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부터 방영시기를 두고 오랜 기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이 드디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초 히트작 ‘대장금’ 이후 긴 시간 연기 활동이 없었던 배우 이영애의 컴백작이자 제작비 2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기도한 ’사임당‘이 드디어 시청자들에게 첫 선을 보인 것입니다. 이 작품은 애초 지난해 10월 '끝에서 두번째 사랑' 후속으로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중국 사전 심의 때문에 방송 일정이 밀려 '푸른바다의 전설' 후속작으로 확정돼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중국당국의 속 좁은 ’한한령‘의 여파로 결국 제작사의 애초 의도대로 한중 동시방송은 실현되지 못한 것입니다. 지난 26일 1회와 2회가 연이어 동시 편성된 ’사임당‘은 16% 대의 좋은 시청률로 일단 스타트를 끊긴 했으나 드라마를 지켜본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대와 호평을 끌어내는데 엔 일단 실패한 듯한 모양새입니다.
‘사임당’은 조선시대 최고의 여류 화가이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유명한 사임당 심씨의 일대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제작진 측에 따르면 말입니다). 특히 '사임당'은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2004년 MBC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지구촌 곳곳에 한국 드라마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장본인인 이영애가 긴 휴식시간을 뒤로하고 13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원조 한류스타이자 최근 중국배우 유역비와의 열애소식으로 세간의 이목을 모았던 송승헌까지 가세했습니다. 단아한 이미지의 이영애가 그려낼 사임당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송승헌과의 호흡은 어떨지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작품의 스케일도 대작의 풍모를 풍깁니다. 총 제작비 216억 원을 투입, 2015년 8월부터 2016년 6월까지 10여 개월에 걸쳐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사전제작 드라마는 준비 기간이 길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즉각적인 피드백은 불가능하다는 핸디캡도 있어 어떤 결과물이 탄생했을지 역시 많은 이들의 귀추가 모였습니다.
하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일까요? 첫 1.2회 방영분을 시청한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엔 스토리 진행과 배우들의 연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 많은 상황입니다. 일부에선 여전한 미모의 주연배우 이영애의 외모 외엔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는 혹평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이영애는 이전엔 딱히 우려감이 없었던 연기력에 대한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습니다. ‘너무 오래 쉬어서 연기감이 죽은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특히 드라마의 주요 설정 플롯인 ‘타임슬림’에 대한 불평이 큰듯합니다. 시간대를 앞뒤로 거슬러 교차하며 스토리가 진행되는 ‘타임슬림’은 최근 히트작 ‘도깨비’와 ‘사임당’의 전작인 '푸른바다의 전설'에서도 차용된 설정인데, 이 설정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저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도깨비’와 ‘푸른바다의 전설’이 종영된 뒤 ‘사암당’이 방송을 시작하다보니 왠지 시대조류를 따라한 듯한 모양새이기도 하지만 거의 2.3년 전부터 기획된 사임당이고 보면 이 부분에선 억울한 측면도 있으나 식상한 포맷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냥 본격사극이었으면 나았을 것이란게 중론입니다.
