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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안풍’ 부활은?

Chris7 2016. 3. 11. 09:24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62)가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야권 연대 거부’ 방침에 반발해 당무를 전면 거부키로 했습니다. 천 대표는 ‘탈당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안 대표가 야권 연대 불가 방침을 고수할 경우 당이 쪼개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에 앞서 안 대표는 김한길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도 ‘야권 연대’ 문제로 정면충돌 했었습니다. 야권 연대를 둘러싼 국민의당 내홍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입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정국을 흔들었던 ‘안풍’의 주역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정치인생 최고의 위기에 빠졌습니다. 4년 전 총선 직전인 2012년 1월 조사만 해도 차기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안철수 의원은 박근혜 후보 26.7%에 이어 23.6%의 지지를 얻으며 박근혜 대세론에 균열을 만들 정도로 ‘안풍’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4년이 지난 지금 4.13 총선을 앞두고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실시한 2016년 2월 조사(21-22일)에서 4.8%의 지지를 얻어 군소후보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반기문 21.5%, 문재인 12.6%는 물론 김무성 7.9%, 박원순 7.6%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2015년 12월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여 1월 중순 창당선언을 하고,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 합당을 이끌 때만해도 적지 않은 기대감을 모아내고 있었습니다. 2015년 12월 13일 탈당 직후 실시한 한국갤럽조사에서 탈당이 잘못한 일이라는 평가는 25%에 그친 반면, 탈당을 잘했다는 평가는 44%에 달해 제2의 ‘안풍’의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게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못하고 창당 후 불과 1달 여 만에 국민의 당 지지율은 한 자리 수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최근 테러방지법 지연을 위한 필리버스터,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의 전격적인 통합제안과 이에 대한 국민의당 지도부의 혼란이 나타나며 정치적으로 곤혹스런 상황입니다.





2012년 대선 당시 선거정국을 흔든 소위 ‘안풍’의 진원지로 중도무당파층을 꼽는데 이는 반만 맞는 얘기입니다. 안철수 현상은 확실히 중도무당파층의 양당 정치에 대한 불신을 한 축으로 하되, 동시에 전통적인 야당지지층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다른 한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지지층은 동아시아연구원 패널조사(8월) 기준으로 민주통합당 지지자(42.2%)와 무당파(40.2%)가 반반씩을 자리 잡았습니다. 반면 당시 문재인 지지층은 민주통합당 지지자가 과반(50.4%)을 구성한 반면 무당파는 28.9%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통진당은 제3정당 지지자들이 17.4%로 지지율 열세를 보완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민주통합당 지지지와 당시 무당파의 경우 기존 정당에 대한 시각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정부여당에 비판적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중도/무당파층은 정부여당과 함께 기존 야당에 대해서도 심판하고자하는 심리가 강했습니다.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과 야당에 대한 심판에 대한 태도를 교차해보면, 19대 총선 당시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여당에 대해서만 심판해야 한다는 입장이 45.4%로 가장 많았고, 여당과 야당 모두를 심판해야 한다는 동시심판론은 37.4%에 그쳤습니다. 반면 무당파의 경우 정부여당과 야당을 동시에 심판해야 한다는 입장이 44.4%로 가장 많았고, 정부여당만 심판해야 한다는 입장이 22.9%이었습니다.


