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N ‘응답하라 1988’이 역대 ‘응답하라’ 시리즈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 덕선(1971년생)과 같은 세대인 40∼50대 중장년층을 비롯해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10∼20대들까지도 드라마와 관련한 저마다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향수에 빠지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친근함에 있습니다. 독서실만 가면 프라임 영어사전이나 수학의 정석을 벤 채 잠을 달게 자는 덕선이는 아랫집에 살던 아이였습니다. 공부는 잘하지만 ‘이기적인 언니’인 보라와 순하기 그지없는 대입 6수생 정봉도 옆 동네에 사는 형, 누나들이었습니다.
1980년대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응답하라 1988’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서울대 법대 대신 사범대 수학교육과에 1년 장학금 받고 들어간 보라와 한 개에 2000원짜리 바나나를 세 식구가 나눠먹어야 하는 전교학생회장 선우의 모습에서 그늘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시절 청춘들에겐 취업난이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크지 않았습니다.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을 수 있었고 가난은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드라마 속 음악이나 패션, 식료품 등 각종 장치들도 빼놓을 수 없는 흥행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가 음원차트 최상위권을 점령하며 다시 한 번 드라마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습니다.
음원사이트 멜론에는 11월 29일 오후 3시 기준으로 밴드 혁오의 보컬 오혁이 부른 이문세의 ‘소녀’(1985)가 1위, 박보람이 부른 동물원의 ‘혜화동(혹은 쌍문동)’(1988)이 2위, 이적이 부른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2004)가 4위, 김필이 부른 산울림의 ‘청춘’(1981)이 10위에 올랐습니다. 다른 차트에서도 이 곡들은 1위를 비롯해 10위권에 진입했습니다.
또한 드라마에는 당시 가수들의 원곡이 대거 삽입돼 40대의 귀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구요’를 비롯해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 조정현의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 이선희의 ‘한바탕 웃음으로’ 등 1980년대 히트곡들을 오랜만에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 전개 곳곳에도 음악이 시대감을 높이는 재료로 적재적소에 쓰였습니다. 극 중 라디오에선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흐르고 TV 속 ‘가요 톱 10’에선 당시 여고생 가수 이지연이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를, 1988년 ‘강변가요제’ 대상을 받은 이상은이 ‘담다디’를 부르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고 신해철의 무한궤도가 ‘그대에게’로 대상을 받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또한 드라마가 선사하는 재미 중 하나는 1980년대의 깨알 같은 소품을 보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초콜릿 입니다.
덕선의 꿈속에선 80년대 이미연이 모델이었던 가나초콜릿의 TV 광고가 등장합니다. 실제 당시 나이가 드라마 속 주인공 덕선과 같은 18세(71년생)였던 이미연은 1988년을 사는 덕선의 27년 후 모습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그는 1988년에도 존재했습니다. KBS 2TV 드라마 ‘사랑의 기쁨’으로 데뷔한 이미연은 그해 가나초콜릿 CF 한 편으로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난 사랑해요. 이 세상 슬픔까지도. 젊음은 좋은 것. 하늘을 보면서 살아요∼”라는 CM송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얼굴을 알 수 없는 남성의 품에 안겨 청순한 얼굴로 초콜릿을 먹던 여고생 이미연의 모습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인연으로 극중 성덕선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고 있는 혜리는 최근 가나초콜릿의 새로운 CF모델로 발탁되기도 했습니다.
'세상속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도리화가’ 수지 앞에 놓인 험난한 배우의 길 (0) | 2015.12.06 |
---|---|
싸이의 컴백과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분쟁 (0) | 2015.12.05 |
MBN '뉴스8' 메인 앵커 김주하와 '김주하의 진실' (0) | 2015.12.01 |
MBC 잇단 물의, ‘진짜 사나이’ 일본 군가에 '일베' 이미지 까지 (0) | 2015.11.30 |
배려 없는 관찰 예능과는 다른 ‘위대한 유산’이 되길... (0) | 2015.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