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내년 총선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김무성 대표가 당대표 취임 일성으로 모든 지역에서 경선으로 후보자를 뽑겠다고 공언하면서 공천을 원하는 정치인들은 지역 표밭 다지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특히 ‘공천은 당선’으로 이어지는 영남의 새누리당 텃밭 지역에서는 경쟁이 더욱 치열합니다.
하지만 정치 신인이나 원외 인사들에게는 현역 의원의 벽을 넘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현역 의원들은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의정보고서를 내거나 현수막을 내걸고 의정 활동을 홍보할 수 있지만 정치 신인이나 예비 후보자들은 사전선거운동이 허용되는 12월이 돼야 자신의 공약을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당대회 공약으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한 김무성 대표는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친이(친이명박)계가 주도했던 공천에서 ‘친박 좌장’으로 찍혀 낙천한 데 이어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도 자신의 지역구에서 쫓겨났던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당 공천위가 김 대표의 지역구였던 부산 남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면서 공천을 받지 못할 상황에 몰린 것이었습니다. 당시 김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백의종군’을 택했습니다. 두 번 연속 공천권의 희생자가 된 셈입니다. 김 대표가 “공천 줄 세우기가 만악의 근원”이라며 “권력자에게서 공천권을 뺏어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공언해 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외견상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강력 추진하는 것은 강력한 ‘개혁’ 조치로 볼 수 있지만 친박(친박근혜)계는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공천 영향력 행사를 막으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물론 김 대표 측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은 20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치 개혁”이라고 정색하고 있지만...
또한 우리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었던 오픈프라이머리가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나눠 먹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는 정치 신인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예비 후보자 등록을 현행 선거일 120일 전에서 1년 전으로 변경하고, 현역 당협위원장은 선거일 180일 전까지 사퇴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야당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해 법 개정은 난망해 보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5일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일괄 타결하자”며 전격적인 ‘빅딜’ 제안을 했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공천 혁명을 다른 제도와 맞바꿀 수 없다”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식으로 피해 나갔습니다. 활동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정개특위에서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것이 정치권 중론입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의지는 확고해 보입니다. 20일에는 “정치생명을 걸고 오픈프라이머리를 관철 하겠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문 대표도 앞서 2012년 대선과 올해 2월 전당대회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공약으로 내세운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은 18대 국회 당시 야당의 당론이자 혁신안으로 채택됐었습니다. 다만 문 대표는 지역구 20%를 전략공천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여야가 동시에 모든 지역구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강제하는 것은 정당의 자율성 침해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이 야당의 논리입니다.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동시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치르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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