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2일 본회의장에서 초코바를 먹고, 모바일게임을 했기 때문입니다.
한 언론사 영상카메라에 그 모습들이 포착됐는데, 우리 국회법 148조는 본회의장에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입법을 책임지는 의원이 법을 어겼습니다. 여기에 본회의장에서 게임이라니. 당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욕을 먹어도 싸다 하겠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했습니다. 대통령 욕도 국민의 권리인데 법을 어긴 의원이야 말할 나위 없습니다.
하지만 욕을 해도 사실관계는 명확히 알고 해야지 않을까요? 그래야 한번 해도 제대로 된 욕을 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새해 예산안 법정시한인 이날 여야지도부는 심야회동 끝에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고 이를 처리키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연계된 쟁점법안 합의가 늦어지면서 정작 본회의는 오후 11시10분 개회됐습니다.
여야 지도부가 하루 종일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다수 의원들은 9시간 넘게 국회에 남아 본회의 개회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 의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최초 보도에 따르면 '이자스민 의원은 이날 밤 10시쯤 본회의가 열리기 앞서 본회의장 내에서 초코바를 꺼내 주변을 살피고는 포장을 뜯은 뒤 먹었다'고 서술했습니다. 아울러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에 따르면 회의가 진행 중이지 않을 때 한 행동입니다.
포털 다음은 관련 기사 중 하나를 뉴스 페이지 메인화면에 올렸습니다. 댓글은 5000개에 달했습니다. 그중 십중팔구는 이 의원을 질타한 내용이었을 겁니다. 인종차별 발언, 원색적인 욕설과 인신공격이 쏟아졌습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이자스민+초코바'를 검색하면 관련 뉴스만 67건에 달합니다.
국회법을 어겼다지만(모바일게임은 국회법 위반이 아닙니다) 이 정도의 공격을 받아야 하는 사안인지 판단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수천, 수억의 불법자금을 꿀꺽 먹은 것도 아니고 초코바 하나를 먹었을 뿐입니다. 회의 시간이 아닌 쉬는 동안 모바일게임을 한 것이 '부적절한'지 여부도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이 의원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은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아들이 편의점에서 담배를 절도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지어졌습니다.
한때 이 의원이 위안부 기림비 설치에 반대했다는 보도도 사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당시 국회 안에 설치하자는 것을 유동인구가 많은 광화문에 설치하자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 의원은 2012년 '국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법률상담 및 소송대리 등을 지원'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이 의원이 발의한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은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를 해주자는 내용이지만, 이 역시 불법체류자 추방을 금지하고 세금으로 범법자인 이들을 과도하게 보호한다는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이 역시 과도한 해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베와 오유, 네이버 댓글과 다음 댓글, 이용자 성향이 다른 곳이지만 이자스민이라는 이름 앞에 '대동단결'해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자스민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우리 국민들의 좌우분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거둬도 될 법해 보입니다.
그 원인을 과학적, 혹은 논리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습니다. 짐작만 할 뿐입니다. 우리보다 피부색이 더 짙은 인종에 대한 차별. 짐작이 맞지 않길 바랄 따름입니다.
초코바 논란을 일으킨 이날 본회의는 결국 다음날인 3일 0시48분에 안건이 통과됐습니다. 헌법이 정한 법정 처리시한(2일)을 어겼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적 기사들도 나왔습니다. 다음은 이 중 하나를 메인화면에 올렸고, 해당 기사에 대한 댓글은 152개였습니다. 참고로 이 의원과 초코바 기사에 달린 댓글은 4871개입니다.
하나 더. 지난 4일 박대동 의원이 자신의 비서관에게 월급상납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기사화되면서 공분을 샀습니다. 네이버에 '박대동+비서관+월급상납'을 검색해보면 58건의 기사가 검색됩니다. 다음이 메인화면에 올린 관련 기사 중 가장 많은 댓글은 557개입니다.
그리고 3일 오전 2시를 넘겨 마지막으로 본회의에 상정된 암관리법 개정안 표결에 참석한 의원은 254명입니다. 우리 국회의원 정원은 300명. 이 가운데 통합진보당 해산 및 일부 의원 제명 등으로 현재 총원은 294명입니다.
초코바와 게임으로 허기와 무료함을 버틴 이 의원이 표결에 참여하는 동안 나머지 40명의 의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더 큰 비판을 받아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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