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88' 14회에서는 덕선(혜리)이 간질에 걸린 반 친구를 배려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고3이 된 덕선은 모범생 이미지의 반장과 함께 짝이 되며 불편함을 들어냈습니다. 이후 한 차례 반장과의 다툼이 있었습니다. 공부만 하는 반장이 덕선은 못마땅했던 것입니다. 이에 친구들은 덕선을 위로했고 이때 반장의 엄마가 덕선을 찾았습니다. 덕선은 반장 엄마와 심각한 대화를 나눴고, 덕선은 이 대화를 아무에게도 누설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반으로 들어간 덕선은 친구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됩니다.
둥그렇게 모인 친구들 한가운데에는 반장이 발작하며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모습을 본 덕선은 "너희 보지 말고 빨리 저리 가"라고 소리치며 반장이 입고 있는 셔츠 단추를 풀어주는 등 응급처치를 했습니다. 덕선은 "문! 야, 문!"이라고 소리치며 다른 반 학생들이 반장을 보지 못하게 배려했습니다.
이후 반장은 양호실에서 깨어났고 친구들이 간질 발작한 모습을 다 봤을 거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점심시간에 반으로 돌아온 반장을 아무렇지 않게 대했고, 덕선은 "야, 너 왜 이제 와. 빨리 와서 같이 먹자"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습니다. 그리고 반장의 엄마와의 대화 장면이 공개됐습니다. 반장의 엄마는 덕선에게 반장의 간질 증세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줬던 것입니다. 특히 덕선의 반 담임 선생님은 덕선이 착하다며, 반장의 엄마에게 추천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현재 케이블 드라마로선 유래가 없는 15%대의 어마무시한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응팔’이다 보니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조금씩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예기자들의 기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즉 드라마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단순히 감정의 표피만을 자극하는 ‘추억팔이’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수긍할만한 지적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두서없는 스토리 전개와 연출진과 작가들의 이런저런 낚시질에 살짝 짜증도 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주인공 덕선의 언니 보라와 현우의 뜨거운 키스씬에선 다소 황망함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사’나 ‘응칠’은 전혀 관심도 없던 제가 ‘응팔’만 유일하게 본방이든 재방이든 매주시청중인 이유는 무얼까 라며 저 자신도 의아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14회 차 에피소드를 보긴 전까지는 말입니다 (물론 ‘응사’와 ‘응칠’의 시대 배경인 90년대엔 제가 외국생활 중이었던지라 ‘응팔’같은 동질감을 느끼기 힘들었겠죠!). 앞에서도 기술했듯이 극중 덕선(혜리)은 간질로 교실에서 쓰러진 짝꿍 반장을 훌륭하게 보살폈습니다. 물론 반장 어머니의 당부의 말이 크게 작용했다할 수 있겠지만 평소 극중 덕선의 케릭터를 생각한다면 아주 자연스런 반응이었습니다. 덕선도 덕선이지만 이 장면에서 특히 제 눈길을 끈 건 바로 ‘야 문...’ 이라는 덕선의 말에 득달같이 교실문을 닫아 다른반 학생들이 쓰러진 반장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배려한 급우들입니다. 여기서 뭔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울컥하고 올라오는 감정이 있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그때 그 시절만의 다소 촌스럽고 거칠지만 순수한, 그리고 따뜻한 우정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응팔’의 시대적 배경과 비슷한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저이기에 ‘그땐 그랬었지...’라는 감정이 들었던 것입니다.
당시엔 ‘왕따’도 ‘이지메’란 말도 없었습니다. 물론 학교 내, 특히 같은 반 급우들과 무작정 좋은 감정, 우정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툭탁거리며 싸우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싸우는 당사자들 간의 문제였을 뿐 입니다. 조직적(?)인 왕따나 괴롭힘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시대였습니다. 최소한 제가 다니던 중.고등학교는 그랬습니다. 얼마 전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한 방송에서 현재 일부 청소년들 사이의 집단 따돌림 현상은 과거의 도시락 문화와는 다르게 개인 식판으로 단체 급식을 하는 현 세태가 한 요인이라고 역설한 적이 있습니다. 다소 뜬금없는 말로 드릴수도 있으나, 각자 싸온 도시락을 앞뒤 급우들과 같이 나눠먹던 80-90년대 이전까지는 나눠먹던 도시락만큼 급우들 간의 우정이 돈독했단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응답하라 1988’이 빈약한 스토리라인을 표피적 ‘추억팔이’로 포장하고 있는 것도 일면 사실입니다. 또한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대로 과장된 케릭터 설정과 예고편 등에서 행해지는 얄팍한 낚시질도 있습니다. 하지만 극중 한번 씩 꿈 많고 순수했던 그때 그 시절을 가슴 저리게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있는 한 저 같은 사람들은 이번 주도, 다음 주도 ‘응팔’ 시청을 하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아마도 팍팍한 현실 생활에 지쳐 꾸밈없던 10대 시절이 그리워지나 봅니다!
'세상속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룡이 나르샤’ 김명민, 명불허전 명품 연기 (0) | 2015.12.27 |
---|---|
‘육룡이 나르샤’ 성공을 향한 여섯용의 날갯짓 (0) | 2015.12.26 |
최수종의 ‘잘살아보세’ 남남북녀가 한가족으로 통일을 향해 (0) | 2015.12.24 |
한국 드라마와 배우들의 어설픈 중국진출, 불안한 미래 (0) | 2015.12.23 |
'무한도전' 박명수, 가발 논란 사과 (0) | 2015.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