, 그동안 ‘뿌리 깊은 나무’ 등 다양한 매체와 서적, 드라마와 학자들을 통해서 계속 회자되고 조명되어 왔던 정도전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 등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용의 눈물’에서의 강렬함으로 굳혀져 있던 정도전 캐릭터와 그 사이 ‘조선왕조실록’과 다양한 자료들이 한국어로 번역되며 나타난 해석의 차이도 관심을 끌었던 요인인 듯합니다. 또 방영 초에는 KBS 사극에서 잔뼈가 굵어온 촬영팀의 내공도 돋보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거론되는 요소 중 하나가 엄청난 속도의 극 전개로, 기존의 전통 사극이 그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진행이 늘어져 '따분하다', '재미 없다'는 평을 감수해야만 했던 부분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평가됩니다. 2010년대의 많은 사극들이 사랑타령에 집착해 전개가 많이 늘어지는 경향이 강했는데, ‘정도전’은 이러한 '불필요한' 요소들을 배제하여 전개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편입니다. 여말선초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위화도 회군’과 ‘개경 공방전’이 단 1~2화만에 끝났을 정도니 정말 스피디한 전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신속한 전개가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고려의 최중요 인물 중 하나인 최영 같은 경우 ‘개경 공방전’ 이후 문초를 받고 유배되기까지의 과정이 내레이션을 통해서 고작 몇 초 정도로 지나가버렸으며, ‘개경 공방전’ 자체도 그 비중에 비해서 너무 빨리 마무리된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전 KBS 대하드라마들이 2009년 ‘천추태후’부터 2013년 ‘대왕의 꿈’까지 무려 5년간 고증, 캐릭터리티, 재미 등 다방면에서 비판을 받으며 하나같이 처참한 성적을 냈었습니다. 또 그 전에도 상황이 그리 좋진 않았는데, 마지막 정통사극이라 일컬어지는 ‘무인시대’는 마니아들 평가만 좋았지 막판엔 애국가 시청률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불멸의 이순신’이나 ‘대조영’은 시청률은 충분히 나왔지만, 고증이나 캐릭터 묘사 등에선 좋은 평가를 못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용의 눈물’ 이후 생겨났던 사극 마니아층과 고정 시청자 층을 많이 잃게 되는 결과를 가져 옵니다. 때문에 ‘정도전’도 50화라는 짧은 회수로 편성되었습니다. 회수가 짧은 만큼 예산도 한정되었습니다. 회당 약 2억 정도 들어갔다고 합니다. 총제작비는 PD가 밝힌 바로는 109억 원. 다른 사극들이나 ‘기황후’에 비교해보면 많은 제작비는 아닙니다. ‘대풍수’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정도전’의 너무 빠른 듯한 전개도 어느 정도 감안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습니다.


정말 세세하게 시대상을 다루려면 몇 화를 잡아야 하는지는 시대가 겹치는 ‘용의 눈물’을 참고하면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위화도 회군으로 시작해 7화에서 정몽주가 죽고 8화에서 고려가 망한 ‘용의 눈물’에서 정도전이 죽은 건 53화였습니다. 본 작에서는 위화도 회군이 27화에서 벌어졌고, 정몽주는 39화에서 사망합니다. 조선 건국과 최후의 빅 이벤트인 ‘무인정사’를 전개하기 위한 화수는 대략 10화 가량입니다. 그렇게 빠른 진행을 선보였는데도 급작스러운 결말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또 최영 같은 경우는 이후에도 꾸준히 몇 컷씩 등장하다가 최후를 맞았기 때문에 드라마 주인공인 정도전과 그 무리들에게 최대한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필요한 편집이었습니다.


주역 인물들에 대해 특이한 해석을 시도하고, 나쁘게 말하면 변칙적이라고까지 할 만한 캐릭터 비중 분배를 시도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정현민 작가에 의하면, 캐릭터를 만들 때 절대적 선과 절대적 악을 배제하고 악역조차 6:4 비율로 40% 정도는 공감갈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면적인 악역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이인임도, 충절의 화신으로서 신화화된 이미지로 그려질 수도 있었던 정몽주도, 극 중에서 캐릭터의 역동성이 돋보이게 만들어진 편입니다.


