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은 “김주하 앵커가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프로다운 이미지로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 만큼 고급 라인의 신뢰감을 이어갈 것”이라며 해당 업체의 고가 라인 모델로 김주하 앵커를 발탁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김 앵커도 “좋은 기회가 와서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앵커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등 이른바 ‘신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이들의 광고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논란이 됐습니다. MBN 주말 메인뉴스 진행자인 유정현 앵커는 지난해 뉴스형식의 TV광고에 출연해 논란이 됐습니다. 뉴스 형태의 방송 광고가 시청자에게 뉴스와 혼동을 줄 수 있으며 특히 뉴스를 통해 신뢰를 쌓은 앵커가 투자정보 광고에 출연했기 때문입니다.
이영돈 PD도 지난해 식음료 광고의 모델로 출연하면서 논란이 됐었습니다. 당시 이 PD와 계약관계에 있던 JTBC는 “탐사 프로그램의 특성상 연출자이자 진행자인 이영돈 PD가 특정 제품 홍보에 나서는 것이 부적절하며, 탐사 보도의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품의 광고 모델로 나선 것은 공정한 탐사 보도를 원하는 시청자 여러분들의 기대에 어긋난다고 판단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주하 앵커의 경우 유정현 앵커나 이영돈 PD 경우와는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뉴스 형식의 광고도 아니며 방송에서 뉴스 앵커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뉴스 앵커의 이미지를 차용하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은 뉴스 앵커와 김주하를 분리해서 보기 어려운 탓입니다.
그렇다면 그의 광고 출연이 문제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뉴스 진행자는 왜 광고를 찍어서는 안될까요?
첫째 뉴스와 광고는 목표지향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광고는 특정제품을 부각시켜 소비자들이 구매행위를 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광고는 소비자들이 구매라는 최종행위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단점이나 부작용은 감추고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킵니다. 뉴스는 장단점을 동시에 그것도 균형감 있게 보도하는 선에서 멈춥니다. 최종판단은 시청자의 몫인 것입니다. 방송뉴스는 사실을 최대한 공정하게 전달하여 뉴스소비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조연 역할을 할 뿐입니다.
둘째 뉴스와 광고는 구성방식이 다릅니다. 뉴스는 사실(fact)을 중심으로 진실을 지향합니다. 광고는 진실보다 수익창출이 목적이기 때문에 과장과 왜곡, 축소가 중심이 됩니다. 의견광고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특정한 방향의 일방적 주장일 뿐입니다. 광고도 물론 사실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그 사실이란 것도 광고주체가 주장하는 사실과 소비자 입장의 사실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뉴스는 전달자와 소비자 사이의 오해나 왜곡을 최대한 차단합니다. 그래서 뉴스제작에는 실무제작진-부장-국장 등 진실체크과정(gate keeping)을 거치도록 하는 것입니다. 광고는 이런 과정 자체가 없습니다.
셋째 뉴스와 광고에 적용되는 룰과 원칙이 다릅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뉴스와 광고를 따로 구분하는 것은 이에 적용되는 룰과 원칙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뉴스는 제작과 보도과정에서 공정성과 중립성, 객관성, 진실성 등을 강조하며 언론윤리강령이나 방송법, 언론법 등을 적용받습니다. 광고는 중립성이나 객관성을 따지지 않으며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고 소비를 촉진시켜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라면 박수를 받습니다. 물론 광고도 윤리와 원칙이 있지만 뉴스제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말입니다.
넷째 뉴스와 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가 다릅니다. 뉴스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소비자들이 대부분 그대로 믿는 편입니다. ‘뉴스에 나왔더라’ 그 한마디가 바로 신뢰로 연결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광고는 ‘아무리 그럴듯하게 만들어도 광고일 뿐’이라는 차원에서 소비자들도 바로 신뢰를 부여하지 않는 편입니다. 뉴스와 광고의 정의, 존재방식이 다른 만큼 소비자들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와 광고는 이렇게 다른데, 뉴스진행자가 광고에 출연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빚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신문지면에 뉴스면과 광고면 구분 없이 뒤죽박죽 섞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방송에서 특정당을 위해 뛰던 전직 국회의원이 갑자기 뉴스를 전달하겠다고 하면 어떨까요? 혹은 현역 방송진행자가 특정 광고 모델로 출연한다면 소비자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김주하 MBN 뉴스앵커의 광고출연에 대해 회사측은 “김주하 앵커 본인이 도전하고 싶은 분야였기 때문에 회사도 내부 논의 끝에 본인 의사를 존중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김 앵커와 회사 모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현역 뉴스진행자가 도전해서는 안될 광고를 ‘도전하고 싶은 분야’로 선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더구나 뉴스진행자의 엄격한 관리를 책임진 회사가 ‘본인의사 존중’이라는 것은 무책임하기까지 합니다. 사사로운 개인사가 아닌 뉴스진행을 방해하고 소비자의 오판을 유도할 수 있는 위험성이 다분한 광고모델 진출은 자신의 신뢰와 공익성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MBN은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해 주말 메인뉴스 진행자인 유정현 앵커가 TV광고에 나와 뉴스형식으로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투자뉴스룸의 유정현입니다. 방금 들어온 부동산 특보소식입니다. 평택 하버라마다 앙코르호텔이 분양을 시작합니다.”라는 식으로 광고를 내보내 물의를 빚은 바 있습니다. 뉴스 앵커가 뉴스형식으로 부동산 광고를 찍는다는 것은 시청자의 신뢰를 상업적 이익으로 바꿔먹기 하는 셈입니다. 광고를 뉴스화 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지만 이를 뉴스앵커가 시연하는 것은 ‘스스로 앵커 자격없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뉴스와 광고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광고라는 수입원이 있어야 뉴스 제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합니다. 그러나 뉴스 진행자가 광고를 넘나들며 ‘도전하고 싶은 분야’라는 것은 뉴스에 대한 불충, 배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언론계 고질적인 촌지가 나쁜 것이라면 뉴스와 광고 구분 없이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행위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전세계 언론윤리강령의 공통된 취지는 한마디로 정직한 뉴스를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입니다. 뉴스앵커가 사표도 내기 전에 정치판에 가고 현직에 있으면서 광고 찍는 식은 우리사회 기본적인 원칙을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절제를 찾고 정도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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