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배려 없는 관찰 예능과는 다른 ‘위대한 유산’이 되길...

Chris7 2015. 11. 28. 15:26

MBC 새 예능프로그램 '위대한 유산'이 26일 밤 11시10분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위대한 유산'은 부모가 평생을 바친 일터에 자식이 동반 출근하면서 좌충우돌 겪게 되는 일들을 리얼하게 담아내는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자식은 부모의 직업을 함께 경험하며 고충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헤쳐 나가기 위해 가족의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게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지난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과 처음 만났던 '위대한 유산'은 방송 직후 많은 호평을 받았고, 결국 정규 편성이 되는 데 성공했습니다.

 

 

 

’위대한 유산‘에는 영화감독 임권택과 배우 권현상, 록그룹 부활의 김태원, 걸그룹 AOA의 찬미, 배우 강지섭이 출연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과 그 2세의 관찰 예능 포맷을 지향했던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나 종영을 한 MBC '일밤-아빠! 어디가?', 그리고 SBS '아빠를 부탁해', '오 마이 베이비' 등에서 변주된 예능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방송 당시 연예인들의 실제 거주 공간을 낱낱이 공개하고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은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의식주를 낱낱이 살펴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아이를 둔 부모들의 원성이 빗발치기도 했습니다. 고가의 체험 프로그램에 협찬을 받아 참여하는 출연진, 일상에서 너무나 손쉽게 추억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유 등에 시청자들은 동경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체감해야 했던 것입니다. 분명 예능의 성격을 지향하지만 제작진의 개입 없이 일상의 일부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는 다큐멘터리의 성격을 지니기도 했기 때문에, 스타들의 일상 노출은 시청자들에게 정신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채널 선택은 시청자들이 하는 것이라며 부럽고 배 아프면 보지 말라는 식의 여론도 일부 시청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기도 했습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관찰 예능의 일관적인 포맷 아래에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다양한 시청 욕구를 실현시킬 힘이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때문에 수용자들을 위한 배려가 없이 무차별적으로 등장하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본질은 점차 왜곡될 수밖에 없었고 또 변화를 맞이해야 할 시기에 놓인 셈이 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위대한 유산'이 지향하는 '공감대'는 매우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위대한 유산'의 김명정 작가는 26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가족의 역사와 직업의 역사가 무관하지 않다. 직업이 우리 가족사와 시청자 가족사와 공감대가 있는가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필요했다"면서 "매력적인 출연자가 아니더라도 관계나 스토리의 진정성이 우선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굳이 특수성을 지닌 가정이 아니더라도, 시청자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섭외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 입니다.

 

 

공감대의 중요성은 '아빠를 부탁해'가 종영하면서부터 새삼 강조됐던 바입니다. '위대한 유산' 제작진은 "'아빠를 부탁해'는 어떻게 보면 포장된 아이템으로 많이 접근했는데 그런 점을 다 배제하고 있다.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이 실질적으로 많이 할 수 없는 일을 수행하는 것을 보여주기보다 리얼리티를 보여주려 했다"며 "예를 들면 김태원 부자를 그냥 집에만 둔 적이 있는데 부자간에 확실히 친밀해지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빠를 부탁해'처럼 이벤트성의 일상을 계획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통해 시청자들과 공감대 형성에 나서겠다는 각오입니다.

 

 

 

이 같은 배려가 깃든 기획의도는 애초부터 연예인 2세의 금수저 논란을 차단시키기도 합니다. '아빠를 부탁해'에서 모 출연자 (이미 수차 언급한 인물이라 생략함)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 상승이라는 혜택을 누렸지만 이후의 행보에 대해 곱지 않은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습니다. 반면 '위대한 유산' 출연진은 한 평생을 중국집, 미용실에서 일해 온 부모를 찾아가는 진짜 삶의 터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일상적인 공간부터가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고, 그러한 평범한 이웃과 같은 가정 속에서 성장한 출연진의 진솔한 이야기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그래서 '위대한 유산'은 연예인용 홈비디오가 아닙니다. '저런 것까지 알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의 단순한 일상 노출 개념에서 벗어나 프로그램의 존재 의미를 보여주는 상위 개념을 지향한다 하겠습니다. tvN '삼시세끼' 시리즈가 호평을 받은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관찰 예능은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선호되는 포맷이지만 수용자를 배려하지 않는 마인드는 금세 비판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배려 없는 관찰 예능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 입니다. 그래서 "관계나 스토리의 진정성이 우선"이라는 '위대한 유산'의 진심이 인정받을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