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안대희 전 대법관과 함께 새누리당 내에서 ‘험지 출마’를 요구 받았던 오 전 시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로구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해 4월 저는 정치 재개를 밝히면서 당의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 쉬운 지역에 가지 않겠다, 상징적인 곳에서 출마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며 “이 세 가지 원칙에 부합하는 곳이 바로 종로”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종로 출마는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험지 출마'와 반대되는 성격을 갖고 있기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 전 시장도 출마 선언문에서 ''험지 출마' 요청을 받고 지난 한 달여간 개인적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재 종로구는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 곳입니다. 5선 의원이라 쉽지는 않습니다. 언론에서는 오세훈과 정세균의 빅매치가 벌어질 수 있다며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 전 시장이 종로구에 출마하면서 여야 간의 격전지가 될 수도 있지만, 오 전 시장이 넘어야 할 산이 아주 큽니다. 바로 박진 전 의원입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종로 출마 선언을 하는 기자회견장에 박진 전 의원이 지지자들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박진 전 의원을 본 오 전 시장은 악수하라는 주위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됐어요'하고 눈도 마주 치지 않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오 전 시장의 이런 반응은 박진 전 의원이 맞불 기자회견을 하면서 오 전 시장을 강력하게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박진 전 의원은 현재 종로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공식적으로 종로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오 전 서울시장이 가진 외형적인 이미지와 언론을 통한 대중성은 공천심사에 중요한 점수가 될 여론조사에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공천심사가 되기 전에 박진 전 의원은 오세훈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패를 내세워 당 지도부와 여론을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오 전 시장의 재임기간 중 문제점을 언론에 공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 전 시장 입장에서는 정작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기 전, 박진 전 의원과 어떻게 싸우고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종로에서 3선 의원을 한 박진 의원이 오 전 시장 입장에서는 그리 쉬운 상대는 아닐 것입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험지 출마 당부'와 당내 박진 전 의원의 반발을 무릅쓰고 종로에 출마하는 이유는 대권 때문입니다. 종로는 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의 하나로 민심의 방향을 알 수 있는 지역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처럼 대선 출마를 하려는 정치인이 거치는 지역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계획에는 분명 종로구에서 출마, 대권 경쟁에 뛰어들어 승리하겠다는 야심이 들어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19대 총선에서는 정세균 의원에게 패배했지만, 새누리당의 텃밭처럼 보수 지지층이 있는 종로구 출마가 다른 지역보다는 수월하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여기에 친박에서는 친이계 박진 의원보다 오세훈 전 시장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친박쪽에서는 김무성 대표보다 오 전 시장을 종로에 출마시켜 당선시킨 뒤 김무성과 대결하게 해 대권까지 가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오세훈 전 시장 입장에서는 굳이 험지에 출마해 김무성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오 전 시장은 부자간에도 나눠가질 수 없는 권력을 향해 야심을 내비치고 출전을 한 셈입니다. 당이나 김무성보다는 자신의 성공과 야망이 우선인 것입니다.
단순히 현재 상황만 보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종로 출마는 굉장히 유리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종로구 선거는 정말 치열한 싸움터입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와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는 5091표였습니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박진 후보는 3만4113표를 득표해 통합민주당 손학규 후보를 (3만1530표) 2583표의 차이로 이겼습니다.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박진 후보는 열린우리당 김홍신 후보에게 588표 차이로 겨우 승리했습니다.
19대 총선에서 박진 전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이유는 18대 임기 중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의원직 상실까지 갔기 때문입니다(대법원에서 벌금 80만 원을 받아 의원직 유지). 홍사덕 전 의원이 종로구에 출마했지만, 정세균 후보에게 패배했습니다.
종로구 선거는 굉장히 치열한 싸움이 될 것입니다. 그 싸움의 승리자가 앞으로 대권까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새로운 정치, 새로운 바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2004년 그는 "정치는 다신 안 해요. 1년간 환경 공부하러 유학 떠날 겁니다"라고 말하며 정계 은퇴를 했던 인물입니다.
인물 정치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정치인이 갖춘 능력과 경력, 과거 약자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참여했던 행동을 통해 미래를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유독 방송에 나온 외형적인 이미지만 보고 투표를 하는 경향이 심합니다. 자신이 투표하려는 인물이 정확히 무슨 의도로 지역구에 나오려고 하는지 파악하고, 소중한 한 표가 어떻게 선거를 움직이는지 깊게 생각하는 20대 총선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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