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명실상부한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로 우뚝 선 디카프리오는 지금껏 4번이나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그만큼 아카데미는 디카프리오에게 박했지만 이번 시상식에서만은 달랐습니다.
1974년생인 디카프리오는 약관이던 1994년 '길버트 그레이프'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영화 속에서 지적 장애가 있는 조니 뎁의 동생 역으로 출연한 그는 젊은 나이에도 뛰어난 연기력을 과시하며 전 세계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그는 몰랐을 것입니다. '도망자'의 토미리 존스에 의해 수상을 실패한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가 오스카상을 수상하게 되리라는 것을...
이후 디카프리오는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의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2004년 전설적인 실존 인물 하워드 휴즈의 일생을 그린 '에비에이터'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레이'에서 열연을 펼친 제이미 폭스의 손을 들어줬고 디카프리오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을 기약해야 헸습니다.
그러나 디카프리오가 아카데미로 돌아오기까지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2006년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통해 다시 한 번 남우주연상에 도전하게 됩니다. 허나 디카프리오는 이때도 '라스트 킹'의 포레스트 휘태커에 밀려 수상의 영예를 거머쥘 수 없었습니다. 또 지난해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 출연해 오스카상 후보에 다시 한 번 올랐던 그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에이즈 환자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친 매튜 매커너히에 밀려 또다시 수상에 실패했습니다.
이쯤 되니 디카프리오에겐 '무관의 제왕'이라는 꼬리표가 자연히 따라붙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레버넌트'는 달랐습니다. 앞서 디카프리오는 '레버넌트'로 보스턴비평가협회 및 워싱턴비평가협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오스카상의 전초전이라 볼 수 있는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노미네이트 돼 그 누구보다 강력한 오스카상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무엇보다 디카프리오는 '레버넌트' 촬영을 "필모그래피 중 가장 힘들었던 연기"라고 말했을 정도로 죽은 아들의 복수를 위해 살아남는 아버지의 처절함을 온몸으로 표현해 찬사를 받았습니다. 전통적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은 배우의 한계점을 경험한 영화에 상을 주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이 있었던 만큼 이번 디카프리오의 수상 가능성은 그 어떤 때보다 높았던게 사실입니다.
저에게도 디카프리오의 이번 수상은 꽤나 반갑게 다가옵니다. 개인적으로 그가 비호감(딱히 비호감이라기 보다는 기대 수준이 낮은 배우였다는 게 정답이겠군요!)에서 호감으로 바뀐 대표적 배우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90년대 초반 영화계 데뷔전 TV시트콤 ‘그로잉 페인즈’에 조연으로 출연했을 때가 제가 막 미국생활을 시작했을 무렵입니다. 그때 시트콤에 출연한 예쁘장한 모습의 디카프리오를 첨 보게 됩니다. 아마도 그것이 외모로 대충 인기를 얻은 시트콤 출신 배우라는 편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당시 막 여성 팬덤을 형성하던 그가 1996년의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97년의 '타이타닉'으로 신드롬적인 ‘청춘스타’로 떠오르는 과정을 보면서도 딱히 감응이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가장 큰 인기 요소였던 꽃미남 외모를 과감하게 버리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갱스 오브 뉴욕'에 출연한 디카프리오를 보며 ‘어, 이것보게..’라며 다시금 배우로서 그를 대하게 되었습니다. ‘청춘스타’로서의 명성과 현실의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배우로서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오스카 수상이 배우로서의 연기력에 대한 절대 평가는 될 순 없으나 디카프리오 자신에겐 하나의 숙제로 남아있었던 응어리였음은 분명하기에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 발 더 전진하는 배우 디카프리오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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