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거둔 성적은 처참합니다. 12전 12패. 여자부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아직 예선 일정 끝나지 않은 남자부를 포함해 남녀부 팀 가운데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팀은 한국 여자대표팀이 유일합니다. 2년 연속 대회 전패 수모를 맛본 우리 대표팀입니다. 전패뿐만 아니라 올해도 단 1점의 승점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즉 0-3 혹은 1-3으로 경기가 끝났다는 의미입니다. 한 번도 풀세트 접전은 없었습니다. 3득-36실세트라는 처참한 결과를 냈습니다. 또 2021 후반 3연패, 2022년과 2023년 전패로 VNL 27연패라는 충격적인 결과표를 받아들였습니다. 어느덧 FIVB 랭킹은 35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대회 시작 전부터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세자르 감독은 소속팀 일정으로 인해 국내 소집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결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2년 연속 감독 없이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세자르 감독은 한유미 수석코치, 김연경 어드바이저와 매일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를 했다고 했지만 직접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선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회 시작 이후에도 변한 건 없었습니다. 상대의 고공 공격과 블로킹에 당하기 일쑤였고, 우리의 공격은 상대 블로킹에 계속 막혔습니다. 공을 겨우 넘기는 데 급급했습니다. 1주차, 2주차 그리고 홈에서 열린 3주차에서도 딱히 변한 건 없었습니다. 홈 팬들은 큰 점수 차로 밀리고 있어도 선수들이 기죽지 말라고 응원을 보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1승을 챙기고 분위기 반전을 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는 한 세트만 따내도 마치 승리를 한 것처럼 좋아하는 ‘웃픈’ 신세가 됐다는 게 한국 배구인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배구연맹(KOVO)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3-2024시즌 V리그 선수 등록 자료에 따르면, 여자부 평균 보수(연봉)는 지난 시즌보다 13% 증가한 1억5천200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3시즌 KBO리그 선수 평균 연봉인 1억4천648만원보다 많은 액수로, 처참한 국제대회 성적과는 별게로 '인기 절정'이라는 V리그 여자부의 돌풍을 실감하게 하는 장면입니다. 실제로 V리그 연봉은 세계 무대로 눈을 돌려봐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배구 전문매체 '발리볼 볼트'는 올해 1월 세계 프로리그별 예상 연봉을 공개했습니다. 이 매체의 집계에 따르면 여자 프로배구 선수는 평범한 수준일 경우 2만5천달러(약 3천300만원)가량 연봉을 받고, 경험이 많은 노련한 선수는 10만 달러(약 1억3천만원)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과거 김연경(흥국생명)처럼 튀르키예 리그에서 활약하며 100만 달러 이상 받는 극소수의 사례도 있지만,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출전한 국가대표 주전 선수의 연봉은 1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약 3억9천만원) 사이입니다. 자연스럽게 이번 VNL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웜업존(교체 선수 대기 장소)에 있는 선수가 상대 팀 주전 선수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연봉이 명함'이라는 프로 무대라지만, 연봉과 기량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건 이번 VNL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여자배구는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와 양효진(현대건설)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혹독한 세대교체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들이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처음 치른 지난해 VNL에서 부진했던 일은 어느 정도 사정을 봐줄 만해도, 2년째인 올해까지 승점 1조차 얻지 못했다는 건 약팀으로 전락한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을 이끄는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 역시 솔직하게 수준 차를 인정했습니다. 곤살레스 감독은 폴란드전이 끝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VNL 수준에 못 미치는 게 한국 여자배구 현주소다. 국제 배구는 더욱 빨라지는데 거기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을 짚은 건 좋지만, 2년이 되도록 여전히 '리빌딩(전력 재구축)'만을 반복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아시아선수권대회와 파리 올림픽 예선,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남겨 둔 그는 "한국 배구는 은퇴한 베테랑이 있어서 새 선수를 발굴하는 과정"이라고 새롭게 팀을 맡았을 감독이나 할 법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한국여자배구계의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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