최근 대작 드라마들의 공통분모중 하나이기도 한 간접광고 PPL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있습니다. 가족끼리 간 레스토랑과 이영애가 야채를 갈아 넣던 믹서기까지, 누가 봐도 PPL이 분명한 장면 설정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찌푸리게 했을 것입니다. 물론 제작비 충당이란 현실적 상황과 해외 방송시 부가적으로 따라올 광고 품목들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생각하면 그냥 눈감고 지나칠 수도 있을법하지만 첫 두편의 내용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다보니 이 역시 지적사항중 하나가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드라마 스토리 진행이 처음부터 끝가지 우연의 연속이라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애초에 이영애의 현생과 전생을 다룬다는 것이 필연적일 순 없겠으나, 중요한 모든 사건을 우연에 기댔습니다. 여기에 더해 드라마속 등장 캐릭터를 풀어가는 방식도 진부해 보였습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너무 단편적인 것입니다. 박은영 작가가 뼈아프게 들어야한 고언이라 생각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윤상호 PD가 맡은 연출 또한 ‘쌍팔’년도 혹은 90년대식 촌스러운 드라마를 보는듯하다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CG는 어설펐고, 전생과 현생이 이어질 때의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전생과 현생이 각기 다른 드라마처럼 따로 노는 산만한 인상을 받은 것입니다. ‘제작비 200억 원이 어디로 갔을까’라는 물음표를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드라마 ‘사임당’이 이영애와 송승헌의 공동주연이라고는 하나 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게 있어선 이영애 단독주연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만큼 예전 드라마 ‘대장금’속의 장금이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큰 탓일 것입니다. 물론 이에는 배우 송승헌에 대한 과거 ‘안습 연기력’에 대한 잔상이 큰 탓도 있을 테지만 말입니다. 사정이 사정인지라 ‘사임당’속의 이영애는 ‘대장금’속의 이영애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고 두 드라마 역시 필연적으로 비교 관찰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드라마 ‘대장금’은 만인(거의 만인...)이 인정하는 메가 히트작이자 완성도 높은 사극이었습니다. 자칭 사극 매니아인 저 입장에서 역사적 고증(딱히 역사적 팩트에 대한 사실고증보단 존칭이나 예의범절 같은 소소한)부분에선 불만이 다소 있었으나 이만한 재미를 느낄만한 사극이 과거 또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당시에 몰입해서 시청했던 드라마였습니다. 다소 옆길로 세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완성도 높은 국내 사극으로 꼽는 작품은 유동근 이미연 주연의 ‘명성황후’입니다. 워낙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이었던 탓인데, 반면 아기자기한 재미는 ‘대장금’이 앞선다고 해야겠지요!
‘대장금’속 주인공 장금이는 참으로 파란만장한 인생 롤러코스트를 타며 수많은 역경들을 헤치고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간 인물입니다. 그 과정에서 장금이는 한상궁이나 의녀 장덕 같은 인생 스승들을 만나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최상궁과 금영이로 대변되는 강력한 적들과 난관을 만나 업그레이드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그 어려움들을 이겨나갑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무리 없이 순차적으로 시청자들의 관심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강덕구와 연생이 같은 조연급 배우들의 감초연기까지 더해지며 시너지 효과가지 더해졌던 것입니다. 물론 지금 돌이켜 보면 남자 주인공역의 배우 지진희의 연기가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넘길만하다 여겨집니다.
이렇듯 '대장금'속의 장금이는 흡사 RPG 게임속의 주인공 캐릭터가 하나하나 자신의 능력치를 향상시켜 나가다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보스몹’을 잡으며 피날레를 장식하듯 드라마를 숨죽이며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를 군데군데 해소시켜가며 54부작의 긴 흐름을 전혀 무리 없이 진행시켜나갔습니다. 위의 글에서 이제 첫 주 두회의 에피소드가 방송을 탓을 뿐인 ‘사임당’을 두고 너무 과한 비판을 가한 듯한 면도 있으나 주연 배우 이영애의 전작이었던 ‘대장금’에 대한 추억과 감동이 워낙 컷던지라 이번에도 그러한 여운이 남는 드라마를 기대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언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절거렸습니다.
사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번 ‘사임당’ 방송을 앞두고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하진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사극을 포함한 최근 국내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에 없는 탓도 있는터에 ‘사임당’의 스토리 진행이 ‘타임슬립’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큰 실망을 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남자 주인공이 송승헌이라니... 송승헌 개인과 그의 팬 분들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전 송승헌하면 아직도 99년 작 드라마 ‘해피투게더’속의 그의 ‘안습 연기’가 떠오를 뿐입니다. 사실 최근 그의 연기를 본적이 없는지라 쉽사리 판단할 순 없으나 이번 드라마에선 어떨지, 더군다나 사극인데...
‘사임당’은 30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가진 드라마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임당’은 100% 사전 제작드라마인지라 극의 완성도와 출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사후 보정이 불가합니다. 기껏해야 부분적인 편집정도가 가능할 뿐입니다. 이제 막 항해를 시작한 ‘사임당’호는 꽤나 높은 시청률 속에 순항을 시작한 듯 하나 드라마 자체가 가진 약점역시 도드라졌습니다. 또한 시청자들의 연령층에 따라 선호도도 크게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사전 제작드라마이다 보니 이에 대한 보완작업이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과연 ‘사임당’이 대작드라마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올 한해 최고의 화제작이 될지, 그리고 13년 만에 드라마 컴백을 한 이영애가 연기는 안보이고 얼굴만 보인다는 초반 혹평을 딛고 장금이의 옛 명성을 회복할지 조금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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