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새정연과의 총선연대 가능성을 배제하고 정권 교체를 위한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을 천명하면서 향후 야권 신당세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안철수 신당'은 앞서 신당 창당 기치를 올린 천정배·박주선 의원 등과의 합종연횡을 주도하는 핵이 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안 의원이 지난 18대 대선 출마 당시 한 때나마 '폭발적' 지지를 끌어 모았던 저력을 이번에 되살려 낸다면 그의 정치적 파괴력은 막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지표상 나타난 '안철수 신당'의 초반 흐름은 좋은 상황입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5~18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직 창당 전인 안철수 신당의 차기 총선 지지율은 16.3%를 기록했습니다. 새누리당은 38.2%, 새정연은 25.7%였습니다. 안철수 신당이 아직 창당 전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안 전 대표는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을 제치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연 대표에 이어 3위로 올라섰습니다.
이는 안철수 신당이 새누리당과 새정연의 일부 지지층과 무당층을 흡수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운동권 출신이 중심인 정당을 벗어나 중도·보수 세력을 아우르겠다는 구상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특히 호남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30.7%로 1위를 기록해 27%의 지지를 받은 새정연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3년여의 정치생활 동안 자산을 많이 소진했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창당 불씨를 얼마나 되살리는가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안 의원 역시 전날 트위터를 통해 "국민께서 부족한 저에게 새정치의 불씨를 다시 주셨다. 이 불씨 절대 꺼뜨리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안 의원이 지닌 잠재력은 야권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세력들에게 호재가 될 수도 있고,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안 의원의 신당이 독자 행보를 이어나갈지, 아니면 천정배·박주선 신당 등과 연대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위협, 또는 능가할 수 있는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신당 창당을 그리고 있는 안 의원은 이날 혁신을 거부한 수구세력, 청산돼야할 사람들과는 연대를 거부하되 호남신당과는 연대 가능성을 밝혔습니다.
안 의원은 "청산해야 할 사람들과는 연대하지 않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부패에 단호하고, 실력있는 인재들이 모이는 정당, 젊은 세대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는 정당, 생각이 달라도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천정배 의원 등 호남의 신당세력에 대해서는 "그들과의 연대는 기본적으로 열려 있다"며 "하지만 신당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새정치의 비전과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고, 협력문제는 이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된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안 의원은 "부패에 단호하고, 이분법적 사고에 빠지지 않고, 수구적 생각을 갖지 않은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며 "신당은 안철수 개인 당이 아니라 낡은정치 청산과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범국민적 연합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안 의원이 신당 추진세력들과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하겠다는 것으로 천 의원과 박 의원 측에 대한 '긍정적 사인'으로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천 의원과 박 의원 측도 안 의원 세력과의 연대 여부에 대해선 일단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먼저 창당을 추진해온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늦게 새정연을 뛰쳐나온 안 의원 중심으로만 세가 꾸려지는 구도는 경계하는 모양새입니다. 천 의원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언젠가 (탈당이라는) 용기와 결단을 내린 분들이 함께 하리라 본다"면서도 "현재 국민들이 (신당 창당에 대해) 요구하는 것을 이행하고 수렴한 인물은 (창당을) 쭉 준비해온 천 의원"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주선 의원측도 독자행보를 강행하기보다는 새로운 야권세력과 힘을 합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선택'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당세력의 분열은 결과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원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합종연횡에 가담할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다만 이 구도가 안철수 신당의 주도로 될지, 아니면 천정배, 박주선 주도의 구도가 될지는 아직 불분명해 보입니다. 합종연횡이 안철수 신당 주도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안 의원이 정치 지도자에 걸맞는 역할과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가가 핵심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런 가운데, 그간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비주류에 머물러왔던 인물들의 추가 탈당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특히 문재인 대표 체제에 대한 반감이 심한 호남 민심을 기반으로 아직 새정치연합에 남은 호남 의원들이 안 의원 신당에 적지 않은 세를 보탤 것으로 보입니다.
안 의원의 이날 신당 창당 선언에는 신당으로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자신감이 담겨있습니다. 문 대표 체제에 대한 호남의 뿌리 깊은 반감이 그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광주지역의 경우 민심이 먼저 나서 현역 의원을 압박하는 모양새입니다.
새정치연합 3선 장병완(광주 남구) 의원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 체제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안 의원의 탈당에 (광주 민심이) 압도적인 지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의원들은 민심을 거역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광주뿐만 아니라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호남지역 전반에서 독자세력화 추진 후 안 의원에 대한 지지도가 새정치연합 문 대표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반감이 광주에서 호남 전체로 확대되는데다, 이 같은 흐름이 안 의원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미 광주지역에선 현역 의원 8명 중 천정배, 박주선, 김동철 의원 3명이 새정치연합을 떠난 상황입니다. 장병완 의원을 포함해 아직 강기정, 권은희, 박혜자, 임내현 의원 등 현역 5명이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남아 있지만 이들 역시 '반 문재인 체제'라는 호남 민심에 고민이 깊습니다.
주류로 분류돼 그간 탈당 후보군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강기정 의원의 경우 탈당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역시 새정치연합을 벗어나는 민심에는 부담을 느끼는 상황입니다. 강 의원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새정치연합 지지율보다 무당층 지지율이 더 높다"며 "이런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탈당 여부에 대해선 "생각도 안 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강 의원을 제외하고 탈당이 유력하다고 점쳐지는 4명의 광주 의원들은 이미 지역 민심을 기반으로 적당한 탈당 시기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정론관을 예약했다가 취소해 '탈당설'이 불거진 권은희 의원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를 아끼는 많은 분께서 선출직 공직자로서 제 생각을 지역민의 그릇 속에 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이를 받아들여 오늘부터 4일간 의정보고회와 지역민 탐방 시간을 갖고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안 의원 탈당 후 추가 탈당한 의원들 일부는 안 의원, 천 의원, 박 의원을 포함해 새정치연합 탈당 의원 7명이 한자리에 모여 통합 로드맵을 짜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기술한 여론조사결과와는 별개로 안철수 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독자정당으로서 성공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엄연히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의 한 핵심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호남 민심도 생각보다 크게 요동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새정연의 지지층도 빠른 속도로 결집하고 있기 때문에 여야의 전면전으로 흘러갈 총선 정국에서는 여당을 이길 수 있는 새정연의 지지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과거 안 의원에게 여러 차례 자문해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새누리당과 새정연의 1대1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야권 지지층이 신당이라는 모험을 선택하기보다 제1야당인 새정연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판단에서 입니다.
결국 김한길 전 대표와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 새정치연합 내 보수 성향 거물급 인사의 안철수 신당 참여 여부에 무엇보다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모든 상상이 가능한 시점"이라며 탈당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김 전 대표도 20일 문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김 전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의 탈당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 비주류 측 관계자는 "문 대표가 당대표직을 포함한 모든 것을 던져 비주류를 끌어안는다면 안철수 신당의 파급력은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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