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MBN '뉴스8' 메인 앵커 김주하와 '김주하의 진실'

Chris7 2015. 12. 1. 08:36

김주하 MBN 앵커가 종합편성채널 MBN 메인뉴스인 '뉴스8'의 단독앵커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주중 메인 시간대 여성 단독 앵커는 국내 방송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김주하 앵커는 1997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 후 퇴사한 올해 3월까지, 대표적 여성 언론인으로 꼽혔습니다. 2000년 이후에는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와 취재기자로서 활약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김재철 MBC 전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던 동료들이 해고당하자 복직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쓴 문구 'MBC를 지켜주세요'는 MBC 파업의 공식 슬로건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MBC는 김주하를 인터넷 뉴스부로 보냈고 더는 그를 앵커석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그는 종합편성채널 MBN으로 자리를 옮겨 화려한 복귀를 알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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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은 김주하에게 메인 뉴스 앵커와 특임 이사직을 맡기며 파격적인 대우를 했습니다. 더불어 메인 뉴스 안에 '김주하의 진실'이라는 대담 꼭지도 편성했습니다. 김주하 앵커는 MBN <뉴스8>에 투입되기 전, "불편하고 믿고 싶지 않아도, 누구 편이 중요한 게 아니라 뉴스가 끝까지 지켜야 하는 건 진실"이라고 포부를 밝히며 '진실'을 강조했습니다. 그럼 전파를 탄 지 4개월이 지난 <김주하의 진실>은 얼마나 그 취지를 잘 살렸을까요?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의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출발은 좋아보였습니다. <뉴스8> 속 대담 코너인 '김주하의 진실'이 첫 방송 된 7월 20일, <유서에 담긴 의문점>에서는 당시 논란이 되었던 '국정원 직원 자살 사건'의 유서를 다루면서 이장원 필적 감정사와 대담을 나눴습니다. 김주하 앵커는 국정원 직원의 유서에 대해 "일반적인 유서라고 보기엔 의혹이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시청자들은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누리꾼은 김주하의 날카로운 질문을 '송곳'이나 '돌직구'에 비유하며 JTBC의 손석희와 함께 '종편 투톱'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김주하의 진실'의 대다수는 자극적인 소재를 통한 가십 생산이었거나, 한쪽의 주장(정치적인 사안일 경우 특히 정부·여당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두둔한다거나, 사태의 본질보다는 드러난 현상만을 짚는 데 그쳤습니다.

 

 

 

 

먼저 '진실'이라는 꼭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가십성 내용을 많이 다룬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첫 방송이 나간 7월 20일부터 지난 11월 23일까지 4개월간 '김주하의 진실'은 총 68편이 방송되었는데 이 중 제목에서 가십성이 드러나는 사례만 7건(10.3%)이었습니다.

 

 

10월 2일,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룬 <뜨거운 부산영화제>에서는 '노출이 심한 여배우',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 해운대 앞 포장마차 촌', '탕웨이와 남편도 갔다는 포장마차' 등 그야말로 해운대 앞 포장마차 촌에서나 할 법한 이야기만 오갔습니다.

 

 

제목과 달리 내용에서 가십이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특히 북한 관련 주제에서는 TV조선이나 채널A 등 다른 종편이 무색할 정도로 자극적인 내용에만 치중했습니다. 10월 27일 방송된 <북한·IS를 말하다>는 대담자로 국회 정보위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을 초대했습니다.

 

 

북한의 해킹과 우리의 보안 문제를 논하다가 김주하 앵커는 뜬금없이 "(김정은이) 근데 아직 아기가 없는 건가요?"라며 김정은의 '숨겨진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더니 "키가 160cm대로 알고 있는데 그러면 120kg 정도라면… 그러면 술살이라는 이야기?"라고 묻는 등 사안과 전혀 관련이 없는 가십성 질문을 던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가십성 소재의 사례는 10월 30일 방송된 <도도맘 남편 "나와 강용석의 싸움">이었습니다. MBN은 9월 22일에는 강용석 변호사('김주하의 진실'), 10월 28일에는 '도도맘' 김미나씨(<뉴스앤이슈>)를 출연시켜 변호사 강용석씨의 '불륜 스캔들'을 집중 조명하더니 이어서 김미나씨의 남편까지 인터뷰한 것입니다.

