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의 시청률 독주가 무섭습니다. 동시간대 공중파방송 경쟁 작들인 ‘화랑’과 ‘역적’을 멀찌감치 뒤로 따돌리고 월화드라마 부동의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2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전일인 20일 방송된 SBS ‘피고인’ 9회는 시청률 21.4%(이하 전국기준)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 방송분이 기록한 자체최고시청률인 22.2%보다는 0.8%P 하락한 수치지만 여전히 동시간대 1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이 같은 수치는 주중 드라마들 중 가장 높은 시청률로 17%대의 KBS2 수목드라마 ‘김과장’ 보다도 높은 것입니다.
이 처럼 ‘피고인’이 높은 시청률 속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데엔 여러 요인들이 있겠으나 우선 주연배우 지성의 호연을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성은 극중 아내와 딸을 죽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박정우 역을 맡았습니다. 지성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자기 자신과의 사투를 벌이는 박정우의 심리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자신이 정말 가족을 죽인 것인지 괴로워하고, 믿었던 친구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가슴 아파하며 기억의 파편을 끄집어내고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짠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지성의 부성애 연기는 일품이었습니다. 지난 13일 방송에서는 박정우가 체포 첫날 딸 아이와 전화통화를 했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박정우는 엄마의 안부를 묻는 딸을 안심시키기 위해 애썼고,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아내를 죽인 범인이라고 자백했습니다. 얼굴에 핏대를 가득 세운 채 오열하는 지성의 연기는 처참한 박정우의 심경을 그대로 안방극장에 전달해냈습니다. 또 자신의 도움으로 출소한 이성규(김민석)이 면회를 와서 한 말을 토대로 아직 딸이 살아있음을 깨닫고 안도감에 오열하는 모습 역시 시청자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습니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지성이지만, 이번 작품은 단연 역대급이라는 평입니다.
‘피고인’의 높은 시청률에는 ‘피고인’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 또한 자리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1회부터 휘몰아치는 전개를 보여줬습니다. 2회부터는 감옥에 갇힌 박정우에게 ‘박봉구’, ‘벨소리’, ‘16K’ 등의 단서를 하나씩 부여하며 궁금증을 높여갔습니다. 여기서 관건은 ‘피고인’의 주인공이 단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시청자들이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단서를 풀어나가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시청자와 주인공은 같은 위치에서 수수께끼를 헤쳐 나갑니다. 이로써 시청자들의 능동적 참여가 가능해지며 극의 몰입도 또한 자연스레 높아진 것입니다.
단서와 단서 사이에 반전을 끼워 넣은 연출 또한 재미를 더했습니다. 시청자들이 박정우 검사가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그가 범행 시각에 집에서 나오는 장면이 찍힌 CCTV가 보여 졌고, 아무도 강준혁 검사(오창석)를 의심하지 않았던 때 그의 미심쩍은 정황이 공개됐습니다. 5회에서는 다시 윤태수(강성민)가 박정우라는 이름표가 든 트렁크를 산에서 발견함으로써 스토리는 미궁에 빠졌습니다. 6회에서는 자신이 딸 하연(신린아)을 죽인 거라고 확신한 박정우가 자살을 시도하려고 하는 순간, 같은 감방에 있던 성규(김민석)가 돌연 자신이 하연을 죽였다고 고백하며 ‘최고의 1분’을 기록했습니다. 이 엔딩 장면은 최고 시청률 23.28%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유연하고 오픈된 구조를 가동시키는 엔진은 두말할 것 없이 주조연의 탄탄한 연기력입니다. 위에서 서술했듯 주연배우 지성의 호연에 더해 김민석과 강성민 또한 흔들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지성의 캐릭터를 뒷받침했습니다. 또한 엄기준은 첫 회부터 촉망받는 재벌 2세 형 차선호와 그 형에 대한 열패감이 가득한 동생 차민호의 1인 2역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5회에서는 차선호의 아내 나연희(엄현경)를 사랑했던 차민호의 과거가 처음 밝혀졌고, 엄기준은 이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시사했습니다.
‘피고인’은 이처럼 매회 새로운 단서로, 배우들의 진화하는 연기로,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피고인’만의 독특한 매력을 하나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고구마 전개’라는 일부의 비판도 있으나 ‘피고인’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지속 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이러한 특색 있는 매력에 기안하고 있습니다. 현재 어정쩡한 트랜디 사극인 KBS2의 ‘화랑’은 물론 초반 배우 김상중의 명품사극 연기가 주목을 끌었음에도 10%의 시청률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역적’ 등 동시간대 경쟁 작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는 ‘피고인’의 향후 전개가 어떨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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