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대박’이 방송시작과 함께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말 그대로 대박의 조짐을 보였으나 회 차가 거듭될수록 왠지 힘이 달리는 모습입니다. 시청율면에서도 방송 첫 주 1위였던데 비해 동시간대 경쟁 작인 KBS 2TV ‘조들호’에 밀려 현재 2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드라마 주요배역 중 하나인 숙빈 최씨역의 배우 윤진서가 있습니다.
방송 초반 ‘대박’을 향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최민수 전광렬 이문식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대결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다져온 장근석 여진구의 연기력이 상당한 재미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것이 현재 시청자들의 입에선 한숨이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윤진서의 아쉬운 연기력이 ‘대박’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대박’은 정통이라기 보단 퓨전사극이라 할 수 있기에 스토리 전개나 역사적 고증 등은 논외로 치겠습니다(비단 ‘대박’ 뿐만이 아니라 여타 사극에서도 가공의 인물이나 허구의 사실 등을 드라마 뼈대로 삼더라도 호칭이나 예절 등 의례부분만은 고증에 힘을 좀 썼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만...).
지난 3월28일 방송을 시작한 ‘대박’은 방송 전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쟁쟁한 출연배우 진을 향한 기대감이 컸던 이유에서입니다. 물러섬이라곤 없는 카리스마 대결과 눈빛만으로도 압도되는 최민수와 전광렬의 열연, 그리고 어느 배역이나 맞춤옷 인양 소화하는 이문식의 감초연기는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3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장근석과 여진구 역시 기대만큼의 연기로 호응을 더했습니다.
하지만 윤진서가 등장할 때마다 “맥이 끊긴다”라는 시청자의 반응이 처음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진서가 맡은 숙빈 최씨는 극중에서 백만금(이문식)의 아내이자 궁의 무수리 복순에서 이인좌(전광렬)의 도움으로 숙종(최민수)의 눈에 띄어 결국 왕의 여자가 되는 인물입니다. ‘대박’의 주인공 대길(장근석)과 연잉군(여진구)의 어머니로 이 둘이 얽히게 된 운명의 서사에 한몫을 하는, 극 초반 중요한 캐릭터인 것입니다. 왕의 눈을 단박에 사로잡을 정도의 매력, 천하의 장옥정(오연아)도 긴장케 만드는 존재감, 제가 낳은 자식을 떠나보내야 하는 어미의 절절함과 제 품에 남은 자식만은 지키고자 하는 마음까지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윤진서에게 캐릭터의 복잡하고도 깊은 감정을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걸까요? 그는 ‘대박’ 첫 회부터 작품 속 유일한 연기력 논란의 주인공으로 찍혔습니다. 윤진서의 부정확한 발음과 희로애락을 읽을 수 없는 표정이 지적받았던 것입니다.
2001년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한 윤진서는 결코 신인 배우가 아닙니다. 사연이 담긴 듯한 윤진서의 마스크는 관심을 끌기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필모그래피를 쌓았지만, 윤진서의 연기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부정확한 발음은 작품마다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데뷔 15년차 배우가 된 현재도 연기력 논란이 있다는건 한번쯤 심각히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문제는 윤진서외에 담서 역의 배우 임지연 역시 시청자들에게 쓴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입니다. 담서는 숙종으로 인해 제 아버지를 잃었기에 그를 원수로 알고 자란 인물이자 대길과 연잉군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여인입니다. 빠른 몸놀림에 능수능란한 칼 솜씨, 미색까지 갖춘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아직 캐릭터가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임지연이 연기하는 담서 역시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난해하다는 평입니다. 복잡한 감정 선을 소화하기 힘든 임지연은 ‘상류사회’등 그가 출연했던 전작만큼의 매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진서와 같이 임지연 역시도 사극연기의 허들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극엔 분명 현대물과는 다른 사극만의 독특한 대사 전달력과 표정연기 등이 수반되어야합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연기자들이 사극만의 그러한 색깔을 맞추지 못하고 현대물 연기를 하듯 어정쩡한 모습에 머무는 경우를 많이 보여 왔습니다. ‘대박’의 윤진서와 임지연이 바로 그런 경우라 하겠습니다. 다행이 회가 거듭될수록 임지연의 연기가 경우 다소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윤진서와 함께 드라마의 발목을 잡고 있긴 마찬가지입니다.
‘대박’은 1회부터 최민수의 카리스마 있는 ‘숙종’연기가 극찬을 받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거기다 사극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전광렬까지 남배우들의 화려한 활약까지 더해졌습니다. 하지만 윤진서 등 여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은 드라마를 ‘남배우들의 하드 캐리’라는 놀림거리로 전락시키고 말았고 갈수록 왠지 힘이 빠진 듯한 모습이어서 안타까움마저 들게 합니다. 24부작으로 기획된 ‘대박’은 이제 그 절반인 12회를 마쳤습니다. 부디 앞으로 펼쳐질 ‘대박’에서는 드라마 흐름의 맥을 끊는 윤진서와 임지연, 그중에서도 특히 윤진서의 맹활약(?)을 더 이상 보지 않게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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