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4월말 판문점에서 열립니다. 문재인 대통령 대북 특별사절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 특사 방북결과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번 남북회담 성사는 지난달 1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로 방남 했던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조기 합의된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지난 2000년 6월 1차, 2007년 10월 2차 정상회담 뒤 10년 6개월 만에 열리는 것입니다.
정 실정은 “남북정상회담을 재개하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서 매우 긍정적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가급적 조기에 개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남북 공통의 입장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정 실장은 또 “남북이 정상회담 조기개최에 원칙적으로 합의해 일단 4월말로 정한 것”이라며 “특정 일자는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정 실장은 이와 함께 “지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모두 평양에서 열렸으나 제3차 정상회담은 판문점 남측 구역인 평화의집에서 한다는 상징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대화 성사와 관련 매우 긍정적이고 세계에 좋은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지켜보자는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이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7일 청와대에서 가진 오찬 회동에서 여야는 이에 대해 서로 엇갈린 반응들을 내놓았습니다. 이날 회동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참석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각 당 대표가 모두 참석해 진행됐습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있어 아주 중요한 고비를 맞이한 것 같다”며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사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밀하게 협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모두 발언에 이어 각 당 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북핵 완성의 시간을 벌어주는 그런 회담이 돼선 정말 안 된다”며 “국민한테 지울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홍 대표는 “2000년에도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지만 북한은 바로 다음날부터 핵전쟁을 준비했고, 2007년에도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북한은 핵실험을 준비했다”며 “과거에 북한에 속았던 전철을 밟지 마시길 부탁드리려고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역시 경고성 발언으로 시작했습니다. 유 대표는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고 북한의 진정성”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특사단의 활동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를 내놨습니다. 그러나 쟁점이 되고 있는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는 개헌 논의를 국회 주도로 이뤄질 수 있게 정부 주도 개헌논의를 좀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홍 대표를 향해 평화만들기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대표는 “홍 대표님과 함께 이 자리를 하게 된다는 점이 너무나 기뻤고 우리가 드디어 완전체로 모이게 됐다”며 “한국의 분단사를 극복해나가는데 보수정권이 했던 역할이 훨씬 중요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평화만들기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수준의 협치 기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마지막 발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홍 대표와 유 대표의 경고성 발언에 대해서도 “대통령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기 때문에 오해를 불식시켜도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남북 정상회담 소식에 대해 한반도 주변국들인 일본과 중국도 서로 온도차가 다른 반응들을 내놓았습니다. 우선 일본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에도 대북 압력을 약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 NHK에 따르면 6일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와 관련해 "북한이 정말로 핵·미사일 정책을 바꾸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압력을 약화할 필요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정확한 상황이 아직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더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라며 "북한은 과거에도 몇 차례나 핵 포기를 밝혔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전력이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대화로 입장을 바꾼 것은 그동안 확실하게 압력을 가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남북 대화가 핵·미사일 개발 포기로 이어질 것인지 신중하게 확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교토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당혹감과 놀라워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라며 "한국 측으로부터 직접 진의를 들어볼 때까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라는 외무성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이번 입장이 사실인지 아직 믿을 수 없다"라며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급한 대화는 오히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시간만 벌게 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 특사 대표단 방북 결과'에 대한 특별 담화에서 "중국은 특사단의 방북이 긍정적인 결과를 거둔 것에 주목한다"라며 "중국은 이를 환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겅 대변인은 "중국은 한반도의 가까운 이웃으로서 남북 관계 개선을 꾸준히 지지해왔다"라며 "관련 당사국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각자의 우려를 해결하고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번 방북 결과가 한반도와 관련 당사국들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지역 내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남북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화해와 협력을 계속 이어나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소식이 전해진지 며칠 되지도 않아 이번에는 역사적이라 할 수 있는 첫 번째 북미 정상회담소식이 전해져 또 한 번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바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 요청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안에 만나자고 화답한 것입니다.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갔던 한반도 위기 상황은 4월 말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나아가 1953년 이후 65년간 지속된 정전 상태를 종식하고 평화 시대가 막을 여는 ‘한반도의 봄’이 올지, 한반도는 역사적인 분기점을 맞고 있습니다.
