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한심한 한국 프로야구 대표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일본에 2패

Chris7 2017. 11. 27. 08:30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 대표팀이 참가한 가운데 일본 도쿄돔에서 개최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쉽’에서 우리 대표팀은 1승2패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2패의 전적은 일본에게 패한 것입니다. 한국은 멀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내다보고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만 24세 이하 혹은 입단 3년 이내 선수들) 선수단을 구성했습니다. 선동렬(55) 대표 팀 감독이 일본이나 대만과는 달리 굳이 와일드카드 3장(25세 이상 오버 에이지)을 쓰지 않고 젊은 선수들로만 팀을 꾸린 것은 그 같은 고려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싹수가 보이는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경험을 쌓게 해 주겠다는 심산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대회를 통해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시야를 넓히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는 달리 한국은 19일 도쿄돔에서 끝난 대회 마지막 날 우승 결정전에서 일본에 완패했습니다. 단순한 결과보다는 그 내용이 너무 부실해 명색이 미래 유망주라는 우리 선수들의 낯부끄러운 현주소만 확인한 꼴이 됐습니다.

 

 

 

 

 

이 시점에서 도대체 우리 지도자들은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대표팀 코칭스탭보단 선수들 출신 고교·대학교와 소속 프로구단 지도자들). 기본조차 제대로 안 돼 있는 선수들이 관전자들로 하여금 속 터지게 만들었을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투수는 스트라이크(특히 초구)를 던지지 못해 볼넷을 남발(결승전만 8개)했고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가운데 평범한, 아주 치기 좋은 공을 던지기에 급급했습니다. 김윤동(24·KIA 타이거즈), 심재민(23·kt 위즈), 박세웅(22·롯데 자이언츠) 등 올해 국내 무대에서 나름대로 성장했다고 평가받았던 투수들이 스트라이크 던지는 법을 잊은 것 같은 투구로 코칭스태프의 애를 태웠습니다.

 

선동렬 감독이 결승전 뒤에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모른다"고 한탄 섞인 푸념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니 계속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타자들 역시 제구력이 정교한 일본 투수들에게 결승전에서는 거의 맥을 추지 못했습니다. 일본투수들은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고 한국 타자들이 2구째 유인구에 헛손질을 하면 여유롭게 삼진이나 범타로 처리했습니다. 2014년 이후 해마다 타율 3할 타자가 30명을 넘나들고 있지만, 막상 이런 국제대회를 치러본 결과 안방에서만 활갯짓한 셈이었을 뿐이라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일부 가능성을 보인 선수들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타자는 김하성(24)과 이정후(19·이상 넥센 히어로즈), 투수는 장현식(22·NC 다이노스)과 임기영(24·KIA 타이거즈)이 그런대로 제 구실을 해냈습니다. 특히 장현식과 임기영이 보여준 ‘배짱 투구’를 다른 투수들이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 유턴파 장필준(29·북일고-상무-LA 에인절스-2015년 삼성 라이온즈)은 나이로는 그리 젊다고 할 수 없지만, 국내 구단 입단 3년차로 투수진의 맏형 노릇을 해내며 국가대표 마무리 투수로서 재발견을 한 경우가 되겠습니다.

 

이번 대회에 나온 일본 투수들은 대부분(12명 중 9명) 공 빠르기가 시속 150km를 넘는데 반해 한국 투수들은 한두 명을 제외하곤 꾐수에 의존하는 투구를 했습니다. ‘파워피처’의 부재는 한국 야구, 한국 프로야구 투수진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승부에 목을 맨 아마지도자들로부터 어린 선수들에게 잔재주 위주로 이른바 도망가는 피칭을 가르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는 이유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정면 대결이 아닌 어설픈 기교를 익혀 타자를 상대하다보니 그런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투수들이 프로무대에 와서도 제 버릇을 버리지 못해 경기 시간만 질질 늘어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 투수들은 제 공에 대한 확신이 없어 배짱 있는 투구를 하지 못하고 소심증에 걸린 것 같은 투구를 해댔습니다. 국내리그에서는 그런대로 통했지만 결국 우물 안 개구리 격이었습니다. 일본은 이미 도쿄올림픽을 향해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앞으로 국내 지도자들이 기본부터 착실하게 차근차근 가르치지 않으면 이 같은 낭패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냥 비관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참에 제대로 고치지 않고 넘어간다면 앞날은 어두울 뿐입니다.

