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니카라과편엔 EXID의 하니가 출연했습니다. 하니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늘 그랬듯 자신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위아래’ 댄스를 추었습니다. 그것도 한국이 아니라 머나먼 중앙아메리카의 오지숲, 더구나 한밤중에 말입니다. 삼촌팬 현주엽을 위한 댄스라는 점이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곤 환호하는 남성출연자들의 모습이 화면을 꽉 채웠습니다. 이 춤이 누구를 위한 댄스인지 명확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EXID 하나의 춤에 열광하는 것은 여성이 아니라 주로 남성들입니다. EXID의 노래 ‘위아래’가 다시금 역주행을 한 것은 비디오캠 영상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이 춤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클로즈업 된 화면 속의 춤이었습니다. 물론 그러한 춤에 대한 초점은 남성들의 관점으로 맞춰진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도 남성들이 왜 EXID의 ‘위아래’ 춤에 열광하는 지 언급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불문율같은 비밀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만 텔레비전에도 뜨거운 분위기만 전할 뿐입니다. 남성들에게 EXID의 ‘위아래’ 댄스가 인기 있는 것은 바로 그것이 성행위 동작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성 상위의 성행위 자세를 뜻하기 때문이지요.
그러한 성 행위 연상 댄스는 사실상 노래 내용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오로지 성적인 자극을 시각적으로 주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성행위 댄스가 무차별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하고 있고 하니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정글의 법칙'에서조차 삼촌뻘 나이의 아저씨들 앞에서 행하고 있고, 자막은 현란하게 이 장면을 전하기 바빴습니다. 예술이 은유와 상징이 가미될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지만 걸그룹의 춤은 그 반대로 치달아가고 있습니다. 다매체 시대에 뷰 숫자만 올라가면 문화예술이 되는 형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EXID ‘위아래’ 춤은 기획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걸그룹의 노출은 성행위춤을 노골적으로 추워도 변별력이 없을 정도로 선정성에 있어서는 무감각해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유행이나 트렌드려니 하면서 쿨하게 넘어가는 것이 양식있는 사람이라는 오묘한 분위기가 한국사회를 휘감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한편에선 아직 무명인 신인 걸그룹들의 민망한 노출이 담긴 ‘직캠’ 영상이 SNS상에 퍼지면서 여러 말들을 낳고 있기도 합니다. 이들이 무대에서 속바지를 착용하지 않아 속옷을 노출하거나, 너무 짧은 핫팬츠로 엉덩이 일부를 드러낸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누리꾼들의 호기심 어린 클릭세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여성그룹이 섹시한 매력을 뽐내는 것도 좋지만, 그 무대가 펼쳐지는 행사가 청소년, 가족단위 관객이 모인 자리라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걸그룹 스스로도 성상품화에 갇힐 개연성도 높아는 것입니다.
2012년 데뷔한 여성 4인조 식스밤이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축제에 속옷이 훤히 비치고 몸의 곡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연두색 형광타이즈를 입고 공연하는 영상이 ‘식스밤 대학로 게릴라 직캠’ 등의 이름으로 온라인에 퍼져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의상 속으로 드러난 속옷과 신체가 너무 적나라해 ‘민망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앞서 4인조 밤비노는 전북 군산의 한 고등학교 축제에 올라 짧은 핫팬츠 차림으로 허리를 돌리는 춤으로 구설에 올랐는데, 노출 의상과 수위 높은 춤이 고교축제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시기 부산에서 열린 지역민방 공개방송 무대에서 데뷔 2년차인 칠학년일반의 한 멤버는 속바지를 입지 않고 무대에 올라 치마를 걷어 올리는 춤을 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기도 했습니다. 속바지냐 속옷이냐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소속사 측은 “바쁜 스케줄에 스타일리스트가 그만 속바지를 챙기지 못했다”고 고백해 많은 이들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이들의 일부 영상은 유튜브에서 성인인증을 받아야 할 정도로 ‘19금’ 콘텐츠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해당 영상이 촬영된 곳이 고교축제, 가족단위 관객이 입장하는 행사였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기가지 합니다.
대부분의 걸그룹은 섹시 콘셉트의 신곡을 준비할 경우, 청소년이나 노년층 관객을 고려해 2가지의 버전의 안무와 의상을 준비해, 때와 장소를 가려가면서 융통성 있게 무대를 꾸미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걸그룹들이 청소년이 지켜보는 행사에서도 차별 없는 의상과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이들의 ‘야한’ 무대는 이슈를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의구심을 받는게 현실입니다. 음악방송 출연기회를 얻기 어려운 신인들이 음악방송의 부름을 받을 수 있는 명분과 계기를 만들기 위한, 의도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EXID의 ‘위아래’ 댄스 열풍 이후 신인 걸그룹 사이에선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직캠’을 유도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간과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위아래’같은 성행위춤이나 과도한 노출은 무엇보다 현실의 결핍감을 해소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화시키고 무력감을 강화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현실에 존재할 수 없으며 소유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정글의 법칙'과 같은 프로그램에서까지 등장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초심을 해치는 것 일뿐입니다. 그런 것이 아니어도 '정글의 법칙'은 충분히 차별성이 있는데 말입니다.
'세상속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춘FC' 웃음 없는 잔잔한 감동의 예능 (0) | 2015.10.07 |
---|---|
'라디오스타' 김구라의 과한 일방통행 (0) | 2015.10.06 |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위기! '야신'의 추락인가? (0) | 2015.09.25 |
남자와 여자 중 이별 뒤 누가 더 오랫동안 아파할까요? (0) | 2015.08.29 |
편견의 벽을 허문 ‘복면가왕’ (0) | 2015.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