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자신의 고향 같은 골프대회 마스터스에서 11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하며 '골프 황제'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습니다. 우즈는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습니다. 공동 2위 더스틴 존슨, 잰더 쇼플리,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오른 우즈는 지난 2005년에 이어 14년 만에 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주는 그린재킷을 다시 입었습니다. 우승 상금은 207만 달러(약 23억5천만원)입니다. 1997년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첫 우승을 최연소, 최소타, 최다 타수 차로 장식하며 새로운 골프 황제의 탄생을 알렸고 이후 2001년과 2002년, 2005년에도 우승한 우즈는 황제로써 극적인 부활 드라마 역시 이곳에서 연출했습니다.
마스터스 통산 5번째 우승으로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최다 우승(6회)에 바짝 다가선 우즈는 PGA 투어 통산 우승도 81승으로 늘려 샘 스니드(미국)가 가진 최다 우승(82승)에도 단 1승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즈에게는 이번 마스터스 우승이 2008년 US오픈 제패 이후 11년 동안 멈췄던 메이저대회 우승 시계의 바늘을 다시 돌린 것이어서 반갑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대회 15승째를 올리게 된 우즈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최다승(18승) 추격에 시동을 다시 걸었습니다.
또 우즈는 메이저대회에서 처음 최종 라운드 역전승을 따내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지난해부터 '천적'으로 떠오른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챔피언조 맞대결에 나선 우즈는 중반까지는 몰리나리의 빗장 골프에 갇혀 답답한 경기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몰리나리는 7번 홀(파4)에서 이번 대회 49홀 노보기 행진을 중단했지만 빈틈없는 위기관리 능력을 앞세워 좀체 선두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우즈는 10번 홀까지 버디 3개를 잡아냈지만 보기 3개를 적어내 타수를 꽁꽁 지킨 몰리나리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거스타의 악명 높은 아멘코너는 우즈 편이었습니다. 아멘코너 두 번째 홀인 11번 홀(파3)에서 몰리나리는 티샷을 짧게 쳐 물에 빠트리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2타를 잃은 몰리나리와 공동 선두가 된 우즈는 15번 홀(파5)에서 승부를 갈랐습니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킨 우즈는 227야드를 남기고 그린에 볼을 올린 뒤 가볍게 버디를 보태 마침내 단독 선두로 올라섰습니다. 티샷이 페어웨이 우측으로 벗어나 레이업을 해야 했던 몰리나리는 세 번째 샷이 물에 빠져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습니다. 한번 먹잇감을 문 맹수처럼 우즈는 16번 홀(파3)에서 1.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2타차로 앞서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18번 홀(파4)에서 티샷 실수로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와 1타를 잃었지만 우즈의 우승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한뼘 거리 보기 퍼트를 집어넣은 우즈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습니다. 캐디 조 라카바와 격한 포옹을 나눈 우즈는 22년 전 첫 우승 때처럼 그린 옆에서 기다리던 어머니 쿨디다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습니다. 딸 샘, 아들 찰리도 할머니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가 아버지 우즈에게 안겼습니다.
우즈의 우승이 확정되자 오거스타 내셔널의 모든 관객들이 일어나 "타이거"를 연호하며 기립 박수를 보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건 믿을 수 없다"고 했고, 몇 몇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22년 전인 1997년, 22세의 겁 없는 골퍼 타이거 우즈는 마스터스에서 12타 차로 우승하면서 전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보수적인 골프장에 들어오지도 못하던 흑인이 우승하면서 골프 세상이 달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2019년, 두 아이의 아버지에 일곱 차례 수술을 한 44세의 우즈가 오거스타에서 다시 우승했습니다. 2위와 차이는 1타에 불과하지만 22년 전 보다 더 큰 전설을 이뤘습니다.
우즈는 1997년과 2001년, 2002년, 2005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습니다. 우즈가 마지막 메이저 우승을 한 것은 11년 전인 2008년 US오픈입니다. 무릎 수술로 한 쪽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역대 메이저 최장 코스에서 연장 19홀을 포함 91홀 돌면서 따낸 우승이었습니다. 그러나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양용은에게 역전패하면서 불패의 이미지가 사라졌습니다. 그 해 추수감사절에는 교통사고 후 섹스 스캔들이 터지면서 정상적인 경기를 못했습니다. 우즈는 2013년 세계랭킹 1위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메이저대회 우승 경쟁에 들어가면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이후엔 허리 부상이 다시 도졌습니다.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했고 2017년 마스터스에서 그는 “더 이상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백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황제는 다시 일어섰습니다. 몸이 아파 누워 있는 동안 우즈는 많이 변했습니다. 상대를 밟고 짓이겨 승리를 거두던 과거와 다른 모습입니다. 팬들에게 사인도 많이 해주고 동반자에게도 친절해 졌습니다. 상대가 아니라 자신을 이기려 한 것입니다. 버전 2.0 타이거 우즈는 과거보다 인내심이 더 강해졌고, 바로 그 새로운 우즈가 골프 최고의 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는 지난해 초 투어에 복귀했고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즈는 3라운드 후 “지난해 우승했기 때문에 내가 다시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골프 황제 우즈는 자신의 말처럼 황제의 부활을 알리며 마스터스의 그린재킷을 다시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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