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현 박근혜 정권 최고의 실세는 최경환 의원이라는데 이의를 제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최 의원의 최근 언행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새누리당내 총선 출마자들 중 누가 ‘진박’이냐를 놓고 말들이 많은 가운데, 2월초 4박5일간 영남 전역을 누비는 ‘진박 인증 투어’에서 최 의원은 당내 갈등을 조장하고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분열’의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최 의원의 진박 감별 기준은 ‘내 맘대로’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64번째 생일이던 지난 2일,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대구 서구)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축사를 한 최 의원은 “참 감각이 탁월하다”며 시작부터 윤 전 수석을 치켜세웠습니다. 그리고 “(개소식 날짜를) 오늘 박 대통령 생신날로 뽑았죠. 그 정도는 돼야 국회의원을 한다니까”라고 ‘진박 인증’을 완료했습니다.
3일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갑)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선 더욱 기이한 이유가 ‘진박 인증’에 동원됐습니다. 최 의원은 “정 후보가 붓글씨에 일가견 있다. 우리 또래 중에 붓글씨 잘 쓰는 사람이 없는데, 진실한 사람”이라고 칭송했습니다. 곧이어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정 장관은 진지한 표정으로 ‘수의불이심’(守義不移心·의리를 지키고 마음을 바꾸지 않음)이라고 붓글씨를 썼습니다. 최 의원은 진박 논란에 대해 여러 차례 “코미디 하듯 하지 말라”며 발끈했는데, 정작 본인이 희화화를 자초한 것입니다.
최 의원은 “2007년 박근혜 대표 경선 때 내가 종합상황실장을 했고 이헌승 의원이 수행단 부단장을 했는데 뚝심있는 사람이다. 진실한 사람과 함께해야 진실한 사람 아닌가”(2월1일 이헌승 의원 선거사무소 개소식)라며 자신과의 친분을 진박의 이유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친최’(친최경환계)가 진박이 된 셈입니다.
또 최 의원은 자신과 친한 박대출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선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최일선에 있던) 그런 사람들이 조금 더 잘돼야 정의로운 사회 아닌가”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박 의원은 “최 부총리께서 아우를 위해 진주를 찾아주셨다. 사적으로 형님으로 모신다”며 최 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반면 최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찍힌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일부 대구 현역 의원을 겨냥해선, “스스로 뭔가 좀 꿀리는 사람이 반기를 든다”, “표 찍어주면 입 싹 닦는 사람이 있다”며 ‘배신의 정치인’ 이미지를 덧씌웠습니다.
‘티케이(대구·경북) 당대표’로 불리는 최 의원은 “우야든동(어찌됐든) 대구·경북이라도 똘똘 뭉쳐 박근혜 정부를 성공시켜야 한다”, “대구가 잘되어야 저희 경북도 떡고물이 좀 떨어질 수 있다”며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총선 이후 당 접수 등을 위해 최 의원이 진박 감별을 빙자한 ‘최경환 키즈’ 만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4일 지역을 옮겨 수도권에 ‘상륙’한 최 의원은 전하진 의원(경기 성남분당을)과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경기 성남분당갑)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진박 인증 정치’를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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