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인공지능 ‘알파고’에 패배한 이세돌 9단, 무섭게 진화한 인공지능

Chris7 2016. 3. 11. 12:00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 Go)’와의 역사적 바둑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1,2국 대국을 모두 패배했습니다. 당초 5대0으로 승리하거나 지더라도 마지막 대국에서 1패 정도를 할 것이라 많은 이들이 예상 했으나, 의외로 첫판에서 이 9단이 패배를 한데 이어 다음날 벌어진 2국에서도 패해 국내 바둑계는 물론 전 세계에서 관심어린 눈으로 치켜본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들은 9일 오후 1시 서울 포시즌스호텔 6층에서 제1국을 진행했습니다. 이 9단 맞은편에는 구글 딥마인드 개발자 아자 황(아마추어 6단)이 알파고를 대신해 돌을 뒀습니다. 당초 이 9단의 ‘창의바둑’과 알파고의 ‘암기바둑’의 대결로 관심이 집중됐던 이번 대국은 백 불계승으로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5번기 제1국에서 186수만에 알파고가 불계승을 거둔 것입니다. 불계승은 집 수의 차이가 뚜렷해 계산할 필요 없이 이기는 경우를 말합니다. 사실상 충격적 완패인 것입니다. 이세돌 9단은 또한 10일 오후 같은장소에서서 열린 5번기 제2국에서도 알파고에 211수 끝에 백 불계패하고 말앗습니다. 전날 열린 제1국에서 186수 불계패한 데 이어 2번째 패배였습니다.





이번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계기로 인공지능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 진화 과정은 어떠한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인공지능은 1950년대에 처음 고안될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기술입니다. 하지만 사물의 특징을 컴퓨터가 스스로 파악하는 수준까지 알고리즘이 진화하고 컴퓨터 판단의 근간인 방대한 양의 데이터(빅데이터)가 접목되면서 인공지능은 최근 20~30년 동안 인간의 판단능력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알파고’처럼 컴퓨터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결과를 내놓는 인공지능 기술이 딥(deep)러닝입니다. ‘딥러닝’은 기계가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의 한 종류이며 인간 뇌의 신경망을 모방해 작동원리로 삼는 것이 특징입니다. ‘딥러닝’의 전신은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이라는 기술로 인공신경망은 뇌의 뉴런(신경계의 단위)과 유사한 정보 입출력 계층, 또 복수의 은닉 계층을 활용해 데이터를 학습합니다.


인공신경망으로 인간 뇌의 복잡성을 부분적이나마 컴퓨터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지만 알고리즘 자체가 너무 복잡해 최적 값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고도화한 컴퓨터 기술이라도 엉뚱한 결과 값을 내놓는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무용지물이 될 뻔한 인공신경망은 지난 2006년 캐나다 토론토대의 제프리 힌턴 교수가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 방식을 고안하면서 현재의 딥러닝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이전까지는 인간이 직접 '사과는 빨간색의 동그란 물체' '상자는 네모난 육면체'라는 식의 '정의된'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지도학습'이었다면 ‘비지도학습’은 특정하게 정의되지 않은 채 사과와 상자의 특징을 모두 입력한 뒤 컴퓨터가 알아서 구별하게끔 하는 식입니다. 이를 통해 컴퓨터는 입력된 정보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비슷한 것끼리 묶는 훈련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정보 선택 능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알파고’에도 바둑 전문가의 지도학습과‘ 알파고’ 스스로의 비지도학습이 모두 적용됐습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대상의 특징 자체를 컴퓨터가 추출하는 나선형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기술까지 도입됐습니다. '빨갛고 동그랗다'는 사과의 특징을 아예 컴퓨터가 파악하는 것입니다. 판단 능력이 월등해진 ‘딥러닝’은 빅데이터라는 촉매를 만나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었습니다.


고성능의 그래픽 처리장치인 GPU(Graphics Processing Units)의 범용화 역시 ‘딥러닝’ 진화에 한몫했습니다. 사진 속 그래픽의 계산속도를 단축해주는 장치인 GPU가 이제는 스마트폰에 들어갈 정도로 활용 폭이 넓어졌고 컴퓨팅 시간은 과거와 비교해 수십 분의 일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빅데이터와 ‘딥러닝’, 높아진 컴퓨팅 성능의 조합은 눈부신 성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컴퓨터가 사진 이미지로 사물을 인식하는 데 95%가 넘는 정확도를 기록할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으며 사진 자체를 해석해 이를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기술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음성인식 역시 ‘딥러닝’ 알고리즘이 성능을 크게 개선한 분야 중 하나입니다.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아맞히는 확률이 95% 수준까지 뛰어오른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S보이스(Voice)를 비롯해 애플 아이폰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시리(Siri)',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타나(Cortana) 등 유수 음성인식 서비스들은 모두 ‘딥러닝’을 적용했습니다.





한편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제3국은 12일 토요일 열립니다. 그리고 13일 4국이 치러질 예정이며 오는 15일 마지막 대국을 펼치게 됩니다. 1국과 2국 대국에서 충격의 연패를 한 인간계의 이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3국부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전 세계가 숨죽여 치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