 

 

인터뷰는 "김미나 먼저 내리고 한 1∼2분 있다 강용석 내려서 따로 일 보고 다시 차에 타더라"라거나 "소원한 관계? 입에 담지 못해서… 나중에 개인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소원한 적 없고"와 같은 불륜 및 사생활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김주하의 진실'은 9월 22일에 강용석씨를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 문제로 불러놓고 대담의 절반을 불륜에 할애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방송에서 강씨는 "무슨 밀월여행을 떠난 것처럼 되어 있는데 간 비행기도 다르고 체류 일자도 다르고 호텔도 다르고…"라는 등 불륜설을 반박했습니다. '불륜 스캔들'의 당사자를 두 명이나 출연시켜 앞장서서 가십을 다루는 '김주하의 진실'이 과연 메인 뉴스의 한 꼭지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김주하의 진실'은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을 마치 사실인 듯 다루기도 합니다. 8월 3일 방송된 <비례대표 현주소는?>에서 김주하 앵커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해 "자기 영역, 자기가 있는 분야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경우는 별로 못 봤습니다", "비례대표는 사실 당이 뽑는 거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까 검증이 안 된 분들도 많습니다(…) 뭐 비례대표 번호를 돈을 주고 사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텐데"라며 비례 대표 제도에 대한 부정적 주장만 반복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이는 비례대표 확대를 반대하는 정부·여당의 견해를 대변한 사례입니다.

 

 

10월 19일에 방송된 <"교과서 국정화 필요">는 정부·여당 편파성의 종합 선물 세트입니다. 이날 방송은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불러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병리적인 국사 교육의 현실을 생각할 때에는 이 병을 치료하는 기간 동안 일정하게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옹호론을 펼치게 하고 반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방송 내용에서 대담 주제인 교과서 관련 언급이 그것뿐이라는 것입니다. 나머지 대담은 "새누리당은 친박이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라는 친박 패권주의나 "휴대전화 여론조사나, 여론조사나 그 기법상 오류"가 많으므로 전략공천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등 친박계의 주장으로 가득 했습니다.

 

 

심지어 김주하 앵커는 "비례대표를 줄여서 농어촌 지역 뭐 의원들의 지역구를 지켜주자"라거나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의원정수를 아예 줄여버릴 생각은 없으신지요?"라고 묻는 등 스스로 여당 견해를 대변하기도 했습니다.

 

 

편향성은 대북 문제를 다룰 때도 두드러집니다. 8월 25일 방송된 <한반도 정세…해빙 분위기로?>는 '지뢰 도발 사태'를 일단락 시킨 남북 고위급 회담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일방적인 정부 옹호로 가득 찼습니다. 김주하 앵커는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게 합의문에 북측 이름으로 해서 사과, 유감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라며 운을 뗐습니다.

 

 

이어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미국은 미군까지 다 동원해서 대북 억제를 행사하겠다는 것을 김정은한테 확실하게 보여줬거든요.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도 굉장히 우리한테 큰 수확"이라며 정부를 칭송하기에 바빴습니다.

 

 

김주하 앵커는 "재발 방지 이런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를 명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언급하지만 전옥현 교수는 "(북한의) 이상한 성격을 그냥 용납해 주자"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언론의 역할은 검증과 문제제기지, 국정 홍보가 아닌 것입니다.

 

 

 

 

마지막 문제점은 전문가나 당사자를 불러놓고도 피상적인 문제만 훑는 데 그친다는 것입니다. 9월 14일 방송된 <엽기 살인에 떠는 시민들>은 전과 22범이 서울 시내를 자유롭게 누비고 다닌 내용을 다루면서 살인사건의 잔인한 살해 방식이나 동기에 치중할 뿐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주하 앵커와 대담자인 이상경 프로파일러는 "시신을 굉장히 잔인하게 훼손했습니다. 주요 부위를 잘라냈거든요. 그건 어떻게 봐야 하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 저희가 범인을 잡고 나면 면담을 해서 그 범죄 행동의 동기가 뭔지 한번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고요"와 같은 무의미한 문답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8월 26일 <'몰카' 천국… 대응법은?>는 최근 만연한 몰래 카메라 문제를 다뤘습니다. 서울 지하철 경찰대 수사팀장이 대담자로 나왔지만 내용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습니다. 주로 초소형 몰카 사용법에 치중하면서 김주하 앵커는 "우와, 보이지도 않네요, 거의. 이 시계는 어떻게 하는 겁니까"라며 감탄했습니다. 대책과 관련해서는 김주하 앵커가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묻고 수사팀장이 "요즘 112나 112 음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112 문자(신고)도 되거든요"라고 답하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김주하는 MBN에 새로 입사하는 소감을 전하면서 "진실을 의심받지 않는 뉴스"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김주하의 진실'이 추구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의아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사안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편향적이며 자극적인 내용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 원로 언론인은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건 진실이다"라며 언론인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보여줬습니다. 과거 명성과 관계없이, 김주하 앵커는 현재 MBN에서 추구하는 것이 과연 어떤 진실인지, '진실'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더욱 무겁게 숙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