야당심판에 대한 입장 차이는 실제 선거전략에 대해서도 강한 이견을 낳았습니다. 민주당 지지자의 68.5%가 당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해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 무당의 경우 독자후보로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 43.1%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 39.9%보다 우위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독자노선을 고수하면 전통적인 야당지지층이 이탈하고, 단일화 연대를 강조하면 새정치를 바라는 무당파의 이탈이 발생하는 딜레마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딜레마는 안철수 의원의 운신의 폭을 극도로 제한하며 안철수 현상을 뒷받침했던 유권자 민심을 온전히 흡수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안철수 의원에 대한 기대가 급격히 약화된 것은 탈당 및 창당 과정에서 호남의 반민주당 정서에 과도하게 기댄 탓도 크다 하겠습니다. 탈당 초기 여론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강철수”를 내세워 기존 양당체제의 극복과 새정치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을 명료하게 제시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입니다. 야당 지지층과 중도무당파층 사이에서 좌고우면하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2월 첫 주까지 25-30%를 오갈 정도로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창당과정에서 새정치의 비전과 참신한 인물이 부상하지 못하고, 더민주당에서 탈당한 호남의원들에 의존하면서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처했습니다. 총선 최대 승부처이자 중도/무당파층이 강한 수도권에서 추가 영입이나 참신한 인물발굴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더민주당과의 적통논쟁에 매몰되어 왔습니다. 경쟁대상인 더민주당이 외부영입에서의 상대적 우위와 김종인 체제 이후 안정화되면서 혁신경쟁에서 국민의당을 앞서가는 양상입니다. 반면 국민의당은 더민주당과 호남 주도권을 다투면서 새정치의 비전과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지 못하고 호남의 지역소외감정과 더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동원하는 데 머물고 있다는 점입니다. 호남에 과도하게 의존할수록 수도권에서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반등의 기회를 찾기 어렵게 됩니다. 국민의당 창당 전후 서울에서 지지율은 12-13%대였고 더민주당과 호남 주도권 다툼에 치중하는 동안 8-11% 수준으로 답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호남 주도권 다툼에 머무는 것은 호남지역 여론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호남의 여론이 호남의 배타적이고, 지역적 이익 실현만을 내세운 것은 아니라는 것은 호남정치를 명시적으로 내세운 천정배 신당이 1-2%의 낮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점에서 확인됩니다. 호남지역은 야권의 결집을 통해 정부여당을 견제하기를 바라는 유권자 마음과 기존 여야정당을 모두를 극복하는 새정치에 대한 바람도 가장 강합니다. 현재 전통적인 정권심판론(36%)과 여야동시심판론(30%)이 각각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19대 총선에서도 호남은 정권심판론이 36%로 가장 높았고, 동시심판론은 43%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 컸던 대구 지역(47%) 다음으로 높은 지역이었습니다. 새정치와 정권견제의 대책이 빠진 호남정치의 강조만으로 현재의 지지율 하락을 극복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국민의당 창당 이후 안풍의 위축은 안철수 의원 개인에 대한 지지기반 상실에서도 확인됩니다. 특히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안철수 현상을 이끌던 2030 세대에서 지지 하락은 치명적입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간의 대결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2년 10월의 대선 지지도 조사에서 안 후보는 20대에서 47%로 25% 지지에 그친 문 후보나, 18% 지지에 그친 박근혜 후보를 압도했습니다. 30대에서는 34%의 지지를 얻어 31%의 문 후보, 27%의 박 후보에 우세를 보였습니다. 40대에서조차 28%의 지지를 얻어 박, 문 두 후보와 대등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2월 21-22일 한국일보 조사에서는 다자대결 구도에서 20대에서 8%, 30대에서 4%에서 지지를 받는데 그쳤습니다. 20대에서 23%, 30대에서 19% 얻은 반기문 총장이나 20대에서 17%, 30대에서 20%의 지지를 받은 문재인 후보에 크게 뒤지고 있습니다. 새정치의 기대가 큰 2030세대에게 더 이상 희망의 아이콘이 아님을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국민의당의 부활여부는 결국 여에도 실망하고, 야에도 실망하여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동시심판론의 여론이 재점화 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야권의 분열과 지리멸렬 과정에서 19대 대선에 비해 현재는 여야 동시심판여론(38.4%→20.5%)과 정부/여당심판론이 위축되고(27.2%→22.7%), 여당이 내세우는 일방적인 야당심판론(22.8→32.6%)이나 아예 여야의 실정에 대한 평가에 입장이 없는 무관심과 냉소(무입장층)가 늘어났습니다(11.7→24.3%). 지난 대선을 달구었던 기존정치에 대한 심판 및 새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빠지면서 보수층의 결집에 따른 일방적인 야당심판론과 정치적 냉소가 강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여야에 대한 태도가 없는 무입장층은 선거관심도 낮고 투표의향도 낮습니다. 결국 안철수 현상이 다시 살아나려면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냉소로 귀결되는 것을 막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과 비전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있습니다.


이들은 전통적인 이념대결에서 떠나 양 진영 모두에 실망한 층이며, 정책에서는 경제민생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일방적인 여당 심판론자의 83.6%, 여야동시심판론자의 76.5%나 한국경제가 1년전 대비 악화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야당심판론자나 무입장층에서는 훨씬 둔감한 반응입니다. 특히 스스로 평가한 최우선 국정과제(최다 3순위 선정)를 보더라도, 정부여당심판론자나 동시심판론자는 양극화완화 > 경제 성장 > 삶의 질 등 경제 및 민생 관련 아젠다 순입니다.


반면 야당심판론자나 무입장층은 경제성장, 양극화 외에 국가안보나 정치개혁과 같은 아젠다를 최우선 과제로 꼽아 대체로 보수친화적 아젠다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양당 모두에 정치불신을 갖고 있는 동시심판론자들을 선거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상반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여당심판론과 여야심판론 지지자들의 연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서로 공감대가 큰 경제이슈(경제양극화, 성장, 삶의 질 개선)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념적 주장이 아닌 실제 솔루션 차원의 대안 제시, 이를 이끌 대안세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 ‘안풍’ 부활의 선행조건이라 하겠습니다.


‘철수정치’란 세간의 비아냥을 넘기 위해 ‘강철수’의 이미지를 만들려 노력중인 안철수 의원이지만 그를 둘러싼 작금의 정치 상황이 결코 녹녹치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한때 신드롬적인 대중의 기대를 받았던 안 의원이지만 현실정치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한시도 편한 날이 없었지 않나 싶습니다. 연예계에서 예능 분야를 ‘정글’에 비유하곤 하는데, 정치판 역시 그에 못지않은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정글’입니다. 개인적으로 안철수라는 사람이 정치판과는 상성이 맞지 않다 보았기에 제발 정치만은 하지 않길 바랬지만... ‘안풍’ 부활은 고사하고 정치인으로서의 생존자체가 불확실한게 지금의 안철수 의원이 아닌가 합니다. 과연 그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치인으로서의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