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

친박계의 의도적 공천보류로 정치적 중량감만 더 높아진 유승민 의원

Chris7 2016. 3. 20. 11:08

19일 발표된 새누리당 총선 후보 경선 결과에서 친박 핵심 김재원 의원 등 현역 8명이 추가로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최대의 관심사인 유승민 의원 공천 문제는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새누리당의 공천 작업은 재개됐지만 막판 쟁점인 유승민 의원 공천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인 것입니다.








새누리당 공천 파동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19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대구에 있는지, 서울에 있는지조차 묘연한 상황입니다. 공개 활동을 중단한 지 벌써 닷새째입니다. 새누리당의 공천 작업도 파행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대구 유 의원의 자택과 유 의원의 어머니 집 앞에는 기자들만 모여 있다 합니다.


유 의원은 “공천위가 다음 수를 둘 때까지 아무 움직임도 없을 것”이라고 보좌진을 통해 전한 이래 침묵만 지키고 있습니다. 공천에서 탈락해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조해진 의원에게 전화로 “용기 있게, 힘 있게 하라. 그렇게 당당하게 하라”고 말했다는 소문만 들렸습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18일 서울에서 유 의원을 압박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대구에서 3선(의원)을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당의 혜택을 그 정도 받았으면 많이 누린 것 아니냐”며 “이제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천 신청자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했던 데서 나아가 유 의원에게 빨리 탈당하라는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유 의원은 반응이 없었습니다. 의원실을 통해 “공식 발표가 아닌, 언론을 통한 우회 압박에도 응하지 않기로 했다”는 말만 간접적으로 전했을 뿐입니다.


이 위원장과 유 의원이 서로 “공천 탈락”(이), “자진 탈당”(유)이라는 속내를 꺼내지 않는 건 두 사람 모두가 잘 아는 대구 정서 때문입니다. 이 위원장도 대구에서 4선을 했습니다. 현재 유 의원에 대한 대구시민의 대체적 평가는 ‘대통령에게 밉보인 지역 인재’다 입니다. 대구의 다른 ‘진박’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들도 이런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유 의원이 똑똑한 건 알지만 당의 원내대표가 대통령에게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비판하면서도 서울의 공천관리위원회만큼 살기는 없는 편입니다.


유 의원 자택을 지나치는 이웃 주민들은 줄지어 서 있는 취재 차량을 보며 “대통령이랑 사이가 틀어졌다카더니 이제 어카노”라며 걱정의 말들을 하다 합니다. 유 의원이 잘못한 게 있지만 매몰차게 몰아내선 안 된다는 이 정서는 적어도 대구에선 통하는, ‘친박+친유’ 정서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구 시민들의 친박 정서는 공천 학살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아, 대통령 무섭네요. 큰일 하시는 분이 벌써 1년 가까이 지난 그 일을 용서 못하시네”와 같은 목소리가 적지 않은 형편입니다. 유 의원의 선거사무소에 하루 종일 걸려오는 전화의 대부분은 유 의원을 응원하는 내용이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한구 위원장과 친박계의 의도적 고사 작전에 유 의원의 정치적 중량감만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친유승민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권은희 홍지만 두 명이 공천에서 탈락한 시기(14~15일)에 이뤄진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대선주자들 중 유 의원의 지지율은 18.7%로 김무성 대표(19.3%)에 이어 2위였습니다. 동정심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대치 국면이 2~3일 더 계속되면 공천위가 유 의원을 탈락시키지 않더라도 이재만 전 동구청장과의 경선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이틀이 걸리는 경선과 이후 최고위 의결까지 거치려면 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등록 시한(25일)을 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고위 당직자는 “공천위가 결정을 미루면 대구 동을 지역구에선 두 후보 모두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르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4.13 총선 정국 최대의 화두인 유승민 의원의 공천여부와 관련해 문뜩문뜩 드는 생각은, 물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만, 새누리당 친박계에서 의도적으로 유 의원 띄우기를 하는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현실적 가능성이 없는 생각이들 정도로 최근의 상황은 이례적이라 하겠습니다. 공관위와 이한구 위원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친박계의 의도적 유 의원 공천보류는 앞서 언급되었듯이 유 의원의 정치적 중량감만 높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이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공천여부와 그의 향후 행보입니다. 다음 주 내엔(아마도 23일 까지)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나올텐데, 과연 향후 어떤 정국이 펼쳐질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