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유동근 이미연의 명품드라마(사극) ‘명성황후’

Chris7 2015. 8. 12. 12:30

10여 년 전 KBS 2TV에서 방영한 ‘명성황후’라는 사극이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고종의 정비인 명성황후(추존 황후)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인데요... 배우 이미연이 배역을 맡은 명성황후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유동근이 배역을 맡은 고종의 생부인 흥선대원군 역시 주인공이라 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작품은 당초 100부작으로 계획되었으나, 시청률이 좋게 나오자 124부작으로 연장방송이 결정되고, 이 과정에서 1회부터 79회까지 명성황후를 연기해 오던 이미연이 출연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영화 출연을 위해 '명성황후' 제작진의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하차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배우 최명길이 이어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연이 연기한 명성황후가 심각한 역사왜곡으로 비운의 여주인공에 천사급 이미지로 나오는데다 세계적 성악가 조수미가 부른 ‘나 가거든’ 등이 수록된 사운드 트랙이 30만 장이 판매되는 큰 인기덕에 30%대의 시청률을 누렸습니다. 비록 명성황후와 대원군 등 등장인물들에 대한 미화가 강한편이긴 하지만 드라마로써 '명성왕후'의 스토리텔링은 훌륭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이 드라마를 명품사극이라 지칭한 이유는 출연 배우진들의 리얼한 연기력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서 주연인 이미연과 유등근은 물론이고 고종역의 이민우 그리고 대왕대비 조씨역의 김용림등 출연 배우진 모두가 일품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드라마의 성공엔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무엇보다도 우선이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주인공을 뒤에서 빛나게 받쳐주는 조연들, 더 나아나아 그들 자체의 독특한 매력이 더해져야한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과거 드라마 ‘허준’이나 ‘대장금’등이 공전의 시청률을 기록 할 수 있었던 것도 허준역의 전광렬과 장금 역의 이영애 외에 임현식이나 이희도, 금보라, 지진희, 임호등의 조연급 연기자들이 자기 몫 이상의 활약을 해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드라마 ‘명성황후’의 완성도에 조연급연기자들이 기여한 측면 또한 절대적 이었다 생각합니다.

 

 

우선 유동근의 사극 연기는 더 이상 부연설명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과거 ‘용의눈물’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가히 사극연기의 정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습니다. 오히려 현대물보다는 사극에 특화되어있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제가 드라마 명장명중 하나로 꼽는 것이 극 초반 대원군이 궁에서 원로대신들을 앉혀놓고 경복궁 중건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장면인데, 정말이지 당장 주머니 쌈짓돈이라도 꺼내 헌금 하고 싶어질 정도로 리얼한 연기였습니다.

 

또한 드라마 타이틀롤인 주인공 이미연의 연기도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할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정작 본인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제 생각엔 배우 이미연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드라마 후반부 연장방송 과정에서 하차하며 최명길로 출연배우가 교체되는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위에서도 부연 설명되었지만, 이미연은 당초 기획과는 다른 연장 방송에 반대했습니다) 극중 주연 배우교체로 인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집중도가 다소 떨어지게 한 면이 없진 않지만, 새로이 명성황후 역을 맡은 최명길 또한 좋은 연기를 보였습니다. 최명길은 과거 드라마 '용의 눈물'에선 유동근이 연기한 태종의 부인인 원경왕후역을 연기하기도 했었는데 '명성황후'에선 고부 관계로 다시 만나게된 것입니다(‘명성황후’와 ‘용의 눈물’엔 여러 배우들이 겹쳐 출연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역시 명품 드라마엔 명품배우들이 동시에 등장하는 것이겠죠!). '명성황후'에서 유동근의 부인 여흥부대부인은 배우 이덕희가 연기했습니다. 고종의 생모로서 인자한 모습 외에 때로는 호랑이 같은 대원군을 공처가로 보이게 만들만큼 강한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사극으로 대상 3번 최초`…유동근의 저력

 

 

 

특히 제가 이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조연진들의 연기에 있습니다. 배우 이진우는 때로는 무기력하면서도 경우에 따라 군주의 권위를 행사 할 줄도 아는 고종황제를 무리 없이 소화했고, 대왕대비 조씨역의 김용림은 드라마 초, 중반 대원군과의 불꽃 튀는 권력싸움에 있어 대원군 유동근에 절대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에 안동김씨 세력의 좌장인 김좌근역의 송재호와 그의 아들 김병기 역의 정승모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송재호는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는 태종(유동근)의 장인이자 원경왕후(최명길)의 아버지로 출연하기도 했죠!

 

그리고 배우 김주영이 보여준 근위대장 이경하는 권력의 향배에 따라 철저히 충성을 바치는 대상을 바꾸는 잔인한 권력지향형 인물이었습니다. 김주영 역시 ‘용의 눈물’에서 친동생인 이방원(태종)과 왕위를 다투는 이방간(회안대군)역으로 출연했습니다. 더해서 60년 세도 안동김씨 출신이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원군에 대한 충성과 우정을 지킨 김병학역의 박영지는 아마 자신의 배우인생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절제되고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대전내관 (상선)역의 배우 황범식과 명성황후를 목숨 바쳐 보필한 홍상궁역의 김보미도 드라마 완성도에 크게 기여했다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스타 연기자로 성장한 문근영이 명성황후 소녀시절의 민자영을 그리고 막장녀 ‘연민정’으로 확 뜬 이유리가 세자빈 (순종비 - 순명효황후)을 연기했는데, 십 수 년 전의 풋풋한 모습은 보너스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캐스팅 배우들 중 옥의 티 같은 존재들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세자(순종)역의 배우나 대원군의 장손자역의 배우 (이 두 사람은 본인들에겐 미안하지만 이름도 기억이 안 나네요!)같은 경우가 그러한데, 연기력에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사실 역사 속 명성황후의 공과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조선말 우리 역사에 끼친 ‘공’도 없다고 할 순없지만 그에 못지않은, 아니 그'공'을 덮고도 남을만한 엄청난 ‘과’역시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명성황후'는 2000년 이후 불기 시작한 역사속 명성황후의 영웅화 분위기의 정점을 찍은 시기에 제작된 드라마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점만 본다면 드라마 '명성황후'는 역사고증측면에서 굉장히 문제가 많은 드라마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의 사견입니다만, 그 이야기를 하자면 또 한참을 주절거려야 하기에 여기선 일단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암튼 드라마 주인공인 역사 속 명성황후에 대한 이런저런 시각을 잠시 내려놓고 단순히 하나의 드라마로서만 본다면,  드라마 자체에 심취할 수 있게 해준 출연배우들의 명연기에 박수를 보내며 또 한 번 ‘명성황후’와 같은 감동을 주는 명품 사극의 탄생을 기원해 봅니다.