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불야성’ 유이, 연기돌을 넘어 연기자로 거듭나길...

Chris7 2016. 11. 28. 14:17

연기돌 유이(애프터스쿨)가 새 드라마로 돌아왔습니다. MBC 월화극 ‘불야성’으로 말입니다. 전작인 드라마 '결혼계약' 에서의 연기로 많은 호평을 받았던 지라 그의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 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첫 두 회가 방영된 현재 유이의 연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고 있습니다. 왠지 유이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버린 듯한 ‘흙수저’ 캐릭터의 새로운 해석엔 호평이 있으나 불안정한 발음 등에서 쓴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유이는 그룹 애프터스쿨 중 가장 먼저 연기 활동을 시작했던 멤버입니다. 2009년 데뷔 직후 MBC '선덕여왕'에 미실(고현정) 아역으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SBS '미남이시네요' '상류사회', KBS2 '오작교 형제들' '전우치', MBC '황금무지개' '결혼계약', tvN '호구의 사랑' 등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사실 유이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꽤나 갈리는 편입니다. '황금무지개'로 우수연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는 떼어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상류사회'에서는 여러가지 의미로 놀랄만한 연기를 펼쳐 시청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유이의 연기력과 인기에 대한 평가가 거품이었다는 '거품론'까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이는 드라마 '결혼계약'을 통해 반전을 꾀했습니다. 시한부 아이엄마 강혜수 역을 맡은 그는 널뛰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촘촘하게 그려냈습니다. 이서진과의 나이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절절한 멜로 연기에 시청자의 감수성도 촉촉하게 젖어 들었습니다. 특히 직접 가위로 머리를 자르는 등 몸 사리지 않는 연기 투혼은 큰 화제를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유이에게 MBC 새 월화극 '불야성'은 더더욱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혼계약'으로 연기력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상류사회'의 의구심이 남아있는 만큼, 이번 '불야성'의 평가에 따라 연기돌을 넘어 진짜 연기자로서의 연기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우선 캐릭터는 괜찮아 보입니다. 유이는 극중 이세진 역을 맡았습니다. 이세진은 찢어지게 가난한 ‘흙수저’로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합니다. 하지만 늘 강단 있고 당당한 모습입니다. 그런 그의 본능을 간파한 서이경(이요원)은 위험한 거래를 제안하고, 서이경의 포스에 매료당한 이세진은 그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서이경을 동경한 나머지 점점 그와 닮아가게 됩니다. 이제까지 유이가 전문(?)으로 보여줬던 ‘흙수저’ 캐릭터라는 점은 변함없지만 욕망과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강한 여성상이라는 점이 특이점입니다.


그동안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에서 흔히 봐왔던 ‘흙수저’는 ‘금수저’들의 파워에 흔들리고 지배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심지어 남녀간의 로맨스에서도 그러한 권력 관계는 잘 드러납니다. ‘흙수저’ 여자와 ‘금수저’ 남자의 사랑에는 항상 출신 성분을 문제 삼으며 반대를 외치는 ‘금수저’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막강한 힘 앞에 ‘흙수저’ 여자는 주저앉고 좌절합니다. 그 눈물을 멈추게 해주는 것은 ‘금수저’ 남자가 방해자들보다 더 큰 권력을 잡았을 때 입니다. 간혹 ‘금수저’에게 반발하는 ‘흙수저’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회성 이벤트일 뿐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그러나 ‘불야성’ 유이의 이세진은 달랐습니다. 처음부터 ‘금수저’에 기죽지 않는 당당한 자신감으로 색다른 매력을 드러냈습니다. 천하금융 외동딸 마리(이호진)의 휴대폰을 복사해오라는 서이경(이요원)의 지령에 가격을 흥정하고, 손의성(전국환)의 함정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뒤 서이경에게 "잠시라도 당신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거 내 실수야"라고 쏘아붙이는 등 뚜렷하게 자기 생각을 밝혔습니다. 이처럼 이세진은 자기 주도적인 캐릭터라는 점에서 다른 ‘흙수저’ 캐릭터와 차별화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캐릭터를 풀어내는 유이의 연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드라마 스토리상뿐만 아니라 연기돌을 넘어 당당한 배우로서 자리매김이 필요한 그에게도 말입니다. 하지만 대사처리 시 발음과 발성이 문제로 남습니다. 전작들에 비해 한층 자연스러워진 표정 연기로 단점을 커버한다고 할 수 있지만 앞으로 그가 풀어야 할 큰 숙제임엔 틀림없습니다.


이에 비해 빛을 발했던 것은 이요원과의 호흡입니다. 유이는 이요원의 카리스마에 반해 그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 캐릭터의 심리를 잘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이처럼 유이는 이요원과는 강렬하게 대치하는 ‘워맨스’를 선보이며, 진구와는 치명적인 멜로 라인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이요원과 진구 모두 연기력으로는 자타가 인정하는 배우들인 만큼 이들과 유이가 만들어낼 시너지는 어떨지 향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입니다.


'불야셩'은 잠들지 않는 탐욕의 불빛들이 그 빛의 주인이 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내 생에 봄날' '고맙습니다' 등을 연출한 이재동PD와 '최고의 연인' '압구정 백야' 등을 연출한 최준배PD가 공동연출을 맡았고 '개와 늑대의 시간' '로드 넘버원' '라스트' 등을 집필한 한지훈 작가가 손을 잡았습니다. 이요원 진구 유이 외에 전국환 정한용 정동환 최일화 이재용 남기애 윤복인 박선우 송영규 최민 심이영 정해인 이호정 김고은 등이 출연합니다.


현재 공중파 3사의 월화극은 SBS의 ‘낭만닥터 김사부’가 시청률 면에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운데 ‘불야성’이 2위를, 그리고 KBS 2TV의 ‘우리집에 사는 남자’가 꼴지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야성’과 ‘우리집에 사는 남자’의 시청률을 합해도 ‘낭만닥터’의 시청률에 미치지 못하는게 현실입니다. ‘낭만닥터’의 탄탄한 스토리와 한석규 등 출연 배우들의 호연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첫 주 방송이 전파를 탓을 뿐인지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겠으나 ‘불야성’이 과연 월화극 1위인 ‘낭만닥터’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주인공 이요원과 함께 극을 이끌어 가야 할 유이의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 이유입니다. 유이가 연기돌이란 수식어를 벗어던지고 진짜 연기자로서 거듭나길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