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청년좌담회에서 한 발언이 ‘노년층 비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31일 민주당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30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30세대 청년들과 좌담회에서 아들과의 과거 대화를 소개했습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들은 “우리들의 미래가 훨씬 더 긴데, 왜 미래 짧은 분들이 1대1 표결을 하느냐”라고 언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자기(아들)가 생각할 때는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부터 여명까지로 해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되게 합리적이지 (않으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노년층의 투표권 자체를 비하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31일 페이스북 글에서 “폭염 탓인가.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민주당의 ‘어르신 폄하 DNA’가 또다시 고개를 든다. 유불리만 따지는 정치계산법이 빚은 막말 참사”라며 “경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나라 걱정하는 어르신들이 민주당에는 반가운 존재가 아닐지 몰라도 한참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혁신위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김은경 위원장은 이날 좌담회에서 아들이 중학생 시절에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1인 1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의 발언에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독한 노인 폄하 발언”이라고 했고,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굉장히 몰상식하다”고 말했습니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1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어제 정말 귀를 의심했다”며 “(김 위원장이) 과연 우리 당을 혁신하러, 도와주러 오신 분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조 의원은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소개하며 “그만큼 어르신들에게는 삶의 지혜와 경험이 축적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지독한 노인 폄하 발언”이라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조 의원은 “돈봉투 사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다” “이낙연 대표에 대해 ‘계파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초선 의원 학력저하 코로나 학생들 같다” “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기득권이다” 등 논란이 됐던 김 위원장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방송 좀 안 나오시거나 말씀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조 의원은 김 위원장의 설화뿐만 아니라 혁신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습니다. 그는 “지금 혁신안이라고 내놓으신 게, 그것 때문에 우리 당이 이렇게 도덕성에 문제가 생기고 당내 민주주의가 굴절되고 그렇게 됐느냐”며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의원은 “(지금 진행되는 혁신 과정은) 절대 좋은 평가 못 받는다”며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상민 의원 또한 지난 8월 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나이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게 우리 헌법정신인데 여명에 따라 투표권을 달리하겠다니, 굉장히 몰상식하다”고 말하며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 의원은 “김 위원장은 (이러한 실언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초선의원들에 대해 ‘코로나로 인해 학력 저하된 학생과 같다’, ‘혁신위는 이재명 대표 체제를 전제로 한 기구’ 등등 민주당이 콩가루 집안, 오합지졸이라고 해도 너무 모욕적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은 “과연 그런 인식과 자세를 가지고 민주당 혁신의 역할을 앞장서서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며 김은경 위원장이 혁신을 말할 자격도, 혁신위를 꾸려갈 능력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이 1일 김 위원장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가세해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혁신위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사과할 일이 아니다”고 일축해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양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날 김 위원장이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표결을 해야 하냐”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맞는 얘기”라며 “지금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 하지만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썼습니다. 이후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논란이 되자 양이 의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게시글을 한 차례 수정해 해당 문장을 삭제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하다하다 ‘어르신 폄훼’에도 2차 가해를 이어가나”라고 비판했습니다. 황규환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눈앞의 표를 위해 어르신을 폄훼하는 양이 의원과 민주당이야말로 반대로 ‘미래세대’를 언급할 자격이 없는 ‘정치꾼’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의 고질적인 세대 갈라치기 습관과 ‘어르신 폄훼 DNA’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황당한 발언”이라고 고 맹폭했습니다.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도 페이스북에 “더불어망언당이냐”며 “(민주당의) 노인폄하 릴레이는 끝도 없다. 경로 문화가 민주당으로 가니 ‘순삭’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그는 “(혁신위원장) 임명권자인 이재명 대표가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도 했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양이 의원은 이날 오후 추가로 글을 올려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는 “나이 많은 이들의 정치 참여를 무시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는데 잘못 표현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혁신위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공식 거부하면서 당 내 비판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설화(舌禍)가 잇따르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혁신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입니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무지한 건지 인식이 잘못된 건지 너무 황당하다”며 “그런 인식과 그런 자세를 가지고 과연 민주당 혁신의 역할을 앞장서서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습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도 “김 위원장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과하게 목소리를 내다가 계속 사고를 치고 있다”며 “혁신위의 감점 요인이 쌓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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