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극 ‘옥중화’와 관련해 네 번째 글을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워낙 사극을 좋아하는 까닭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이병훈 감독의 ‘옥중화’를 지켜보았으나 ‘역시나’라는 결론을 얻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사극이든 현대물이든 드라마 성공의 가장 큰 필수조건은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옥중화’는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히로인 진세연의 연기가 다소 부족한 이유에서입니다. 물론 처음보다 많이 나아진건 사실입니다만 과연 방송사 간판 드라마의 주인공에 걸 맞는 연기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기다 핵심배역들인 윤원형역의 정준호와 정난정역의 박주미까지 연기력논란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주연급 배우들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드라마 스토리도 표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토리가 지루하고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입니다. 시청자들 가운데서도 이야기가 재미없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도무지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전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인터넷에는 “그래도 이병훈 감독인데, 재밌었으면 좋겠다”같은 댓글이 가득한 상황입니다. 부디 재밌게 ‘변하길’ 기원하는 시청자들의 애정 가득한 바람인 것입니다. 그만큼 ‘옥중화’가 흥미가 없다는 반증이자, 사극 명인 이병훈 감독의 명성이 과거와 다른 것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이기도 합니다.
현재 ‘옥중화’는 악의 축 윤원형(정준호 분)과 정난정(박주미 분)으로 인해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옥녀(진세연 분), 원형에게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갈고 있는 숨겨진 아들 윤태원(고수 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당초 사극 명인 이병훈 감독의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았습니다. ‘허준’, ‘상도’, ‘대장금’, ‘이산’ 등 인기 사극을 만든 이병훈 감독은 이번에도 선한 인물들의 악인들에 대한 성공과 복수를 선택했습니다. 이병훈 감독이 즐겨하는 이야기 구조인데 안방극장의 응답은 아직까진 신통치 못한 상태입니다. 시청률은 동시간대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방송을 이어갈수록 재미없다는 혹평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선악구도 속에 매일 악행을 저지르는 윤원형과 정난정, 그로 인해 고단한 삶을 사는 옥녀, 반격을 준비하는 태원의 모습이 2회부터 계속해서 펼쳐졌습니다. 1회에서 대략적인 인물 소개만 됐을 때만 해도 흥미롭다는 반응이 많았던 이 드라마는 초반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 3회 이후 반복되는 설정이 벌써부터 지루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극중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의 흡인력이 떨어지고, 주.조연 가리지 않고 배우들의 연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겉도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사실 이 같은 혹평은 비단 이병훈 감독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사극의 인기가 예전만하지 않은 것도 맞습니다. 보통 사극이 중장년층을 안정적으로 끌어당기며 시청률 보증수표로 여겨졌는데, 최근 방영한 사극들의 파괴력이 확 줄어들었습니다.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다른 드라마에 밀리는 경우도 많았고, 지난 해 최대 기대작이었던 SBS ‘육룡이 나르샤’의 경우도 김명민과 유아인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폭발력을 누리진 못했습니다. 최근 종영한 또 다른 사극인 SBS ‘대박’ 역시 이야기에 있어서 힘이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안방극장 시청자들이 사랑했던 사극이 전체적으로 시들시들한 셈입니다.
사극이 힘이 떨어진 것은 더 이상 흥미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극이 다루는 이야기가 천편일률적으로 선악 대립이라는 게 시청자들이 고루하게 느끼는 주된 이유입니다. 아무래도 젊은층을 잡겠다는 드라마가 아닌 까닭에 비슷한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그저 그런 안일한 기획의 사극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매번 안방극장에 통했던 이병훈 감독의 사극 또한 지난 ‘동이’와 ‘마의’ 때부터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옥중화’에 접어들어 고착화 되고 말았습니다. 이병훈 감독의 장기가 더 이상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입니다, 심지어 요즘 안방극장의 입맛을 당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 현재 ‘옥중화’가 위기인 이유입니다. 물론 일면 예상됐던 부침이기도 합니다.
‘옥중화’는 무려 50회로 기획된 호흡이 긴 드라마입니다. 보통 긴 흐름의 사극이 중반 이후에는 반복되는 설정으로 답답함을 안기는데, ‘옥중화’는 15회밖에 방송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뻔하고 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흐름이 긴 사극이라는 장르가 통하지 않는 시대, 노장인 이병훈 감독에게 큰 숙제가 던져졌습니다.
제가 ‘옥중화’ 방송 시작전 포스팅한 글에서도 서술했듯 이병훈 감독은 과거 MBC ‘조선왕조 5백년’ 시리즈를 연출한 정통파 사극 연출가입니다. 보는 이에 따라 일부 사관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나 ‘조선왕조 5백년’시리즈는 우리 방송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 감히 단언합니다. 그러했던 이병훈 감독이 드라마 ‘허준’의 상업적 성공을 기점으로 왠지 ‘트렌드 사극’으로 드라마 연출이 크게 변하지 않았나 느껴집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일 뿐입니다.
‘허준’과 ‘상도’를 거쳐 ‘대장금’이후의 드라마들 즉 ‘이산’과 ‘동이’ 그리고 ‘마의’ 세 편의 사극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드라마의 주 무대인 도화서, 장악원, 감찰부 그리고 내의원 등 장소와 등장인물들만 바뀔 뿐 드라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스토리 진행 그리고 인물들의 성격 등은 똑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혀 새로움이 없는 것입니다. 이병훈표 사극에 단골로 등장하는 일부 조연급 배우들은 캐릭터 설정까지도 같습니다. 물론 이런 배경과 스토리 그리고 설정들이 재밌었던 것 또한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적어도 ‘동이’까지는 말입니다. 그 후의 ‘마의’는 트렌드화 된 이병훈 사극이 한계점에 달했음을 직감케 해준 드라마입니다(사실 ‘동이’때 부터 위태로움이 느껴졌었습니다).
현재의 ‘옥중화’가 제가 예상했던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이럴 줄 알았지!'라는 생각에 이처럼 주절거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동안 사극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해준 고마운 이병훈 감독의 사극이 더 이상 매력을 잃은 듯한 안타까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저 같은 사극 매니아들의 선택의 폭이 갈수록 좁아져가는 우리 방송계 현실이 서글프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모쪼록 ’옥중화‘가 이제부터라도 반전의 발판을 마련해 정통사극의 부활을 보여주길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그래서 글 서두에 마지막이라 했던 제 말을 무색케 만들며 ’제가 틀렸습니다. 역시 이병훈 감독의 사극 입니다‘라는 말을 외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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