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셔틀콕의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이 경기 직후 배드민턴 대표팀과 협회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9위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시상식을 마치고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안세영은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조금 많이 실망했었다"면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잘 해봐야겠지만 많은 실망을 했다. 나중에 자세하게 또 설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라고 자세한 설명을 피했습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치게 됐던 과정과 그 이후 대표팀의 대처 과정을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세영은 지난해 10월 천위페이(중국)와의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친 뒤 올림픽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안세영은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안세영은 "제가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대표팀에 대해 너무 크게 실망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안세영은 재검진에서 부상 정도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던 상황을 떠올리며 "처음에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경기했는데 작년 말 다시 검진해보니 많이 안 좋더라"면서 "꿋꿋이 참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안세영은 작년 10월 첫 검진에서 짧게는 2주 재활 진단이 나오며 큰 부상을 피한 줄 알았지만, 재검진 결과 한동안 통증을 안고 뛰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세영은 은퇴 여부에 대해 "저는 배드민턴 발전과 제 기록을 위해 계속해나가고 싶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대표팀이 아니면 다음 올림픽은 어떻게 되나'라고 묻자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른데 선수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면서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고,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고 직격했습니다. 안세영은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이 1개밖에 안 나왔다는 것은 돌아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배드민턴 동료들은 안세영의 작심발언에 대해서 동조하는 분위기가 아니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7일 김원호·정나은 조가 “우리는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대표팀 분위기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은메달은 뒤에서 묵묵히 우리를 도와주신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거기에 이어서 28년 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 단식의 전설 방수현도 후배 안세영의 발언에 대해서 안타깝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비쳤습니다. 시기적으로도, 방법론적으로도 옳지 않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방수현은 MBC 해설위원으로서 이번 파리 일정을 안세영과 함께 하며 안세영이 금메달을 딴 직후 “빨리 중계석에서 내려가서 안세영을 안아주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로 안세영을 아끼는 배드민턴인입니다.
하지만 7일 방 위원은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과의 인터뷰에서 안세영이 자신의 부상에 협회가 안일하게 대처해 실망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발언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방 위원은 "올림픽 출전 선수라면 종목 여하를 막론하고 모든 선수가 부상을 가지고 이런 큰 대회에 나갈 수밖에 없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시안게임이 2023년에 열리면서 1년도 안 남은 올림픽 준비가 많이 부담됐을 거라고는 저도 생각하지만, 본인의 부상에 대해 협회에서 대처를 잘못했다고 발언한 건 조금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방 위원은 “내 생각에도 협회의 시스템이 변화가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안 선수 본인이 혼자 금메달을 일궈낸 건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하며 “금메달을 딴 건 안 선수를 위해서 감독, 코치들도 대표팀에 들어가서 같이 훈련한 거고 그 밑에 후보 선수들이 그만큼 파트너를 해준 거다. 협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면 개선하면 된다. 안 선수가 함께 열심히 해줬던 분들의 공에 대해 먼저 감사하다고 해주고, 금메달리스트로서의 모든 것들을 다 즐긴 뒤에 마음에 품고 있던 걸 잘 정리가 된 상황에서 협회하고 얘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방 위원은 “배드민턴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저는 안 선수가 어렸을 때부터 협회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안 선수가 금메달을 딴 지금 이 상황에서 협회에 아쉬워서 본인이 은퇴는 아니지만 같이 갈 수 없겠다고 공식적인 데서,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자마자 기쁜 와중에 이렇게 말했다는 게 조금 안타깝기도 하고 약간 실망스럽다"고 솔직한 의견을 전했습니다.
안세영은 중학교 3학년인 2017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현재까지 왔습니다. 그때 당시 선배들의 노고와 기업 후원을 바탕으로 한 협회의 지원이 있었기에 안세영이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현재까지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금메달을 딴 직후 이제 와서 이런 발언을 한다는 것이 실망스럽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방 위원은 ”안 선수가 어리고 앞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더 경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사태를 영리하게 잘 정리하고 모든 게 좋게 잘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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