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소고기 수입액이 1조원을 넘었다는 기사를 보니 황당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광우병 시위를 준비할 때 광우병이 정말 팩트가 맞는지를 놓고 회의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습니다.”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이적(利敵) 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10년간 맡았던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의 말입니다. 그는 지난달 26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옛일을 곱씹어 보고 반성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2007~2008년 한미 FTA 범국민운동본부 정책팀장을 맡아 광우병 사태 선동의 최전선에 있었습니다. 민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광우병에 대해, 팩트에 대해 회의를 한 적이 없다. 이명박 정권 퇴진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 하는 차원에서만 얘기가 오갔다”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목적은 ‘이명박 퇴진’이었다는 고백입니다. 이어 “정무적 판단이 전문가의 판단보다 우위에 있다는 세계관을 가진 게 운동권들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무엇인가를 물어본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당시 한미 FTA 범국민운동본부는 ‘반미(反美)’를 고리로 진보연대와 참여연대가 주축이 된 조직입니다. 민 대표는 “진보연대는 소위 주사파들 또는 민중운동 조직들의 연합체고, 참여연대는 좌파 시민 단체를 대표해 들어왔다”며 “이 둘이 합해진 것이니 모든 진보 세력, 특히 386이 다 모였다고 보면 된다”고 했습니다. 당시 진보 정권이었던 노무현 정부가 몰락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막 집권했던 시기라 이에 대한 적개심이 대단했었다고 합니다. 간첩 혐의로 감옥까지 갔던 그는 광우병 시위 이후 회의감을 느끼고 운동에서 손을 뗐습니다. 한미 FTA 운동본부 정책팀장을 맡으면서 경제 보고서들을 열심히 들여다본 것이 오히려 극단적 좌파 진영에 대한 회의만 불러일으켰다는 것입니다. 민 대표는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를 봤는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일본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전부를 합친 것보다 크다는 결과를 접하고는 충격을 크게 받았다”며 “그 전엔 단순히 매판자본(買辦資本)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내가 알던 세계에 금이 갔다”고 했습니다.
민 대표는 “광우병 시위가 끝난 후 미국산 소고기 수입액이 1조원을 넘었다는 뉴스를 봤을 땐 고개를 숙였다”며 “그때 일을 반성한다”고 했습니다. 작년 기준 수입액은 3조원을 돌파했습니다. 그는 당시 시위 지도부 중에서도 반성하는 사람이 있냐고 묻자 “단 한 명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어차피 국민 건강을 우려해 시위를 한 게 아니었다. 효과적으로 선동에 써먹었으면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운동권의 가장 나쁜 점 중 하나는 자기들이 불리한 얘기는 집단적으로 숨긴다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서는 “광우병 괴담과 판박이”라고 했습니다. “반(反)이명박을 위해 광우병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이번에도 반(反)윤석열을 위해 일본을 꼬투리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광우병 사태처럼 되지는 않을 거라고 봤습니다. 그는 “광우병은 당시 국내에 전문가가 없었던 반면 오염수는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들이 있다”며 “나도 카이스트 원자력과 교수들의 말을 신뢰한다”고 했습니다. “일본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많이 확산돼 있어 일본에 그렇게 적대적이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민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이슈화시키는 데 대해서도 “국민들이 보기엔 (민주당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며 “정치 지형도 (민주당에 대한 불신 때문에) 광우병 때와 다르다”고 했습니다.
한편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 강연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처리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에 대해 "성능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건 무의미한 논쟁"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중수소 우려와 관련해선 "소금에서 물 찾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알프스 기본 원리는 기준을 만족할 때까지 거른다"며 "한번 나와서 만족하지 못하면 두번, 그래도 안 되면 세번 필터를 거친다"고도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알프스가 걸러낼 수 없는 삼중수소에 대해 "물을 이루는 수소 두 개와 산소 하나 중 수소 하나가 삼중수소가 된 것이다. 결국 물"이라며 "물에서 물을 걸러내지 못해 삼중수소는 방류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 바닷물에 희석해서 농도를 맞춰서 내보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교수는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출된 방사성 핵종 총량이 현재 후쿠시마 저장탱크 물에 담긴 총량의 1000배라고 주장하며 "지금 1000분의 1을 방출하면 영향이 있겠나. 갑자기 그런 영향이 생기지 않는다. 그럴 수 없다"고 단정했습니다. 그는 "삼중수소는 소금에 남아있지 않는다. (삼중수소는) 물이다"라며 "소금에서 물 찾겠다는 것과 똑같은 이야기다. 물을 증발시키고 소금을 얻지 않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우리 해역을 10년 넘게 관찰한 결과를 보여주며 "이 정도 세슘과 플루토늄은 원래 있었다. 우리 바다의 물로 지금까지 천일염을 만들었다면 저 수치가 지금 소금에 다 들어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에서 후쿠시마 연간 방류의 50배 수준을 방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하고 있지만, 그로 인한 영향은 없다"며 "그 모든 영향이 나타나기엔 너무나 총량이 미미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교수는 삼중수소가 농축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영국에서 있던 특이한 사례다. 유기물이었던 삼중수소를 먹은 방어에서 바다 농도보다 높게 나타났다"면서도 "물 형태의 삼중수소를 방류했을 때는 농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농축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이미 방사선 피폭을 얼마나 받을지 평가하는데 포함된 것"이라며 "농축된다고 해서 위험한 게 아니라 이미 영향에 다 포함된 것이다. 주관식 맞췄더니 점수 더 내놓으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 교수는 나아가 오염수 방류를 허용하더라도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이 더 어려워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2심 소송에서 우리는 위험성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바다와 우리 바다가 다르다는 논리를 가져왔다. 그 바다는 사고의 영향이 남아있는 바다라 했다"며 "사고 때문에 나온 것을 방류한 저 바다와 우리 바다가 다르다는 주장을 계속 가져갈 수 있다. 더 강화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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