이러한 부분은 우선 주인공 정도전을 조명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각종 정책에 대해 비판이 필요한 부분은 지적을 해 나갔을 뿐만 아니라, 결코 그를 선인으로만 그리지 않고자 했던 의지가 분명히 보입니다. 주인공 정도전의 사상과 업적 역시 극의 묘사나 반대론자들의 입을 빌려 타당한 비판 의견을 꾸준히 함께 보여줬습니다. 정도전의 ‘계민수전’ 정책은 정몽주가 그 허구성을 지적하였으며, ‘재상 총재제’에 대해서는 자신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는 이성계의 자조, 저자 사람들이 대감(정도전)을 살아 돌아온 이인임이라고 부른다는 정도전의 아내 최씨의 부르짖음 등을 통해서 그 부정적인 일면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면서 주인공을 영웅시만 하던 기존의 사극과는 차별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화제가 되었던 부분은, 메인 악역의 카리스마가 여느 사극 이상 돋보이는 동시에, 악역임에도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입체적인 매력이 있는 악역을 성립시켰다는 점입니다. 작품 초반 보스격의 악역인 이인임은, 독특한 해석을 시도한 각본과 해당 역으로 분한 배우 박영규의 열연으로 '작품명을 대하사극 이인임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평을 들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사료에 비춰보아도 나름의 무공 등 업적이 있지만 말년 들어 권력을 탐한 이인임은 본 작에서도 노골적인 권력지상주의자로 그려지긴 하지만 정치 9단다운 자신의 철학과 처세력으로 무장한 정객으로 그려지며, ‘선덕여왕’의 인기 악역 미실에 비견될 만큼 진주인공에 가까운 인물로 묘사됩니다. 사서에 이인임의 무공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어서 극에서도 최영이 이 부분을 들어 이인임을 열심히 두둔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또한 18회 직후의 사적지 봉산재 안내에서도 이런 업적 때문인지 악인보다는 오히려 위인에 가까운 분위기로 소개되었습니다. 배우 박영규 본인도 연예정보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이인임을 악역으로 단정하는 것에 대해 저어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기도 합니다.


물론 전형적인 일차원적 사극 악당으로 이인임의 수족 노릇을 하는 임견미와 염흥방도 비중을 갖고 등장하긴 했으나 주요 인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염흥방이 중간에 생략된 6년간, 정도를 걷던 신진사대부에서 타락한 권신이 되는 부분이 생략되어 당위성을 부여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작중에서 인물 본인이 이유를 대긴 했지만 권력을 맛보면 누구나 마찬가지라는 논조의 영락없는 3류 악당식 변명조인지라...


또한 본 작은 작품성에서도 흥행함은 물론 임팩트 있는 전투 장면도 많이 남겼습니다. 특히 기술의 발전이 촬영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스테디캠이나 헬리캠을 이용한 촬영도 많이 사용된 것이 인상적입니다. 스테디캠을 동원해 세트장의 골목을 헤집고 다니며 병사들이 담을 넘고 구르면서 죽고 죽이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담아내거나, 공요군이 방패와 화공을 앞세우고 벽에 포진하고 있는 관군을 향해 돌격하는 장면을 헬리캠으로 하늘 높이서 찍는 등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던 촬영 기법들이 등장했습니다. 이외에도 장수들은 절제된 액션을 구사하는 데 반해 일반 병사들이 각종 스턴트 액션을 선보여 대규모 액션 신을 보는 재미를 추가하였습니다.


