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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 치킨게임 양상으로 확대

Chris7 2019. 5. 16. 08:17

세계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로 치닫고 있습니다. 흡사 치킨게임 양상으로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지난 9~10일 워싱턴DC 담판에서 미중간 합의에 실패한 가운데 미국이 관세 인상으로 중국에 대해 더욱 채찍을 가하고, 중국 역시 관세인상으로 맞불을 놓음으로써 미중 무역전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습니다. 세계 1, 2위의 경제 대국인 미중간 무역전쟁이 최악의 대결로 치달음으로써 세계 경제에도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13일(현지시간) 6월 1일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보복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은 총 5천140개 품목입니다. 2천493개 품목은 25%, 1천78개 품목은 20%, 974개 품목은 10%, 595개 품목은 5% 관세를 부과합니다. 이는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10일 오전 0시1분을 기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한 데 대한 보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 측의 관세 인상 발표는 이날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보복해서는 안 된다. 더 나빠지기만 할 뿐"이라고 경고한 이후에 나왔습니다. 미국은 이에 맞서 그동안 고율 관세 적용을 받지 않았던 나머지 약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 전체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입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약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절차를 개시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습니다. USTR은 이에 따라 관세 인상 공지와 관련 의견 수렴 절차를 조만간 관보에 게시할 예정입니다.


미국이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내면 중국 역시 추가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미중은 인상된 관세의 실제 적용 시기를 3주 남짓 뒤로 미뤄 미중이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향후 행보가 주목됩니다. 미국은 10일 오전 0시 1분 이후 중국에서 출발한 중국산 제품부터 인상된 관세를 적용하기로 해 관세 인상 효과가 발효되기까지는 다소 시차가 발생합니다. 중국산 화물이 선박편으로 통상 미국에 들어오는 데 3∼4주가 걸리므로 그만큼 미·중 협상단은 시간을 번 셈입니다. 중국 역시 추가 관세 부과 시점을 6월 1일로 설정했습니다. 이 기간 미중이 협상을 재개해 합의를 하거나 관세인상 발효를 지연시키면 미중 무역전쟁은 다소나마 진정될 수 있지만, 협상에 실패해 결국 관세 폭탄이 터지면 미중은 물론 글로벌 경제도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를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은 전날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중국 베이징으로 초청했다"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무역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추가적인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합의안이 도출된다면,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 간 협상 타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관련 법률의 법제화 계획을 합의문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중국이 당초 약속에서 후퇴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측 협상대표인 류허 부총리는 지난 10일 워싱턴DC에서의 협상 직후 "원칙 문제들에 대해 절대로 양보할 수는 없다"면서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미·중 무역협상이 올해 연말께 타결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중이 최근 양보 없는 대결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일부 경기지표 호조에 따른 자신감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무역전쟁 확대가 양국의 경제에 얼마만큼의 충격을 미치느냐에 따라 협상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중 모두 무역전쟁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클수록 강경일변도의 대결을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2%로 집계돼 1분기 기준으로는 2015년 이후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4월 실업률도 3.6%로 반세기만의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은 1분기 성장률이 6.4%로, 추가 하락을 멈춰 시장에 안도감을 안겼습니다. 중국의 3월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개월 만에 확장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하지만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만약 중국이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의 관세를 25%로 인상하는 보복 조치를 펼 경우 2020년까지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0.3%, 중국 GDP는 0.8% 줄어든다고 전망했습니다. 전 세계 GDP는 0.3% 깎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더해 인터넷매체인 악시오스는 14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긴 무역 전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위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 중국과의 무역 합의가 근접해 있지 않으며, 미국은 오랜 무역 전쟁으로 골치를 앓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악시오스에 "미·중 양측간 간극이 엄청나기 때문에 연말 전에 이 싸움이 해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시 주석과의 다음 달 만남을 예고하긴 했지만, 타결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기 보다는 주식 시장의 동요를 막기 위한 차원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지난 12일 방송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미·중 양측 모두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시인한 점에 비춰보듯, 중국뿐 아니라 물품 가격 인상을 부담해야 하는 미국의 소비자 및 중국의 보복관세의 타깃인 미국의 농부들 역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내다봤습니다.


악시오스는 "2020년 재선 도전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종신 주석'을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도 남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내부 강경론자와 씨름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둘 중에서 시 주석만이 권위주의의 모든 도구를 휘두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간단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습니다. "완력을 행사해야만 중국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중국이 관세를 지불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복수의 전·현직 행정부 당국자들이 악시오스에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 전직 당국자는 "다른 쪽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건 무의미하다. 관세에 대한 그의 믿음은 '신앙'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CNN 비즈니스는 '미·중 무역 전쟁이 오래가지 못할 것 같은 이유'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미국과 중국은 그저 공존하는 것이 아니다. 양국의 거대한 경제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무역 전쟁 확전이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의 번창하는 중산층은 보잉이나 애플, 나이키 등 미국 브랜드로선 매우 중요한 '성장 엔진'이며, 중국은 '구매자'로서 그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저렴한 제품에 대한 미국의 끝없는 욕구는 중국을 수백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비대한 생산지로 만들어왔다고 CNN 비즈니스는 전했습니다.


CNN 비즈니스는 세계에서 양대 경제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상호 최대 무역 파트너로,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양국이 앞으로 20년을 내다보고 미래지향적 '룰'을 구축해야 할 때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국 간 맞불식 '보복성 전투'는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경제적 관계와 나아가 국제 경제 자체를 위협할 뿐이라는 우려인 셈입니다.


무역 전쟁 과정에서 미·중 양국 모두 협상 지렛대를 강화하기 위해 관세라는 무기를 휘두르고 있지만, 소비자들과 기업들만 이러한 '십자포화'의 한가운데 볼모 잡힌 형국이라고 CNN 비즈니스는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지렛대는 비용 증가와 공급사슬 교란, 불확실성 가중만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무시무시한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CNN 비즈니스는 "낙관론자들은 무역 전쟁에 따른 고통으로 인해 그 전쟁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희망하고 있으며, 많은 경제학자는 워싱턴과 베이징이 종국적으로는 정신을 차리고 무역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무역 전쟁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빚어진 미·중 관계 손상과 불신은 회복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