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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정치적 성향과 여성 정치인 전성시대

Chris7 2016. 10. 15. 10:46

지난 6월의 ‘브렉시트’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영국의 집권 보수당이 오랜만에 배출한 정치 스타 데이비드 캐머런(51) 전 총리가 낙마하고 맙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심심치 않게 회자되는 ‘합리적 보수’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캐머런 전 총리의 사퇴 후 당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새 총리에 오른 이가 바로 테리사 메이(60) 현 총리입니다.


영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자리에 오른 메이 총리는 취임 후 그간 흐트러진 당내와 국내 정치권을 추스르며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여 왔습니다. 그랬던 그가 슬슬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의 본색은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도, 정치적 경쟁관계에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도 달랐습니다. 경제 해법은 좌파적인데 이민 문제에는 강경한 편입니다. 경제적 불평등과 이민 유입에 불만이 많은 노동자 계층을 잡으려는 전략입니다.





메이 총리는 지난 5일 보수당 대회에서 연설했습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사회적 이슈에선 좌파가, 경제 문제에선 우파가 이겨 ‘자유시장 경제를 신봉하는 문화적 진보주의’라는 절충안이 득세했는데 메이는 딴판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메이 총리는 “사회주의 좌파와 자유주의 우파라는 이념적 전형을 거부하고,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새로운 중심지대(center ground)를 받아들일 때”라고 말했습니다. 정부 역할 강화에 방점이 찍히는 대목입니다. 지난 수년간 보수당 정권은 정부 개입을 줄여왔습니다.


불평등을 바로잡고 평범한 노동자에게 유리한 경제를 창출하는 게 메이 총리가 말하는 정부 역할입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희생이 가장 컸던 계층은 돈 많은 사람이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탈세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을 엄히 다스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경제 인식은 반기업적인 에드 밀리밴드 전 노동당 대표를 연상시킨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했습니다. 자유시장주의 신념이 투철했던 대처와 갈라지는 대목입니다.


반면 사회 문제에선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 전 대표를 능가할 정도로 강경보수 성향을 나타냈습니다. 메이는 애국주의를 혐오하고 이민 우려를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하는 진보 정치인·평론가를 비난했습니다. 또 기업이 외국인을 얼마나 고용하고 있는지 공개하도록 해 내국인 고용 비율이 낮으면 망신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확고한 이민 반대 입장은 메르켈 총리와 대척점을 이룹니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사설에서 “정부가 경제·사회적 선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의 연설이었다”며 “메이가 말한 진짜 변화가 가능한지 여부는 정책과 행동이 보여줄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한편 대서양 건너 미국에선 대선일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로선 가뜩이나 쉽지 않은 선거였는데 2차 TV토론을 앞두고 터진 남세스러운 내용의 녹음파일 파문으로 양 후보 간 격차가 더 벌어져 버린 때문입니다. 만약 이번 미 대선에서 클린턴이 승리한다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영국의 메이 총리와 독일의 메르켈 총리에 이어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까지 서구권 주요국가의 정부 수반이 모두 여성인 사상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 더불어 한국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있고 보면 가히 ‘여성 정치인 전성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메이 총리와 메르켈 총리의 경우 소속 정당들은 보수성향이지만 개인의 정치성향은 비교적 중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비해 클린턴은 진보적 색채의 민주당 소속이지만 그 역시 중도적 성향이 짙은 정치인입니다. 거기다 세 사람의 개인적 성향도 강한 투사적 이미지 보단 온화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개개의 정치적·경제적 이슈들에선 조금씩 다른 입장을 보이기도 합니다. 과연 같은 듯 다른 이들 세 사람의 여성 지도자들이 펼쳐갈 리더십 경쟁도 앞으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