특사단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습니다. 정 실장은 이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북한이 향후 어떠한 핵 또는 미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한·미 양국의 정례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우리는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한 외교적 과정을 지속하는 데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한민국과 미국은 북한이 그들의 언사를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압박이 지속될 것이란 데 있어 단합된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친서가 아닌 구두로 전달했다고 백악관은 밝혔습니다. 면담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후 트위터에서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김정은이 한국 대표단과 동결이 아닌 비핵화를 이야기했다”면서 “또한 이 기간에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큰 진전이 이뤄졌다. 하지만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만남이 계획됐다”며 북·미 정상회담을 예고했습니다.
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부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초청 수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것이다. 대통령과 그 결정에 대해 만족스러운 대화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회담 준비와 관련해선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장소와 시간은 추후에 결정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고대한다. 그사이 모든 제재와 최대의 압박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설 것”이라며 “5월 회동은 훗날 한반도 평화를 일궈낸 역사적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어려운 결단을 내려준 두 분 지도자의 용기와 지혜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특히 김 위원장의 초청 제의를 흔쾌히 수락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은 남북한 주민, 더 나아가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인의 칭송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는 남한 특사단의 방북에 이어 4월 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에선 북한 비핵화, 미국의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논의 결과는 국제법적인 한반도의 정전 상태를 끝내는 종전 선언, 북·미관계 정상화 등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문제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 변화 등 진전이 없다면 대화테이블은 언제든 엎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북한이 미국을 '만족시킬 수 있는'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느냐가 관건인 것입니다.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로는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점진적 폐기나 북한 내 핵시설 가동 중단 등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아직까지 세부적인 사항이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북한이 핵시설 중단 의사를 밝히는 등 세부적인 논의할 단계까지 와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특히 미국 강경파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들이는 등 구체적인 정책 변화 없이는 북한의 '진의'를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여전한 상황입니다. 이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검증할 방법으로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이 거론됩니다. 북한 비핵화에 강경한 입장인 일본 정부는 한미 양국과 연대해 북한 핵시설에 대한 IAEA의 사찰 수용을 요구하는 등 구체적 프로세스에 돌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백악관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에 반신반의하면서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보였습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고대하고 있다"며 "그때까지는 모든 제재와 최대한의 압박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향후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영변 사찰을 포함한 다양한 '검증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게 외교가의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남북간 정상회담은 두 번이 있었습니다. 1994년과 2007년에 있었던 회담들입니다. 북한의 정상은 김정일 위원장으로 같았으나 남한의 정상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달랐습니다. 물론 진보진영 정권이란 점은 같았습니다만... 사실 남북 정상 회담은 1980년대부터 추진되었습니다. 국제 사회가 냉전 상태에서 차츰 벗어나면서 남북한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여기서 냉전이란 공산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이 서로 적대시하던 상태를 뜻합니다. 마침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1990년 신년사를 통해 ‘남북 최고위급 회담’을 제안했고, 남한의 김영삼 정부도 남북 정상 회담을 제의해 회담이 이루어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1994년 김일성 주석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추진되던 회담도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남북 기본 합의서 이행과 북한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며 남북 정상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북한도 이에 호응해 2000년 6월 1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3일간 회담을 가졌습니다. 남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직접 만난 것은 분단된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회담을 통해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1국가 2체제의 통일 방안 협의, 이산가족 문제의 조속한 해결, 경제 협력을 비롯한 남북 간 교류의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은 ‘6 · 15 남북 공동 선언’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2007년에도 회담이 이루어졌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평양을 방문해 정상 회담을 갖고 ‘6 · 15 남북 공동 선언’의 지속적인 이행과 남북 공동 번영의 내용을 담은 ‘2007 남북 정상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 세 번째 남북 정성회담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과연 이번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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