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 대륙은 조금씩 식기 시작한 '한류'의 마지막 희망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이라는 큰 시장을 거의 잃은 한국 드라마로서는 대륙은 '꿈'이자 '기회의 땅'입니다. 수많은 국내 스타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드라마를 찍고, 또 더 많은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이 중국에 건너 가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 진출이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라는게 문제입니다. 대륙의 손길이 너무 고마운 나머지 우리만의 '노하우'를 너무 많이 넘겨주고 있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제2의 대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과거 대만은 중국보다 훨씬 앞선 드라마 시장을 갖고 있었지만 이후 중국에 연기자, 스태프 등을 모두 빼앗긴 뒤 이제는 중국 드라마 작은 시장 정도로만 남은 상태입니다.
과연 현실은 어떨까요? 한국 드라마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한류스타 박해진의 소속사 대표이자 중국을 여러 차례 넘나들며 중국과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한중 연예 비지니스 전문가 더블유엠컴퍼니 황지선 대표가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처한 냉혹한 현실과, 생존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황 대표의 일성은 "이대로는 한국 드라마 망한다"였습니다. 그는 "한국 드라마 업계가 대륙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다 퍼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드라마 업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막무가내식 중국 진출은 더 이상 안된다"고 했습니다.
"중국은 놀라운 속도로 변하고 있어요. 이미 규제 등을 통해 한국 드라마가 설자리가 많이 줄어들었죠.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중국 드라마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가 됐습니다."
황 대표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 등 드라마 자체에 대한 심의가 강화되자 중국 방송사들이 내놓은 게 바로 자체 인터넷TV라고 합니다. 드라마는 중국 광전총국에서 대본 허가와 영상 심의를 하지만 이 '인터넷TV'는 방송사 자체 심의만으로 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유명 방송사인 후난TV도 최근 인터넷TV인 망고TV를 만들었습니다. 유쿠, 아이치, 소후 등 중국 유명 동영상 포털을 잡겠다는 것입니다. 플랫폼이 생겼으니 필요한 건 콘텐츠. 각종 인터넷용 영화와 인터넷 전용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 보면 여기에 납품하는 건 최고예요. 방송과 인터넷 둘 다 틀게 되니 돈을 2배를 받을 수 있거든요. 한국에도 외주 물량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질적으로는 그렇게 좋지 못해요. 한국에 대한 평가도 떨어질 수밖에 없죠."
황 대표는 "한국 드라마는 분명 중국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중국에서 한국 사람이 만드는 드라마는 '한드'가 아닌 '중드'다. 이렇게 되면 평가의 잣대 자체가 달라진다"고 강조했습니다.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우리식으로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니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스필버그가 한국에서 와서 '내 딸 서영이'를 찍으면 어떨까요. 제리 부룩하이머가 '대장금'이나 '전원일기'를 찍는다면요? 중국인들이 우리와 보는 시각도 다르고 만드는 것도 다르다면 한국 감독들도 내려놓고 가야죠."
그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한국 배우들이 몸값을 올림에 따라 중국 배우들의 몸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배우들이 몸값을 올리니 중국 배우들도 올라요. 근데 드라마는 4성에서 2성으로 줄었어요. 예를 들어 판빙빙을 써서 100억원 짜리 드라마를 만들면 과거에는 4개성에서 틀 수 있었어요. 이건 12년 전 '대장금' 열풍 이후 벌어진 일이죠. 중국에 방송국이 2800개 넘어요. 차별화를 했었는데, '대장금'을 무려 4개성에서 튼 거예요. 드라마를 100억원을 들여서 만들면 회당 1억5000만원에 40부작이면 60억이잖아요. 4성이면 240억원이에요. 판권으로만요. 그 다음에 인터넷에서 회당 8~9000만원을 받으면 무려 300억원을 손에 쥐고 시작하는 거예요. 여기에 PPL이 추가되고. 여기에 10년 전 중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드라마로 펀드가 들어왔어요. 도대체가 알 수 없는 제작사들이 많이 만들어졌죠. 돈은 있는데 작품을 만들기에는 스타급 연기자들은 많이 부족하니 한국 배우들이 필요해진 거예요. 일단 배우에게 40~50억원을 주고, 드라마는 30억원을 들여서 만드는 거죠. 그러니 망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한국 드라마에 희망은 없는 걸까요?
"위기가 곧 기회죠.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봐요. 단 중국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걸 인정하면 돼요. 이걸 인정하고 그들을 사랑하고 배우려고 하면 길이 보인다고 봐요. 항상 우리가 잘났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문제에요.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합작을 할 때 꼭 하는 얘기가 한국에서는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해요. 그러면 한국에서 해야죠. 우리가 중국에서 중국 드라마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해야 하죠. 중국에서는 드라마 제작시 해외 지분이 30% 이상이면 중국드라마로 안봅니다. 황금 시간대(오후 7시~10시)에 틀지 못하면 그 드라마는 수익을 낼 수 없어요. 그래서 아예 만들려면 중국 드라마를 만들어야죠."
황 대표는 한국 배우들의 각성도 촉구했습니다.
"지금 중국에서 한국 배우들 보는 시선은 홍콩 배우들 보는 시선과 같아요. 멋있다에요. 근데 이건 한국 드라마에 국한된 거예요. 중국 드라마로 오면 달라요. 앞서 한국 감독들에 얘기했지만 배우도 마찬가집니다. 중국에 가면 중국에 맞춰야해요. 그러나 자기 색깔을 포기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이것만 지키면 중국에서 틀림 없이 성공해요. 추자현씨는 작품 선택을 잘해요. 자기 색깔을 죽이지 않고 가죠. 로맨틱 장르에서는 실패했는데 대하 사극에서는 성공했어요. 저는 추자현씨가 성공을 했다기보다는 적응을 잘한 배우라고 봅니다. 자신이 가진 걸 알고 잘 써먹은 거죠. 스타의 길과 배우의 길 중 배우 쪽을 선택한 거예요. 루시 리우(Lucy Liu)가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방식과 같죠. 반면에 스타의 길에 도전했다 실패한 한국 배우들도 많아요. 스타는 공익성, 스타성, 연기력, 많은 이와 교류 등 많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진짜 교류를 해야 해요. 한국보다 10배는 더 공을 들여야 하죠."
황 대표는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한국 드라마의 중국 진출이 아니라 아예 중국에서 중국 드라마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자본을 이용만 하려고 해서는 안돼요. 우리 쪽도 자금을 유입시켜야죠. 알리바바가 와서 돈을 댄다고 하면 마냥 좋아할 게 아니라 그만큼 우리 쪽에서도 지분 참여를 해야죠. 돈 받는다고 노하우 싹 넘기지 말고 우리도 돈을 벌어야죠. 지금 한국드라마는 중국의 인큐베이팅을 당하고 있어요. 조심해야 합니다. 제발 정신 차려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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