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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평양공동선언’ 채택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Chris7 2018. 9. 20. 09:13

평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진행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진전에 합의했습니다. 남북정상은 이날 ‘9월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하고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뤄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회담을 한 뒤 이 같은 내용 등이 담긴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했습니다. 평양 공동선언문에는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남북 경제협력,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 10월 중 평양예술단 서울공연,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유치 협력, 3ㆍ1운동 100주년 공동 기념행사가 포함됐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종전 선언을 포함한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다면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같은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미국 등 국제사회 전문가들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초청으로 김 위원장은 연내에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수십년 세월 지속되어온 처절하고 비극적인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군사분야합의서를 채택하였으며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4ㆍ27 남북 정상회담 때와는 달라진 한반도 비핵화 의지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이란 분석입니다. 이어 “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우리는 분단의 비극을 한시라도 빨리 끝장내고, 겨레의 가슴 속에 쌓인 분열의 한과 상처를 조금이나마 가실 수 있게 하기 위하여 평화와 번영으로 나가는 성스러운 여정에 언제나 지금처럼 두 손을 굳게 잡고 앞장서서 함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면서 “남과 북은 오늘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없애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군사분야 합의사항의 이행을 위한 상시적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반도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만들어감으로써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게 됐다”며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습니다. (이는) 매우 의미있는 성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평양공동선언문과 관련해 정부는 평양공동선언 발표를 실질적인 종전을 선언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두 정상은 이번 선언을 통해 1953년부터 지금까지 65년간 이어온 한반도 정전상태를 넘어 실질적 종전을 선언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남북 정상 간 비핵화 논의의 결과가 19일 채택된 '9월 평양공동선언'과 두 정상의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되면서 이제 시선은 미국 조야의 반응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회담은 당초 북미 간 교착국면의 돌파구를 열어 비핵화 테이블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가교 측면도 적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남북 정상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미국이 이번 회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 조기 성사 등 이후 '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북미 간 비핵화 담판의 속도와 진도, 나아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향배가 좌우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특히 미국 측은 이틀째 회담 시작에 앞서 남북 정상을 향해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조치'를 압박하는 메시지를 발신, 비핵화 수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제로 내놓은 결과물에 대해 북한의 직접적 비핵화 협상 상대인 미국이 내릴 평가가 최대 관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단 미국 행정부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화답'하고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의 공동기자회견 약 1시간만인 19일(현지시간) 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심야에 올린 트윗에서 "최종 협상에 부쳐질 것"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북한이 핵사찰을 허용하고 국제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데에 합의했다'고 의미를 평가했습니다. 남북의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유치 방침을 언급하며 "매우 흥분된다"고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북한이 비핵화에 다시 전념하고 있다.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뤘다'는 폭스뉴스의 보도를 인용한 트윗을 올렸고, 이어 기자들을 만나서는 "남북에서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 우리는 북한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직접 화법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언론보도를 인용하는 '간접화법'을 사용한 점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서 언급한 '북한의 핵사찰 허용'도 기자회견이나 공동선언에는 직접 담기지 않은 것이어서 무얼 의미하는지 불분명합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육성으로 "핵없는 한반도 노력에 대한 확약"을 언급한 뒤 문 대통령이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며 뒷받침한 이번 '비핵화 방안'은 우선 북측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의 참관하에 영구폐쇄하고 다음으로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폐기 등 조건부 추가 조치도 취해나간다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외부 참관'을 두고 북한이 그간의 '셀프 폐기' 논란에서 벗어나 미국의 검증 및 사찰 요구에 어느 정도 성의를 표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검증과 사찰은 그동안 미국이 목표로 제시해온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는 미국이 그동안 북한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온 핵 리스트 신고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즉, '미래 핵'에 대한 부분은 담겨 있지만,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물질, 핵프로그램 신고 및 폐기, 반출 등과 같은 '현재 핵'의 신고·검증·사찰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빠져있어 남북 정상 간 논의에서 어떤 식으로 논의됐을지가 주목됩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을 통해 전한 '트럼프 첫 임기 내 비핵화 완성'이라는 시간표에 대한 언급도 빠져있습니다. 이날 '종전선언'이라는 표현이 기자회견에 직접 등장하진 않았지만, 북측이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등 추가 조치를 위한 전제로 꼽은 '미국의 상응 조치'라는 것은 결국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이행과 보상을 쪼개 단계별로 배치하는 동시 행동의 원칙을 재확인한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임에 따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재방북 추진 등 북미 회담 재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작업이 탄력을 받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측은 최고 의사결정자 간 직접 소통이라는 '톱다운 협상'의 특수성과도 맞닿아있습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10월 북미 정상간 2차 핵 담판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정치적 시간표에 쫓겨 움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기류도 읽히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핵 신고와 시간표 등 비핵화의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회의론이 워싱턴 조야에서 비등한 상황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더욱 구체적 '행동'에 대한 담보 없이 담판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백악관 난맥상을 다룬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 발간과 뉴욕타임스(NYT) 익명 기고 등의 대형 악재로 내부적으로 궁지에 몰린 가운데에서 섣불리 김 위원장과 다시 마주 앉았다 '빈손'으로 돌아서게 될 경우 역풍에 부딪힐 수 있어서입니다. 핵심 참모그룹 내에서도 신중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비핵화에 대한 '어음'이 아닌 '현찰'이 확보돼야 운신의 폭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날 발표된 내용 이외에 초기 비핵화 이행 조치 등에 대한 '+α'의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입니다. 내주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중재자'인 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구체적 메시지에 어떠한 추가 보따리가 담겨 있느냐가 미국의 최종 반응을 좌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이번 유엔총회 회기 중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은 남북합의문과 김 위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상세히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특사의 방북을 지시하면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반면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도 북미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인다면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급속히 줄어들고 경색 국면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한편 평양정상회담 3일째이자 마지막날 일정을 진행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평양에서 백두산으로 갔다가 다시 평양을 들른 뒤 서울로 올 예정입니다. 원래는 평양에서 백두산으로 갔다가 곧바로 서울로 올 계획이었지만 동반할 김정은 위원장 일행을 배려한 조치로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방북단 일행은 20일 아침 일찍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떠나 백두산으로 출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물론 동행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39분 백화원 영빈관을 떠나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으로 향했습니다. 남북 정상을 백두산까지 데려다 줄 비행기는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공군1호기)’이 아니고, 물품 수송을 위해 함께 북한에 들어가 있는 공군2호기입니다. 공군2호기는 순안공항을 이륙해 오전 8시 20분 삼지연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방북 일행과 김정은 위원장 내외는 차로 백두산으로 이동합니다. 이날 날씨가 좋으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을 들렀다 내려오는 길에 천지까지 갈 수 있습니다.


차를 타고 백두산 중턱까지 올라간 다음 장군봉까지는 삭도(케이블카)를 이용할 예정입니다. 장군봉에서 천지로 가는 길은 도보로 2000여개의 계단을 지나가거나 곤돌라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백두산 동반 방문은 문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한 뒤 김 위원장이 제안한 것으로,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전격적으로 결정됐다는 후문입니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 등반을 마치면 삼지연공항에서 다시 평양으로 돌아와 공군1호기를 타고 귀환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