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공항가는 길’ 감성멜로와 막장사이에서 갈피 못 잡는 드라마

Chris7 2016. 10. 18. 09:46

드라마는 극 초반만 해도 단순히 ‘불륜’이라고만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정도로 애틋한 인간적 감성과 교감을 다루는 듯 했습니다. 물론 가정이 있는 남자와 여자가 ‘교감’이라는 단어로 어울릴 수 있는 관계인지 의문이 들겠지만 이들의 현재 상황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정서 교감에 더 무게가 실리며 새로운 장르의 멜로물이 탄생하는 듯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중반을 넘어서며 점점 자극적인 불륜극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배우자가 있는 남녀의 정신적 교감을 뛰어넘어 결국 진한 애정행각을 보이는가 하면, 출생의 비밀까지 더해지며 막장극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아침드라마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지극히 평범한 막장드라마로 치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KBS 2TV 수목드라마 '공항가는 길'(극본 이숙연/연출 김철규)이야기입니다.





‘공항가는 길’은 배우자가 있는 이들 간의 사랑이라는 자극적 소재를 아련한 감성으로 풀어내는 작품입니다. 주인공들인 두 사람 최수아(김하늘 분)와 서도우(이상윤 분)는 한마디로 불륜에 빠져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두 사람은 ‘전 우주(?)가 온 맘을 다해서 엮는 절절한 로맨스’의 주인공들이기도 합니다. 어딘가 서로 닮은 듯한 분위기의 김하늘과 이상윤은 전에 보지 못한 감성적인 케미스트리를 만들어가며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러나 극이 점차 진행되면서 주인공 두 사람은 결국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섰고, 정신적 교감에서 벗어나 육체적 교감까지 하기에 이릅니다. 불륜이라는 금기를 결국 넘어선 셈입니다.


지난 13일 방송에서는 두 사람 사이를 알아차리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져 전개의 폭을 더했습니다. 이 날 '보고싶다'라는 서도우의 연락을 받고 달려간 최수아는 그와 진한 키스를 나누고 밤을 함께 지새웠습니다. 그래도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 사이'를 원하고 있지만 남자주인공의 아내, 여자주인공의 친구 등 주변사람들이 차례로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비밀은 깨지고 변화는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두 사람의 키스신은 절절했지만 그 만큼 보기 불편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굳이' 그런 표현을 넣지 않아도 두 사람의 마음을 알겠는데, 불륜이라는 소재 때문에 아무래도 거슬린다는 의견인 것입니다. 사실 드라마 속 키스신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불륜'이란 금기시된 소재가 시청자들과 주인공들 사이의 거리를 넓히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 드라마에는 이른바 막장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출생의 비밀도 있습니다. 그 동안 '공항가는 길'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것 중 하나가 애니(박서연 분)와 김혜원(장희진 분)의 관계. 서도우는 미혼모였던 김혜원이 딸 애니를 홀로 키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그녀와 결혼했고, 애니를 친딸처럼 아꼈습니다. 그러나 혜원과 애니 사이에 비밀이 존재했음이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김혜원이 아이를 낳았지만, 그 아이를 키운 것은 혜원이 아니라 아이의 친부였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로 인해 혜원을 향한 서도우의 신뢰는 깨져버린 상황입니다.


‘공항가는 길’의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필요로 하는 작품입니다. 시청자들로부터 따뜻한 시선을 받지 못한다면 그저 톱스타를 앞세운 불륜 드라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입니다. 막장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출생의 비밀도 등장하고, 게다가 불륜을 나누고 있는 두 남녀의 배우자들은 최악의 남편이자 아내로 그려지기까지 합니다.


과연 '공항가는 길'은 이런 소재주의에 함몰되지 않은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지극히 현실적이거나 아니면 막장이거나. 시청자들의 반응들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들 중 가장 문제작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불륜이라는 소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작품과 금기를 넘어선 아름다운 로맨스. 아직도 둘 사이에서 평이 오가는 '공항가는 길'은 과연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까요? 감성멜로와 막장불륜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드라마가 애초의 기획의도처럼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