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한국야구 수준저하, 현장 외면하고 예능에 집중하는 야구 레전드들

Chris7 2023. 3. 13. 14:56

WBC 1라운드에서 한국 대표팀이 일본에 4-13으로 충격의 참패를 당하며 야구계가 시끌벅적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야구 현장을 외면하는 레전드 스타 플레이어 출신 레전드들을 향한 쓴소리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한국 야구 수준 저하가 과연 제도만 문제는 아니다는 것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2 KBO리그가 한창이던 지난해. A구단에 재직 중인 B코치는 은퇴 후 지도자 생활 대신 방송에 진출하는 레전드들의 행보를 두고 "'코치' 명함은 성에 차지 않겠죠.“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B코치는 "KBO 레전드라고 불릴 정도였다면 적어도 은퇴 시점까지 수 억대의 연봉을 받았을 것"이라며 "지도자로 전향하면 연봉이 수 천만원대로 줄어드는데, 방송에 출연하면 회당 출연료로 적게는 수 백만원, 많게는 거의 천만원대를 받는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들도 대부분 가장일텐데, 수입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코치직보다 그런 활동이 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스타 선수가 지도자로 '2의 야구인생'을 꽃피우는 건 옛말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라운드 바깥에서 해설위원 또는 예능 스타로 활동하는 모습이 최근 수년 새 부쩍 늘었습니다. 선수로 쌓은 경험과 통찰력, 갖가지 뒷이야기를 풀어내는 이들의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왔습니다. KBO리그가 대중적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은 것엔 이들의 '넘치는 끼'도 한몫을 했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스타 지도자 기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B코치는 "최근 현장을 둘러보면 소위 '레전드'라 불리는 젊은 코치들이 몇 명이나 있나"라고 반문한 뒤 "리그 톱클래스 성적을 쌓았던 코치들은 젊은 선수들이 갖지 못한 경험,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선수들과 거리감도 적어 시너지도 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스타급 선수들이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는 모습이 뚝 끊겼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요즘엔 굳이 힘들게 지도자 수업을 받지 않아도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다. 프로, 아마 구단 소속이 아닌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차려 선수들을 지도할 수도 있다""직업 선택 자유가 있고, '쉬운 길'을 찾는 걸 뭐라 할 순 없다. 다만 선배들의 노하우가 젊은 선수들에게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건 아쉽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면서 "바깥에서 '조언'을 하는 건 쉽다. 하지만 한 시즌 내내 선수들과 팀에서 부대끼면서 지도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며 "수 년 동안 국제 무대 부진 때마다 '위기'라 말하지만, 정작 우리 선배들이 그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23 WBC 일본전 참패 뒤 실망과 분노의 목소리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줄어든 인재풀과 유소년 야구의 기본기 무시, 나무배트 사용 등 갖가지 제도 등 한국 야구의 수준 저하를 야기한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큰 상황입니다.

 

KBO리그를 거쳐갔던 선배들도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 감독의 투수 운용을 두고 "수를 너무 못 뒀다", "대책 없는 교체가 아쉽다", "이런 식의 경기 운영이라면 대표팀 감독을 하지 않는 게 맞다" 등 소위 '작심비판'을 한 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근심 어린 목소리'를 내는 이들 중 KBO리그에서 실제 지도자 경험을 쌓은 이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한국 야구의 현주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