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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미국 중간선거, 하원 공화당 승리·상원은 접전

Chris7 2022. 11. 10. 09:59

8(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연방 하원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의회 권력을 탈환할 것이 유력시됩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하원 435석을 모두 새로 뽑는 이번 선거에서 9일 오전 830분 기준 민주당이 172, 공화당이 199석을 각각 확보했습니다. 현재 개표 중인 64곳 가운데 공화당이 19석만 추가해도 과반(218)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NBC는 공화당이 219석을 얻어 근소한 차이로 다수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번 선거결과는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유권자 표심이 조 바이든 행정부를 심판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출구조사에서도 유권자의 최대 관심은 물가 상승이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던 흑인과 히스패닉이 공화당 쪽으로 일부 옮겨갔고 교외지역 백인 여성 유권자마저 인플레이션 여파로 민주당에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공화당은 2018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하원 다수당 지위에 오르게 됐습니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경제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기후변화 예산 축소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정 등도 의회에서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 탄핵을 벼르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의 거액수수 의혹도 조사한다는 방침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2년 동안 의회 도움을 얻기 힘들어지면 조기 레임덕에 빠질 위기에 놓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화당은 기대만큼 '레드 웨이브(공화당 바람)'를 얻지 못했습니다.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48석씩 확보한 가운데 조지아주와 네바다 등 4곳에서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어 개표를 모두 마칠 때까지 승패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상원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유지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이처럼 이른바 '경제심판'이 화두로 떠올랐던 이번 중간선거에서 당초 예상했던 공화당의 레드웨이브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4년 만에 하원 다수당 탈환은 확실시되고 있으나,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의회 완전 장악을 노린 공화당으로선 다소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 트럼프' 세력의 막판 결집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주지사 선거에서도 예상 밖 선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지사 선거가 치러지는 36곳 중 공화당이 24, 민주당이 22곳에서 승리를 확정했습니다. 민주당은 현재 민주당 소속이 주지사인 메인, 뉴욕,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일리노이, 미네소타, 콜로라도,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하와이 등 13곳을 수성하고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매사추세츠와 메릴랜드를 탈환했습니다.

 

특히 뜻밖의 접전 지역으로 대두된 뉴욕주의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인 캐시 호컬 현 주지사가 공화당 후보인 리 젤딘 하원의원을 안정적 격차로 꺾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뉴욕주의 경우 대표적 블루스테이트지만,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급격히 공화당 후보의 선전이 확인되면서 레드웨이브가 현실화할 수 있을 지 주시하는 지역으로 떠올랐었습니다. 민주당으로선 뉴욕주지사를 공화당에 빼앗길 경우 상징적 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공화당의 경우,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전날 일찌감치 재선을 확정한 점이 눈에 띕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공화당 세라 허커비 샌더스 후보는 아칸소 주의 첫 여성 주지사가 됐습니다.

 

기정사실화됐던 공화당의 하원 탈환 외에 상원에서 민주당이 예상외로 선전하면서 현지 언론들은 레드웨이브는 없었다는 평가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민주당 역시 완패 전망이 옅어지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입니다. 뉴욕타임스(NYT)"40년 만의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 인기없는 대통령 등 모든 요건이 민주당에게 불리했지만, 공화당은 작은 물결에 그쳤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미 유권자들이 정권심판 성격이 짙은 이번 선거에서 일단 공화당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양당에 함께 경고의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평가됩니다.

 

현지에서는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공화당에게 내준 가장 큰 요인으로는 인플레이션 등 악화한 경제라는 점에 이견이 거의 없습니다. 전날 에머슨리서치가 CNN, NBC, ABC 등 미국 방송사들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2%는 투표에 영향을 미친 핵심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을 꼽았습니다. 이어 낙태문제(27%), 범죄(12%), 총기정책(12%), 이민문제(10%)가 뒤따랐습니다. 유권자 46%2년 전보다 가계 재정 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했고, 더 나아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습니다. AP통신의 조사에서도 유권자 10명 중 8명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예산편성권, 입법권이 달린 하원 다수당 자리를 공화당에 내준 것 자체가 일종의 '경제심판론'이 작용한 것이란 평가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로선 남은 2년 임기 동안 하원의 강한 견제를 받으며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미 유권자들은 상원마저 공화당에게 넘기지는 않았습니다. 경제가 가장 큰 이슈로 꼽혔음에도 레드웨이브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면은 유권자들이 낙태, 민주주의 수호 등의 이슈를 두고는 민주당을 선호했음을 확인시킵니다. 공화당이 2020년 대선 등 선거 불복 프레임을 강조하면서 유권자들 사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는 우려가 커진데다, 낙태 금지를 외친 것도 표심을 등지게 하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NYT"민주당은 낙태권, 의료보험, 사회보장제도 등을 강조해왔다""경제와 인플레이션이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나, 낙태 역시 강력한 이슈였다"고 전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 폐기한 로대웨이드에 대해 불만 또는 분노를 표현한 유권자의 60% 이상이 민주당을 지지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여기에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상한 것도 오히려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요인이 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현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에 실망감을 표했던 민주당 지지층들이 '트럼프만은 안된다'고 막판 결집에 나섰다는 설명입니다. 공화당이 유리한 정권심판론의 환경 속에서도 압승을 거두지 못한 배경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대선이 사기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지지한 225명 이상의 상·하원, 주지사, 주 국무장관 등의 후보가 출마했지만 이들의 성적표는 기대에 미달했다는 평입니다.

 

조지아주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소속인 브라이언 켐프 현 주지사는 민주당을 여유롭게 꺾었으나, 같은 지역 상원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민 허셜 워커 공화당 후보는 과반 득표에 실패했습니다. 켐프 현 주지사는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검표 요구를 거부했던 인물입니다. 뉴햄프셔 지역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을 비판해온 크리스 스누누 주지사는 재선에 성공했으나, 친트럼프인 돈 볼덕 공화당 후보는 패했습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후보들이 일반 공화당 후보들에 비해 훨씬 고전했다"면서 "그의 개입이 없었다면 공화당이 오히려 더 좋은 성적표를 받았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정치분석가인 척 고플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지지했던 후보가 공화당 후보로 나섰다면 공화당이 손쉬운 승리를 챙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친트럼프 후보들의 부진 속에 공화당 내 차기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20%포인트 차의 압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재선을 확정지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그는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내 차기 대권주자 경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거론되는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