 

사실 야구계 전체의 저변만 보면 한국은 일본에 기본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우선 프로야구리그 출범 자체가 우리보다 수 십 년(약 50년) 앞서며 프로구단 수에선 한국의 10개에 대해 일본은 12개의 프로팀들이 ‘양대 리그제’로 운영됩니다(물론 프로구단 수만 보면 한국의 10개 구단은 인구대비 일본에 비해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문제는 고교야구팀이 한국은 70여개인데 비해 일본은 4천여 개가 된다는 것입니다. 웬만한 일본 고교에 야구팀이 있는 셈입니다. 학교에 야간과정이 있는 경우엔 주간부와 야간부가 따로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한국의 70여개 고교팀들이 죽자 살자 야구만하는 소위 ‘엘리트 팀’들인데 반해 일본의 4천여 개 팀들 중에는 클럽활동, 즉 취미활동 수준의 팀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작은 무명 고교팀에서의 취미 활동이었으나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엘리트 고교팀에 스카웃 되어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한다는 측면에서 이들 취미활동 팀들도 분명한 저변의 한축을 형성한다 하겠습니다. 여기에 더해 프로팀들도 산하 2군 팀들 외에 독립리그나 실업리그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프로로 스카웃 하기도해 일본은 세미프로리그격인 실업리그도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독립리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문자 그대로 2중 3중으로 야구의 저변이 형성되어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야구계 전체의 전반적 저변측면에서 비교불가의 한·일 양국이고 보면 조금 과장해서 말해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일본에 패하는게 보통이고 승리하면 이변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한 강한 파이팅과 몇몇 뛰어난 슈퍼스타들의 활약으로 올림픽이나 WBC 등에서 일본을 앞서는 성적을 종종 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안타위주의 작은 야구를 지향하는 일본에 비해 선일 굵은 야구를 지향하는 한국 프로야구 스타일이기에 때때로 한·일전에서 홈런을 앞세운 역전승을 이끌어 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설혹 일본에 패하더라도 경기내용에 납득이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19일 일본과의 우승 결정전에서 우리 젊은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한심한 모습이었습니다.

 

이처럼 위에서 구구절절이 설명한 한·일 야구의 차이점에 더해 또 하나 현재 한국 프로야구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선수들의 일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한화 이글스의 김원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막말 논란 끝에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습니다. 한화의 또 다른 선수도 22일 일본 캠프 기간 성추행 혐의를 받아 긴급 체포됐습니다. 한화-KIA를 거친 유창식은 10일 전 여자친구 성폭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으며 법정 구속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또 다른 한화 소속 안승민은 17일 불법도박 혐의로 벌금형을 구형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프로팀에 지명된 유망주 고교선수는 지난 21일 학교 내 폭력 행위로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유독 최근의 불미스런 일들이 한화 이글스에 집중되고 있는듯하지만 이들 외에도 최근 몇 년간 한국 야구계에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났습니다. 음주운전, 승부조작, 불법도박, 음란행위, SNS 막말 논란 등이 계속해서 터지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야구이지만 방송·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선수들의 일탈 소식에 야구팬들도 크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리그 전체 이미지와 품위를 손상시키는 요즘입니다.

 

이에 대해 허구연 KBO 야구발전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크게 보면 우리나라 학원 스포츠의 문제가 드러났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 상식이 안 된 것이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연장선상이 되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허 위원장은 "프로에 들어오기 전 아마추어 때부터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다 큰 성인을 교육하는 게 쉽지 않다. 어릴 때부터 소양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야구계 전체가 창피함을 알고 아마추어부터 문제의식, 책임의식을 갖고 해야 한다. 제도를 통해서 개선해는 것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문제가 계속 반복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야구에도 관심을 쏟고 있는 허 위원장은 아마야구 지도자들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허 위원장은 "리틀야구에서도 어린 선수에게 야구 과외를 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초등학교 3~4학년 학생들에게 슬라이딩만 100번 넘게 시켜서 발목이 나가 운동을 못하게 된 일도 있다고 한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렇게 흘러가선 안 된다"고 씁쓸해했습니다. 허 위원장은 또한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경각심을 느끼지만 오래 못 간다. 지금부터라도 5~10년을 내다보고 시스템으로 문제를 예방해야 한다. 어른들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즉 야구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인성 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그 중심에는 아마추어 지도자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야구계 원로의 따끔한 조언을 한국 야구계 전체가 깊이 숙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