반면 초중반에 쌓아놓은 것을 후반에 스스로 무너뜨려서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특히 조선 건국 이후의 분량에서 다소 뒷심이 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는데,. 우선 가장 많이 지적받는 부분은 미칠 정도로 급박한 전개. 고려의 멸망에 전체의 80% 비중을 할애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선 건국 이후 ‘무인정사’까지의 전개를 나머지 20% 안에 다 담아냈어야 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또한 전개가 이렇다보니, 캐릭터 묘사에 있어서도 "아니 저 사람이 갑자기 왜 저래?" 싶을 정도로 캐릭터가 변모하는 일 역시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인공 정도전의 묘사로, 그러잖아도 비중이 줄어들고 있던 판에, '나이를 먹음에 따라 대업을 완수하기 위해 서두르게 되었다'는 배경 아래 급격하게 요동 정벌에 대하여 위화도 회군을 계획했지만 요동 정벌을 주장하고, 간쟁을 말하면서 자신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권신으로 변해가는 그의 모순적인 부분을 충분히 묘사하는데 실패했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특히 비판이 많았던 것은 조선 건국이 진행된 41화로, 이전과는 다른 산만한 편집, 지나치게 급박한 전개, 주인공 정도전의 비중 축소 등의 문제점이 대두되었습니다. 조선건국에 있어 중요한 몇몇 사건은 아예 내레이션으로 때우기도 했는데, 파업 등의 편성 문제를 신경 쓰느라 분량조절에 실패했다는 평입니다. 여기에 초중반 이인임, 정몽주 등과의 대립 당시에 보였던 정치적 통찰이 느껴지는 날카로운 대사와 캐릭터의 깊이가 실종되고 캐릭터간의 감정묘사로만 극을 전개해가고 있다는 평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강병택 PD가 정도전 갤러리에서 해명을 했는데, 대본을 쓰거나 연출하기가 무척 힘이 들기 때문에 건국 초기 분위기 바꾸기 겸 해서 좀 편한 길로 가봤다고 합니다. 파업 때문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고 기존 정도전 스타일과 이질적이라는 반응이 나올 것도 예상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연도상으로 따져 봐도 10화가 넘는 분량이 나와야 정상이고 정도전이 매우 중요한 사업을 추진한 조선 건국 후의 분량을 지나치게 축소한 것이어서, 작가가 말한 제작의도인 정도전의 혁명과 미완의 꿈을 그리는 것과는 상충되는 부분입니다. 그 미완의 꿈을 표방하는 것이 후기 7년이고 남은 기록도 많아 표현하기 쉬웠을 텐데 그 분량을 부실하게 했다는 것은 자신의 말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


이런 문제점들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수 백년 뒤에 있을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정도전이 예언하는 등, 말도 안 되게 주인공 보정스러운 묘사를 동원했을 뿐 아니라 정도전의 다소 무리하거나 비판받을 만한 행적들에 대해서도 드라마 상에서 개혁, 자주 기타 등 감성을 자극하는 단어들을 지나치게 자주 내세우면서 옹호하고 띄워주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물론 극 중에서 조준 등의 입장을 통해 약간의 현실적 묘사는 있었지만, 작중에서 정도전을 비판하는 묘사 뒤에는 다시 정도전의 속마음이나 뒷사정 등이 드러나는 장면을 삽입해 결론은 늘 정도전을 과도하게 옹호하는 분위기로 흐르곤 했습니다.


정리하면, 편집이나 스토리 전개 속도, 스토리 내용 및 캐릭터 묘사에서 나타난 결점 때문에 고려 말기 때와 같이 시청자들이 매료되도록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통해 설명하는 데는 100%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으며, 특히 조선 건국 이후 부분은 아쉬운 점으로 평가받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후 계속된 난항과 실패를 겪은 한국 정통사극에서 이 작품은 (망작들 때문에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기대치가 낮아진 점을 감안하더라도)전환점이나 부흥의 신호탄및 전기의 역할을 맡은 작품이라는 데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나 네이버, 이글루스 블로그 등지에서도 이런 평가가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찮아도 ‘정도전’에 이르러서 KBS 대하드라마의 예산이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정도전’까지 실패했다면 KBS 대하드라마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무거운 주제를 가진 대하사극도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극의 전개가 무척 빠른 편이라 90년대~2000년대 초중반 수준의 정통 사극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트렌디극에 정극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 한국 사극의 고질적인 문제들(고결하기만 한 주인공, 역사왜곡, 무리한 로맨스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50화라는 짧은 횟수가 정말 아쉬운 부분으로 만약 횟수가 조금 더 길었다면 더 디테일하게 묘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이처럼 ‘정도전’이 KBS 대하드라마가 다시 부활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지만 이후의 두 작품 ‘징비록’과 ’장영실‘이 이를 제대로 잊지 못했으며 ’장영실‘을 마지막으로 3년째 대하드라마 라인이 중단된 상황이라 더더욱 아쉬움이 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