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영화 '히말라야' 황정민, 산이 있어 오르는 산사나이들의 이야기

Chris7 2015. 12. 17. 18:00

‘대호’,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와 함께 올겨울 개봉작 빅3중 하나인 ‘히말라야’가 16일 개봉했습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히말라야'는 개봉 첫날인 16일 20만3천39명, 누적관객 수 22만9천815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죽은 동료의 시신을 찾으러 히말라야로 떠난 산악인 엄홍길과 그 동료들의 이야기를 다룬 MBC 다큐멘터리 '아! 에베레스트'를 본 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 제작 JK필름)의 제작자 윤제균 감독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영화화를 다짐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뒤 말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는 지난한 과정 끝에 탄생한 '히말라야'는 한국 영화 최초의 본격 산악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관객들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3년 전 ‘댄싱 퀸’ 과 지난해의 ‘해적-바다로 간 산적’ 으로 한국영화계엔 흔치 않은 백투백 홈런을 날린 이석훈 감독은 지난 1년간 자신의 주특기인 코미디 멜로를 잠시 내려놓은 채, 자연 속 인간과 사랑에 대한 남다른 고찰을 작정해 왔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작년 여름 고전 코미디물의 새 지평을 열었던 바다 산적들의 태풍 같은 용솟음 직후, 그는 진짜 산사나이가 되려고 각성한 듯 바로 도착한 히말라야 속에서 결국 기존의 장르를 떠난 순정 드라마 한편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습니다.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산악인들이 각자의 이유를 지닌 채 산에 오르고 이른바 '산쟁이'들만 알 수 있는 그들만의 유대감을 형성해가는 전반과 박무택의 죽음 후 원정대를 꾸려 떠나는 후반부로 나뉩니다.

 

 

오직 산을 사랑해 때론 가족과 직장도 뒤로한 채 히말라야 원정길에 오른 산악인들은 등반 중 동료들을 잃는 슬픔을 겪습니다. 귀국 후 엄홍길(황정민) 대장은 기업체 강연 도중 이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고, 마침내 원정대를 조직해 산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해오기로 결심합니다.

 

 

그간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김무영(김원해) 장철구(이해영) 전배수(전배수)와 홍일점인 조명애(라미란) 등 동료 산악인들을 불러 모은 엄 대장은 아무런 지원도 없이 명예도 보상받지 못하는 원정길을 떠납니다. 그들의 이름은 '휴먼원정대' 스크린에 펼쳐지는 산에서 시린 겨울바람을 맞는 사람들의 고군분투기는 때로는 인간의 위대함을, 다른 한편으로는 대자연의 경건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2005년 실제로 '휴먼원정대'를 꾸려 고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찾으러 간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이 작품에는 MSG가 없습니다. 지나치게 '담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의 극성을 자제한 이유는 실제 사건에 대한 오마주의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2시간 5분의 러닝타임 중반이 넘어가면서 내내 관객들의 눈시울을 젖게 만듭니다. 에베레스트를 인류 최초로 오른 힐러리 경의 '산이 거기 있기에 오른다'는 말처럼 운명인 듯 산악인의 길을 택한 이들의 삶과 운명이 교차되면서 실화만이 주는 힘으로 영화를 끌어갑니다. 다른 어떤 보상도 없이 오직 동료에 대한 신의와 사랑만으로 험난한 등반길에 오른 이들의 이야기가 어떤 극적인 이야기보다도 극적인 것입니다.

 

 

실제 산악인을 방불케하는 황정민의 뜨거운 연기와 극의 무게감을 잡아주는 조성하의 존재감, 고산병 증세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찍었다는 정우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작품을 든든하게 받치는 요소입니다. 산 위에서 배우들이 내몰아치는 찬 입김과 설맹(눈 위와 같은 곳에서 자외선 과잉 때문에 일어나는 안염)의 위험에 맞닥뜨리는 장면은 관객들이 실제 산행을 하고 있는 듯 한 착각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첫 산악영화라는 야심찬 도전에 집중했는지 캐릭터 연출에서는 아쉬운 면이 엿보입니다. 지나친 ‘담백함’으로 관객들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뜨거운 가슴으로 사는 산악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선택할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